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별 문화재단 설립이 가속화되면서 문화예술제도 정책에서 문화재단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지역협력형 사업에서 볼 수 있듯이 문화예술지원제도와 정책에서 문화재단의 역할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곧 예술환경의 주요한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weekly@예술경영]은 문화재단의 설립 현황을 살피고 운영 현황을 통해 문화재단의 역할을 가늠함으로써 변화되는 예술환경을 전망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연재순서 ④ 기초
직접적인 문화활동이 배제되거나 최소화되어야 하는 중앙이나 광역과는 달리, 기초 문화재단은 직접적인 사업을 할 필요성이 높다. 문화행정의 전달체계상 기초지역의 경우에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나 주민들을 위해 직접적인 활동이 오히려 효율성 · 전문성이 높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지역에서 공공 문화재단의 설립 필요성은 ▲ 창조도시 조성을 위한 핵심기반 조성, ▲ 부족한 문화예술 진흥재원의 확충, ▲ 재원확충과 연계한 민간자원의 동원 활성화, ▲ 민간의 전문성과 참여의 제고, ▲ 정치로부터의 자율성과 문화정책의 일관성 제고, ▲ 문화행정의 효율성 제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에 광역의 경우에는 정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역이관 확대에 따른 대응체계 구성 등도 요인이 되지만, 기초지역의 경우에는 이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중앙, 광역과 달리 주민 위한 직접 활동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현실적인 요인을 떠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재원의 확충이다. 재원의 확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문성, 효율성, 자율성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 문화재단의 본질적인 기능은 안정적인 재원을 통한 문화예술 창작, 향유 활동의 지원이기 때문이며, 이를 위해 전제가 되는 것이 매년 정부나 지자체의 변동 가능한 보조금에 좌우되지 않고, 자체 적립기금을 통한 기본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의 조성이 필요하다. 재단이라는 조직이 우선이어야 하는지 기금이 우선이어야 하는지는 쉽사리 판단할 수 없지만, 재단을 위해서는 기금조성이 전제되어야 함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은 중앙이나 광역과는 또 다른 기능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달라질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문화재단은 주민들을 위한 직접적인 활동에 초점을 두게 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서는 직접적인 문화활동이 배제되거나 최소화되어야 하는 중앙이나 광역과는 달리 직접적인 사업을 할 필요성이 높아진다. 문화행정의 전달체계상 기초지역의 경우에는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나 주민들을 위해 직접적인 활동이 오히려 효율성ㆍ전문성이 높을 수도 있다. 물론 정부가 직접적인 예술창작활동에 개입하거나 가치판단을 하여야 한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기초 지역의 경우 전문가로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수행하는 사업을 또 다른 전달체계로 구성한다는 것이 반드시 지역 여건상 효율적이거나 전문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광역지역 문화재단과 기초지역 문화재단은 법적 위상이 다른데, 광역은 문예진흥법 제4조에 의한 특수법인으로 설립되지만, 기초지역은 민법 제32조에 의한 재단법인으로 설립된다.


좌로부터 <고양문화재단>, <강릉문화예술진흥재단>, <전주문화재단> 로고





최근 3년 간 설립 증가, 대부분 시설운영 목적

우리나라에서 기초지역의 공공문화재단 설립 역사는 그렇게 오래된 것이 아니다. 또한 그 수도 많지 않다. 2009년 6월말 시점에서 기초지역 문화재단은 18개로 파악된다.1) 지역적으로 보면 경기도 지역이 6개로 가장 많고, 서울 4, 경남 3, 강원 2, 인천, 충남, 전북이 각각 1개씩이다. (수원화성문화재단, 통영문화재단 등 지역 이름을 가진 재단은 민간 문화재단이다.) 명칭은 대개 문화재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강릉지역은 강릉문화예술진흥재단, 안양 및 거제는 문화예술재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설립시기를 보면 강릉이 1998년으로 가장 빠르고, 2008년 6개, 2009년 상반기 2개로 최근 3년 이내에 과반수가 설립되는 등 최근 들어 설립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강릉은 해당 지역출신 재일교포의 재산기증에 따른 매칭펀드로 설립된 것으로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있다.)


연도

1998

2001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숫자

1

1

2

1

2

2

1

6

2

지역

강릉

부천

고양
거제

성남

(서울)중구
김해

부평
전주

의정부

마포
구로
강남
화성
아산
창원

안양
춘천

[표1] 연도별 신설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



기초지역의 문화재단의 핵심기능을 보면, 시설운영이 주 기능으로 되어 있는 재단이 18개 중 13개 재단이다. 문화예술활동 지원이 주 기능으로 되어 있는 재단은 4개 재단(강남, 강릉, 춘천, 아산)이다. 1개 재단(전주)은 정책개발이 주 기능으로 되어 있다. 다만, 문화시설 운영이 주 기능으로 되어 있지만, 점차로 문화예술활동 지원을 핵심기능으로 확장하고 있는 재단도 2개이며, 가장 대표적인 재단이 성남이다.


이러한 현황을 보면 기초지역의 문화재단은 문화예술활동 지원이라는 공공문화재단의 본질적인 기능보다는 해당 지역의 문화시설의 전문적인 관리 운영을 위한 필요성에서 설립이 많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초지역의 특성상 불가피한 현상이기는 하다. 지역 문화시설의 대부분이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시설관리공단에 위탁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드시 어느 대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시설관리공단에 위탁운영 하는 것은 전문성 및 자율성 등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전문적인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화시설이나 축제 등의 행사 운영관리가 주된 기능이라면, 반드시 공공문화재단을 설립하는 것만이 대안이 아닌 민간위탁 등 다른 대안들도 있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기보다는 지자체의 위탁업무를 위주로 할 경우, 재단법인 설립의 필요성 중의 하나인 자율성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 문화재단 역시 안정적 재원이 필요

거제문화예술재단이 운영하는 거제문예회관
이러한 여건에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광역과는 달리 출연금이나 적립금의 규모를 평가하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 사업비의 경우 자료 입수가 어려웠던 화성을 제외하고 17개 재단의 총 사업비는 약 865억 원이며, 평균은 약 51억으로 파악된다. 기초지역의 재단으로 보면 상당히 높은 규모인데, 이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 기능이 문화시설 위탁관리인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사업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18개 재단의 직원 현황은 평균 41.7명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것은 정원규모로서 현원과는 차이가 있으며, 파견 공무원의 숫자도 포함되지 않은 것임을 고려하여야 한다.


기초자치단체 문화재단에서 이사장이 자치단체장의 경우가 대부분이며, 일부는 민간전문가 중에서 이사장이 임명된다. 문화재단의 자율성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사장은 자치단체장이 아닌 민간전문가 중에서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업계획 및 예결산 승인권을 자치단체장이 가지고 있는데, 자치단체장이 이사장을 겸직하는 것은 모순이 될 수도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활동 지원 늘어날 전망


일본의 경우 지역의 문화시설을 운영관리하기 위하여 지역차원에서 문화재단을 대다수가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향을 보면 문화시설의 독점적인 위탁관리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공공 문화재단의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완전경쟁체계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며, 많은 비판과 우려를 낳고는 있지만, 문화시설 위탁관리를 주 기능으로 하는 문화재단은 중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문화시설의 위탁관리 기능과 함께 문화재단의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공공 문화재단은 민간의 재단이나 단체와도 달라야 하며, 자치단체와도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시설의 위탁관리를 수행하면서도 문화재단으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문화시설 운영의 효율성과 전문성만을 추구하기보다는 문화시설 운영과 지역의 문화예술 창작과 향유의 발전 및 지원사업, 정보서비스 및 네트워크 구축 등이 긴밀히 연계되어 해당 문화시설이 이러한 기능들의 거점으로서 기능하도록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김해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의 이벤트 모습
향후 문화시설 위탁관리를 주 기능으로 하는 문화재단 설립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재단의 본질적인 기능인 문화예술활동의 지원을 핵심기능으로 하는 문화재단의 설립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문화재단 설립은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의 재원확충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지역에서는 문화재단 설립과 운영에 따른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운영경비를 총 예산의 일정비율로 통제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지자체에서 직접 수행하던 지원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지원전략을 정치적인 고려가 아닌 문화예술의 관점에서 수립하여야 하고, 지역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거두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사업전략에 대한 논의 활성화 되어야


대다수의 지역에서 문화재단의 설립과정을 보면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어떠한 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할 것인가 보다는 운영체계, 조직과 인력 등에 대한 논란이 많고, 정작 중요한 사업전략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문화재단이 설립되었으면서도 실제 지자체에서 수행하던 방식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거나 주민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여건상 문화예술은 아직도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여야 하는 단계이다. 그러나 일부에서의 비판대로 현실은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되었다는 비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은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되었다기보다는 잠재적인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공급의 방식과 전략이 명확하지 않거나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여건에서 공급을 위한 자원의 확보를 위해서는 문화예술계에서 자원 확보가 가능하도록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새롭게 설립되는 문화재단은 이러한 전략이 보다 명확하게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1) 기초지역 문화재단 설립현황은 필자의 개인적 조사에 의한 것이므로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정광렬

필자소개
정광렬은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수석연구원을 거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중이다. 문화행정과 성과관리를 전공하고,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문화관련 국공립기관의 평가를 담당하고 있고, 조직&middot;재정&middot;전략기획&middot;지역문화&middot;문화관련 제도 등에 많은 연구성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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