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이슈토크에서는 11월 특집을 예고하는 지원사업 심사를 다뤘습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공정에 대한 요구가 드높은 상황에서 심사제도 운영의 문제를 다양하게 짚었습니다. 심사위원의 선정부터, 심사의 진행, 결과를 공개하는 방식까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11월에는 관계자들의 좌담을 비롯해 좀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심사숙고’의 시간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두 번째 이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예산안입니다. 언제나 예산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는 없는 법이죠. 편집위원들은 정부 예산 전체에서 문체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그 와중에도 메타버스나 K-콘텐츠의 비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대한 우려를 나눴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분야의 예산증액과 신설은 나름의 기대를 갖게 합니다.
세 번째 이슈는 뮤지컬의 독립 장르 법제화 추진입니다. 뮤지컬이 공연예술 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 못할 공인된 사실입니다. 독립 장르화를 통해 뮤지컬이라는 산업이 가질 체계화나 활성화 측면 역시 기대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개별 장르 입법이 계속되는 부작용, 산업적 접근 이전에 뮤지컬 업계 내부의 체질 개선 필요 등이 제기되는 것도 현실이라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문화예술 지원사업 심사

예술지원정책에 대한 인식과 미래수요 설문조사 결과: 예술인의 공공지원사업 경험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체계 개선 연구
문화예술진흥기금사업 지원심의제도 개선방안 연구


  • 안태호

    11월 특집을 문화예술분야 지원사업 심사를 주제로 잡았다. 예술현장에서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큰 편이다. 예술가와 단체가 지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심사는 언제나 관심사가 된다. 아마도 다양한 결의 이야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주성진

    심사위원 구성부터 점수 산정, 심사 결과나 과정을 공개하는 방식까지, 심사 관련해서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정말 끝도 없는 것 같다. 지원사업 심사 진행 과정에서 공평함의 부작용 혹은 오남용이 많은 문제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가령 심사위원들이 자신의 의견과 입장을 뾰족하게 주장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어 가능성과 문제점을 동시에 크게 지닌 프로젝트보다는 모나지 않고, 평범한, 덜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이 선정되는 경향이 생긴다. 또 민원을 우려한 탓인지 탈락자 위주의 심사평을 작성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사실 사업이 잘 되려면 선정된 케이스의 장점과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공유하는 편이 훨씬 필요한 것 아닌가?
  • 최정윤

    매년 심사위원단이 비슷하다는 비판이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심사위원으로 바꾸어 특정 공공사업 심사를 진행하는 경우, 해당 분야 전문가라 하더라도 상세 분야가 다르다 보니 내용을 잘 모르는 분들이 심사위원이 되어 적합하지 않은 대상이 선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심사위원을 일관되게 구성하는 것이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해당 기관과 사업의 방향성과 잘 부합하는 심사위원이 위촉되는 경우, 선정자의 성향이 비슷하게 이어져 나갈 수 있는 사업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
  • 장석류

    지원사업 이슈의 기저에는 신뢰의 문제가 있다. 심사자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판단에 대한 의심, 심사가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 등 전반적인 신뢰가 낮은 상황이다. 그것을 방어하기 위해 추가적인 제도를 덧대면서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산으로 가는 경우가 생긴다. 전쟁의 상처가 오래가는 것처럼, 블랙리스트 사건을 경계로 예술행정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가면서 심사제도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 연수현

    영국 예술위원회는 NPO 기관을 선정하기 위한 절차에서 담당 직원(relationship manage)과의 소통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담당 직원은 지원서가 잘 작성되어 있는지를 함께 검토하고, 목표에 잘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논의한다. 이후 위험을 관리하는 방법과 재무적인 건전성을 검토하는 것 또한 그들의 몫이다. 마지막으로 예술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는 5개의 지역위원회와 14명의 국가위원회 멤버가 해당 지역의 기관을 최종 선발한다. 선정 결과가 난 이후에도 담당 직원과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한다. 이 결정 과정에서는 사업의 동반자적 성격을 가진 컨설팅과 심사가 함께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 장석류

    민간에 있는 우란문화재단은 지원받을 예술가를 선정할 때 사전에 요청하는 서류가 없다. 기존에 지원받았던 예술가들에게도 추천을 받고, 재단 PD들도 조사와 미팅을 통해 이들을 인터뷰한다. PD에게 상당한 재량권을 주는 셈이다. 인터뷰 자리에선 예술가들이 어떤 작업을 해왔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고, 선정된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작업 위주로 지원하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 주성진

    다행히 최근에는 문화예술교육이나 문화도시 관련 사업에서도 그러한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심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프로세스, 교안, 예산 등을 요구하지 않고, 지원자가 가진 문제의식, 예술 철학, 취향, 해당 분야의 관심사를 묻고 선정 이후에 구체적인 프로세스나 예산을 조율하는 방식이다.
  • 연수현

    획기적이면서도 새로운 방식의 심사 방식에 대한 탐구는 정말 흥미롭다. 다만 약간 우려되는 지점은 앞서 언급된 민간 영역은 뭘 하든 밀어줄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공공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공공 지원사업은 대부분 사업 목적을 사전에 정하고 이에 맞춰 공모를 내게끔 되어 있다. 새로운 심사 방식의 도입을 시도해볼 수는 있겠으나 앞서 말한 상황들로 인해 다른 방향으로 오용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 최정윤

    문화예술계에서 예술 지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지원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는 감사할 일이다. 심사자들도 각자의 윤리적,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참여하지만, 발생하는 문제나 어려움은 다 같이 극복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편성

    일상회복과 문화강국 도약을 위한 2022년 문체부 예산
    2022년 문체부, 2893억원 증액된 7조 1530억원 편성
    K콘텐츠에 더 투자...문체부, 내년도 예산 7조 첫 돌파


    • 안태호

      예산 편성 관련해서 9월 보도자료가 나왔는데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는 듯하다. 문화체육부는 ① 문화·체육·관광 분야 피해 극복과 국민 일상회복, ② 신한류 진흥과 문화·체육·관광 산업 미래시장 육성, ③ 문화균형발전 촉진 및 문화향유 기반 확대라는 3가지 기조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내년도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셨나?
    • 장석류

      꼼꼼히 살펴봐야 하겠지만 세부적인 각론을 얘기하는 건 어려울 것 같고, 첫인상은 예산은 결국 한정된 자원을 권위적으로 분배한다고 했을 때, 정치가 문화에 관심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2년 정부 예산안이 604.4조 원가량 되는데, 이 중 문화체육관광부에 7.15조 원이 편성되었다. 다른 데이터를 같이 봐야 하겠지만 비율로는 1.2% 내외다. 정부 재정은 최근 3~4년간 커지고 있지만, 문화 부분은 그 흐름 위에서 함께 고려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 최정윤

      2022년에는 문화예술 부문에 올해 예산 대비 1,890억 원이 증가한 2조 4,055억 원을 편성했다. 코로나19로 피해가 컸던 문화 생태계의 회복과 재도약을 위한 지원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오랜 기간 예산이 증액되지 않던 시각 분야도 증액이 이루어졌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진흥기금의 시각창작산실, 비평, 전시, 전시 사전연구, 청년예술가 지원 등 기존 사업의 예산이 증액되었고, 중견작가 프로모션 지원 등 몇 가지 신규사업도 신설되었다. 2022년에는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코로나19로 침체했던 시각 분야가 더욱 활기를 띨 수 있길 바란다.
    • 연수현

      문화예술 외에 콘텐츠 부문에서 200억 원 가까이 되는 메타버스 관련 예산을 보고 정책이 너무 트렌디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규모가 어마어마한 산업인데 이 정도의 예산을 투자해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로서는 굉장히 큰 규모의 예산이지만, 현장에서는 그렇게까지 파급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메타버스 산업으로 인해 발생하는 성범죄 예방, 윤리의식 제고 등을 위한 제도적 보완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은 어떨지.
    • 주성진

      그런 논의가 실제로 그만큼 많이 있는 건지, 오히려 정책을 만들면서 점점 키워나가는 것인지. 예를 들면 메타버스는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가 체감하는 것처럼 이야기가 많이 오가고, 공공기관에서도 만들고 하는지 의문이다.
    • 뮤지컬의 독립 장르 법제화

      뮤지컬 분야 육성·지원 위한 공연법 대표발의
      뮤지컬을 법적 독립 장르로 만들자-국회 논의 박차
      4000억원 규모 뮤지컬 시장, ‘법적 독립 장르화’ 실현될까


      • 안태호

        뮤지컬을 법적 독립장르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있다. 어쨌든 장르에 대해서 계속해서 이런 요구들이 있었던 것 같다. 플레이어들이 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절대적이기도 하고 장르의 독립을 통해 관련 연구나 활동들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연계 내에서 이런 얘기가 많이 됐었나?
      • 장석류

        1972년에 국립가무단이 창단됐다. 그 가무단이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때, 서울시립가무단으로 재창단되었고, 지금의 서울시뮤지컬단이 됐다. 그래서 춤과 노래를 함께할 수 있는 뮤지컬단이 공공기관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관객 입장에서 보면 티켓 판매 사이트, 예를 들면 인터파크에서도 뮤지컬이나 클래식은 장르적으로 당연히 분리되어 있다. 공연을 관람하거나 만드는 사람의 측면에서 보자면 뮤지컬이 별도로 분리되는 것은 맞지만, 이것을 법적으로 분리해 제도적으로 별도의 트랙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더 신중해야 할 것 같다.
      • 안태호

        장르라고 하면 학문적 개념이 병행돼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데 어쨌든 법적 독립을 함으로써 산업적인 진작 효과가 있을 거라면 설득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다른 장르에서 딱히 불만도 제기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복잡한 느낌이 있다.
      • 장석류

        지금 이 이슈는 뮤지컬 분야를 육성 지원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서 장르를 발라내겠다는 개념인 것 같다. 그런데 행정은 보충성의 원리로 꼭 필요한 재화고, 시장에서 공급이 잘 안 되거나 아니면 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뮤지컬 분야의 어려움을 모르지는 않지만, 다른 장르보다 수요가 있고 시장에서 충분히 공급되는 영역에 국가 재정이 우선순위로 투입되어야 하느냐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안태호

        이미 장르 단위의 법들이 많이 만들어졌다. 미술진흥법도 그렇고 서예나 문학이 선례를 보여줬고. 그래서 계속 장르 단위 요구들이 더 빈발하는 것 같다.
      • 장석류

        영화도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정책화하기는 하지만 독립영화, 영화 교육, 시나리오 작가 발굴, 신진감독 지원 정도이지 상업영화 육성을 위해 법제화하진 않는다. 다만 창작 뮤지컬 초기 단계에 대본, 작곡가 발굴 혹은 우리 뮤지컬 해외 유통 부분에서 일부 정부 역할을 찾아서 지원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 주성진

        뮤지컬을 지원한다는 것은 연극이나 클래식 같은 타 장르에는 마이너스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 잘 되는 첫째를 계속 지원하다 보면 둘째, 셋째는 점점 먹고 살기 힘들어 질 것이다. 둘째, 셋째도 고려한 정책이 아닌 것 같아 아쉽다.
      • 연수현

        창작뮤지컬의 퀄리티도 좋아지고 있고, 수출도 이루어지는 면은 좋다. 그런데 아이돌 캐스팅 중심의 스타성 베이스로 산업구조가 가고 있고, 이를 통해서 매출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실 그 안의 스태프 처우 개선이나 교육 지원 등은 여전히 열악하다. 장 위원님이 말씀해주셨던 영화의 사례처럼 산업적 측면의 성장 동력 마련, 시장 확대를 위한 접근보다는 독립 소규모 창작뮤지컬 지원, 대본 작가 양성, 참여 인력(음악, 무대, 음향, 조명, 의상 등) 양성 등에 집중하는 측면으로 접근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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