비 내리던 5월의 어느 오후, 청년 전창열을 만났다. 그는 약간은 생소한 동물생명공학 전공으로 10여년의 긴 대학생활 마쳤고, 그 이후로도 약간은 더 생소한 길을 계속 걸어 나가고 있다. 2016년 7월 전문 음악 공연팀 섭외 및 행사기획 플랫폼 <비브뮤직>을 만든 <플랜트 325>를 창업하고, 그 해 11월 초기 스타트업과 대학생 창업 동아리를 지원하는 비영리 네트워크 <청년창업네트워크 프리즘>을 발족했다. 그가 대학시절 창설했고, 올해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된 서울대학교 <드림컨설턴트>에서는 여전히 이사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우산을 접으며 카페로 들어서면서도, 인터뷰 중에도 그의 휴대폰 벨은 끊이지 않고 울렸다. 창업 이후 새벽 4시 전에는 잠들어 본적이 없다고 겸연쩍게 말하는 전창열 대표를 보며 대견하고, 존경스러운 마음 한편으로 어깨에 짊어진 무거운 책임감도 가득 느껴졌다.

청년창업과 관련하여 다양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와 그 원동력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대학교 졸업까지 10년 정도 걸렸습니다. 대학교에서는 학생 의견을 모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했습니다. 학교 매점 운영, 학교 예산심의 등에 참여했고,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에 경험을 쌓아 지역사회나 약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봉사단을 만들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2007년 총학생회장도 하게 되었어요. 2011년에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 중고생 청소년들이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드림 컨설턴트>를 조직했습니다. 현재는 약 5천 명의 멘토와 3만 명의 멘티가 활동하였고, 곧 서울시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될 예정이에요.

졸업 이후, <플랜트325>와 <청년창업네트워크 프리즘>을 만들었습니다. 예전부터 제가 무엇을 할 때 기쁨을 느끼는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한 명의 플레이어(player)이기보다 내가 속해 있는 조직, 공동체가 함께 잘 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더 의미를 두고 있더라고요. 본질적으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먼저이고, 그런 면에서 졸업 후 전략컨설턴트로 활동한 경험과 창업을 직접 해본 선배 입장에서 새로운 사업아이디어를 가진 친구들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세상을 바꾸어나가기 위한 시도에 있어서 민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현재 <플랜트325>의 공동대표로 전문 음악 공연팀 섭외 및 행사기획 플랫폼 <비브뮤직>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공동대표인 이다영씨가 국악과 출신이라는 점과, 온라인플랫폼을 활용하여 연주자와 행사를 연결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에서 당시 큰 기대가 있었습니다. 운영은 잘 되고 있나요? 공동대표인 이다영씨는 앞서 말씀드린 대학교에서 만든 <드림 컨설턴트>에서 알게 된 후배입니다. 당시 국악과를 비롯한 예술전공 친구들이 졸업 후 뭐하고 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학생들은 아무래도 결혼식, 행사 등에서 연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획사들이 중간수수료를 많이 가져가서 정작 연주자들은 얼마 받지 못하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요.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꿈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꿈을 이룰 수 없는 현실 안에 있는 우리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공연분야에도 에어비앤비(airbnb) 등 O2O서비스를 차용하면 어떨까 하여 시작하였습니다.

<플랜트325>는 2016년 7월부터 시작해서 약 1년 반 정도 되었는데 운영은 사실 힘듭니다. 작년에 연주자분들에게 총 1억 5천만 원을 드렸는데요. 기업의 순수익은 중계수수료 10%에 해당하는 1천 5백만 원 정도였습니다. 본질적으로 기존 공연예술 행사 구조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었지만 기업이기 때문에 수익이 발생해야 운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희는 음악감독, 개발자, 마케터, 영상 등 5명이 모두 전업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도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저희는 플랫폼 개발회사이기 때문에 행사 외에도 시스템 개발 수주 등으로 부족한 부분을 충당하며 버티고 있습니다. (웃음)

<비브뮤직>을 통해 섭외를 진행했던 2017 스타트업 박싱데이 행사모습 <비브뮤직>을 통해 섭외를 진행했던 2017 스타트업 박싱데이 행사모습

창업한 분야에서 힘든 점이 있다면 무엇 때문인가요? 우선, <비브뮤직>은 공연섭외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서로를 연결하는 것인데 처음에 생각한 것과는 달리 아직까지는 활성화되기 힘든 모델인 것 같습니다. 특히, 기업이나 행사를 원하는 곳에서 익숙하지 않은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전화를 통해 문의, 섭외하기 때문에 이용자수가 적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사에 있어서 공연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부가적 요소이기 때문에 질적인 면보다는 낮은 가격을 우선 고려하더라고요. 필요한 연주자 수나 악기, 음향적 요소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으시고요. 더욱이 재능기부를 원하는 곳이 많던데, 저희는 모두 거절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행사기획 측의 입장에서 유명한 곡의 커버(cover)를 원하는반면, 예술가의 입장에선 다른 곡보다는 본인의 곡을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크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약간의 충돌되는 지점도 있었습니다. 또한, 창업이나 사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나 중간에서 장난을 치는 사람들(소위 사짜라 불리는)이 현장에 종종 있습니다. 저희도 작년에 정부지원 사업을 수주 받은 곳과 작업을 했는데 의미가 좋아 시작했으나 정작 대가를 전혀 받지 못해 2천만 원을 손해 보는 일도 있었습니다.

혹시 <플랜트325>의 지속적 운영을 위해 구상 중인 새로운 계획이 있으신가요? 사실 섭외플랫폼이라는 모델에 대한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사회공헌 형태로 유지할까 하는 고민도 했었는데, 다른 방식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사람들은 유명하지 않은 음악은 소비재로 인식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반면, 공간이나 식음료에는 돈을 씁니다. 그래서 성수역 근처에 건물을 임대하여 사람들이 소비재로 인식하고 있는 카페란 공간에 우리 음악을 입히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총 5억원의 투자를 받은 상태이고요. 1층은 카페와 공연무대, 3층은 녹음실이나 작업실을 만들고 있습니다. 6월 초 오픈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년창업네트워크 프리즘>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죠. 2016년 11월 초기 스타트업과 대학생 창업 동아리를 지원하기 위해 비영리 네트워크 조직을 만드셨습니다. 그 계기는 무엇인가요? 2016년에 창업을 하고 나니 더욱더 공동체에 대한 명확한 필요가 생겼습니다. 정부의 관점에서 청년창업 정책이 많이 생겨나고 다양화되고는 있지만 정작 지원기관의 성과와 무관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실제 지원받는 곳은 성과가 잘 나타날 수 있는 이미 활성화된 곳이거나, 체계가 갖춰진 곳에 몰릴 수밖에 없더라고요. 현실적으로는 초기 창업자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데, 실제로는 받지 못하는 구조이다 보니 모두 힘들어했습니다.

그래서 졸업 후 1~2년차 정도의 사람들과 만나 외부정보도 나누고 필요한 지원 등을 하는 조직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프리즘>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현재 13,000명의 멤버가 있고요. 그동안 민간조직 형태로 운영하였는데 최근 여러 사업을 확장하면서 법적형태가 없다는 점이 여러모로 힘들어져서 곧 중소기업벤처부 산하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될 예정입니다.

<프리즘>이 코트라와 함께 개최한 Creative Startup Korea 2017 행사 사진 <프리즘>이 코트라와 함께 개최한 Creative Startup Korea 2017 행사 사진

<프리즘>의 활동을 기본적으로 청년창업자들 내부의 네트워크와 정부기관 등 외부와의 네트워크 활동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각의 네트워크 활동마다의 주안점이나 특징이 있나요? 우선, 창업기업이나 창업자들은 점조직형태입니다. 파편적으로 산재되어 있어 서로 아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알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또 전혀 모를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청년창업이 이슈이고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 자문회의 등을 할 때 막막해하시더라고요. <프리즘>이 만들어진 이후에는 저희가 중간에서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청, 창업진흥원, 혁신센터들, 코트라, 일선 대학 등과의 협업 연계도 많이 하게 되는데요. 무엇보다 실제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중점에 두고 있고, 저희는 정책을 바꿀 수 없으니 실행단계에서 보다 디테일(detail)한 것들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편입니다.

내부적으로는 봉사형태로 20명 정도가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PRISM(프리즘)을 P(Platform), R(R&D), I(International), S(Space), M(Mice)의 약자로 구분하여 사무국에서 멤버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지원하고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활동(Activity)은 크게 교육행사, 창업컨퍼런스/해커톤, 네트워킹 파티, 박람회·비즈니스 매칭 등으로 구분되는데, 각각 기업 필요에 맞게 참여·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정부기관들은 차기 예산확보를 위해서라도 성과를 무시하긴 힘들죠. 최근 청년창업 지원정책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는데 실행단계의 지원기관들에게 좀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요즘 정부기관들의 기조나 분위기가 달라지고는 있습니다. 특히, KPI(핵심성과지표, Key Performance Indicator)에만 집중하시던 것에 비해 지금은 실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많이 고민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만, 창업이라는 것이 지원정책화 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담당자 입장에서는 다른 전문성을 가지고 그 기관에 입사한 후 창업관련 사업을 담당하시게 되는 경우가 많으십니다. 제가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기관차원에서는 창업분야 담당자가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담당자 스스로도 자기계발 등의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난 5월 16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문화비전2030과 새예술정책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중 <혁신적 예술시장 환경 조성>에 창업지원 관련한 정책이 포함되었는데요. 예술분야의 창업을 해보신 경험에서 볼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창업을 분야로 구분할 수도 있지만 시대에 따라 특정적으로 집중되는 영역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블록체인 기술처럼 대체로 새로운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분야로 모이게 됩니다. 제가 알기로 그동안 창업이나 투자 쪽에서 예술분야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선은 실질적으로 시장크기를 보지 않을 수 없는데, 공연분야는 2017년 기준 1조도 채 되지 않더라고요. 시장이 너무 작습니다. 때문에 예술계 내부에서 창업할 때에는 수익모델이나 경영적 역량을 갖추기가 어렵고, 외부분야에서 예술계로 들어와 창업을 하려고 할 땐 시장이 작기 때문에 지속가능성 등에서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예술계에서는 그동안 계속 있어왔던 연극·무용·음악단체를 만들어 공연하고, 갤러리를 만들어 전시하는 단체·기업들을 ‘창업’이라 부르지는 않았습니다. 예술 활동이라 여겼죠.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예술분야 창업은 예술 활동에 기술적 요소가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우선, IT 관련 창업기업들도 어려운 곳이 많습니다. 기술만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 창업기업은 초기지원을 받더라도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생적으로 그 시장 안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연극 단체를 만들어 연극 활동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그 활동이 시장에서 통하는, 정부지원 없이도 장기적인 자생력을 갖춘 모델인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우리나라 예술시장 규모가 매우 작습니다. 이 시장 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을 텐데, 이들의 경제사정이 어렵다고 한다면 방법은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시장 규모를 넓혀야 합니다. 시장을 넓힌다는 것은 시장의 소비주체가 아니었던 사람들을 주체로 끌고 들어오는 것입니다. <오픈갤러리>의 경우 미술품을 대여하는 모델도 좋았지만, 최근 홈쇼핑 진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술분야는 이런 모델, 즉, 시장 소비자의 확대, 시장규모 확대라는 관점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환경을 만드는 방법적 요소로 기술 등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요.

두 번째는 국내시장이 좁다면 해외시장으로 넓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예술시장은 작은 순 있어도 전 세계적으로 시장 특히 잠재시장까지 보면 매우 클 것입니다. 이 맥락에서 저는 창업기업의 해외 판로를 개척해 주는 역할로써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더욱 중요해질 것 같고, 이 영역에 더욱 집중해주시면 좋겠단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예술분야의 창업을 생각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예술가들의 시야가 넓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예술은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언어는 다양한 곳에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술분야 창업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필요합니다. 창업이 창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이종(다른 종류)간의 결합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플랜트325>를 만든 것도 국악과 연주자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고, <오픈갤러리>는 큐레이션과 O2O 서비스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것처럼요. 대학 생활 중에 전공공부 외에도 다양한 접촉의 기회, 경험들을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 경험들은 이후에 학위보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기회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 김혜진
  • 필자소개

    김혜진은 예술경영지원센터 조사연구팀장을 거쳐 현재 전략기획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