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별 문화재단 설립이 가속화되면서 문화예술제도 정책에서 문화재단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지역협력형 사업에서 볼 수 있듯이 문화예술지원제도와 정책에서 문화재단의 역할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이는 곧 예술 환경의 주요한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이기도 하다. [weekly@예술경영]은 문화재단의 서립 현황을 살피고 운영 현황을 통해 문화재단의 역할을 가늠함으로써 변화되는 예술환경을 전망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각 지역에 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문화예술 정책 단위가 확대되고 있다. 지원사업 집행이건 시설운영이건 문화재단은 직접적인 정책 생산 기관이라기보다는 집행 기관의 위상에 가깝다. 그러나 한편 사업 집행의 과정에서, 예술현장과 제도정책이 만나는 가장 첨예한 접점에 서 문제의식이 깊어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현재 정책의 구조는 한국문화위원회원회-광역-기초로 위계적인 양상을 보이지만 문화재단의 역할이 확대되고 문제의식이 깊어지면서 이러한 위계적 체계도 변화가 올 것 같다. 지금도 각 기관들의 역할 분담에 대한 논의에서 서로 다른 관점과 역할론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이 정책에 대한 문화재단의 역동적 역할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특집 지역문화재단의 현황과 흐름 다섯 번째 순서에서는 각 지역 문화재단과 위원회가 한 테이블에서 변화하는 문화예술 정책 제도의 지형을 살펴보았다.



일시

2009년 7월 15일

참석자

송시경(한국문화위원회원회 지역협력부장) 김해보(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팀장)

박소윤(부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이태호(전주문화재단 정책연구실장)

오세형(경기문화재단 문예지원팀, 본지 편집위원)

진행

김소연 편집장




예산 규모 증가와 사업 내용 다양화


사회 오늘 좌담에는 광역 기초 문화재단에서 직접 사업을 집행하고 있는 분들이 참석하였다. 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위원회) 지역협력부장도 참석하였다. 아마도 정책, 제도를 실행하면서 최근의 변화를 좀 더 구체적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먼저 각 문화재단별로 사업규모와 내용을 살피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할까 한다.


김해보(이하 김) 서울문화재단은 2004년에 설립되었다. 올해 재단 총사업규모는 위탁사업 포함 437억이다. 자체사업 290억, 위탁사업 140억이다. 그중 예술지원사업은 총 187억(위탁사업 포함)으로 전체 사업예산의 42%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25~26% 수준이었다. 전체 문화재단 사업에서 예술지원사업 예산 점유율이 가파르게 높아졌다. 올해부터 지역협력형 사업이 위원회에서 이관되면서 예술지원 사업예산이 2008년 90억에서 2009년 180억으로 두 배 증가했다.


사업규모라면 원칙적으로는 재단 자체사업 예산을 말해야 하는데, 딱 떨어지게 정리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서울시 위탁사업이 재단 자체 예산사업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수행되기 때문에 실제 사업 규모를 가늠하려면 위탁예산까지 고려해야 한다.


오세형(이하 오) 경기문화재단은 1997년에 설립되었다. 지원사업 중심으로 운영되다 2008년부터 경기도미술관, 경기도 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등 총 5개 유관기관이 통합되었다. 2008년 200억 가량이던 예산규모가 2009년 약 830억으로 증액되었다. 미술관/박물관 운영비, 박물관 건립사업비 등으로 예산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그 중 120억 정도가 문예진흥사업비로 운영 중인데 매년 비슷한 정도의 예산이다. 통합 이후의 가장 큰 변화는 사업대상을 보는 관점의 다양화이다. 기존에는 예술가, 예술단체가 주요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문화예술시설의 전문화를 위한 정책과 사업이 늘어나게 됐다. 중심축의 이동과 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박소윤(이하 박) 부산문화재단은 올해 3월 창립식을 가졌다. 이제 막 시작되어서 같은 광역 문화재단이지만 서울이나 경기와 규모가 많이 다르다. 기본 재산 110억으로 시작해서 2018년까지 500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09년도 예산액은 시 출연 위탁금 및 중앙기금 등을 합해서 160억이고 이중 사업비는 40억 정도이다. 이 중 35억이 예술지원예산으로 쓰인다. 원년인 만큼 부산문화정체성 정립, 문화향수 기회 확대, 부산문화예술의 해외진출을 사업의 목표로 잡고 있다. 부산문화예술 전자 아카이브 구축, 부산문화비전 포럼 운영, 문화예술교육사업, 국제문화교류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이번에 한국문화위원회원회의 지원으로 부산문화예술지원센터 운영도 앞두고 있다.


이태호(이하 이) 전주문화재단은 2006년도에 설립됐다. 올해 사업비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시의회에 추경 예산안이 계류 중이다. 올해 사업예산은 15억 정도이다. 2006년 2월 8일, 전주문화재단이 처음 출발했을 당시 예산 규모가 10억 원 정도였는데, 3년이 지난 올해의 예산이 15억 정도라면 타 지역 문화재단의 사업예산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이중 문화예술단체나 문화예술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예산의 규모는 2억 5천만 원 정도이다. 전체 사업예산에 비해 문화예술지원사업 예산 비율은 크게 증가한 편이 아니다. 하지만 지원방식은 바꾸었다. 2008년부터 직접지원보다는 간접지원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예술인들이 어려워하는 정산 부분을 재단 담당자들이 대행하는 것이다. 재단 직원들의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졌지만 효과와 반응은 좋은 편이다.


사회 광역, 기초 안에서도 예산 편차가 크다. 이는 규모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각 지역에서 문화재단에 대한 요구, 또 각 문화재단이 스스로 설정한 목표 등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


전주문화재단은 문화시설 관리라든지, 몇몇 연계사업을 제외하고는 시의 위탁사업을 거의 하고 있지 않다. 설립 초기부터 지켜온 원칙인데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러다보니 사업예산규모가 작다. 현재 전주문화재단의 가장 중요한 사업은 문화예술정책 개발사업과 국내외 교류사업, 그리고 다음이 각종 지원사업이다. 현장에서 요구하는 사업들이 많이 있지만 예산과 인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필수사업들 중 우선사업과 상대적으로 예산비율이 높지 않은 아이디어 사업, 그리고 문화예술정책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 문화재단의 설립으로 정책, 제도 사업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문화예술 분야 지원예산의 증가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가. 위원회에서 파악하고 있는 바는 어떤가.


송시경(이하 송) 현재 16개 광역 지자체의 지역문예진흥기금 조성은 2008년 말 현재 4,008억 3천 9백만 원이다. 시도별로는 서울이나 경기처럼 천억이 넘는 경우도 있고 500억부터 16억까지 규모는 다양하다. 위원회가 관리하고 있는 문예진흥기금은 2004년 말 5,272억 원이었으나 현재 3,825억 원으로 05년부터 매년 300억 원 정도를 덜어 쓰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예술분야 지원 예산’이라는 것이 어떠한 내용을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 여기서는 경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매칭사업들을 소개하겠다. 지역협력형 사업의 경우 총 문예진흥기금 187억에 시도 매칭 255억 2천 4백만 원이다. 시도 매칭의 사업별 액수를 보면 지역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 120억 6천 6백만 원, 무대공연 작품제작 지원사업 54억 1천 8백만 원, 시도기획 지원사업 50억 원, 공연예술 전문단체 집중육성 지원사업30억 4천만 원이다.


이외에도 직접적으로 시도와 관련하여 배분하고 매칭으로 추진하는 사업에는 복권기금을 전입 받아 문예진흥기금으로 추진하는 사랑티켓(09년 기준 기금 20억 원, 지역 매칭 17억 8천만 원), 바우처(09년 기준 40억, 서울시 2억. 기실 동 사업은 공연단체가 매칭하는 구조가 그 근본이다), 지역 문예회관 특별 공연프로그램지원(09년 기준 40억, 지역 매칭 47억 7천만 원) 등이 있다. (08년도 지원한 작은도서관조성사업도 지역과 매칭한 사업이었다.)


위원회는 현재 시도와의 매칭을 통한 문화예술 부문의 예산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지역협력형 형태의 이관을 추진하고 있다. 장래에는 위원회 차원 즉 전국적 사업으로 중앙단위에서 이끌어 가야 할 사업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지역에서 해야 할 사업은 지역사업형 형태로 문예진흥기금 지원 없이 시도가 시도의 예산 혹은 시도의 기금으로 독자적 영역을 가지고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지역 문화재단 사업구조 흔들” “지역과의 역할 분담 과정”


사회 매칭사업으로 예산규모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했는데, 지역협력형 사업이 앞으로 지원정책, 지원제도의 구조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크다. 지역협력형 사업으로 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특히 서울문화재단의 변화가 가장 급격한 것 같다.


지역협력형사업이 시작되면서 예술지원사업이 재단 사업의 45%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예산규모만이 아니라 이렇게 비중이 급격히 커진다는 것은 문화재단의 사업구조에서 볼 때 매우 큰 변화이다. 재단 사업을 크게 예술생산자 중심의 ‘예술지원사업’과 문화 향유자 중심의 ‘문화진흥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위의 예산규모의 변화는 아주 간결하게 요약하면 그동안 한 건의 예술 콘텐츠를 발굴, 육성해서 세 건의 문화진흥사업으로 이를 시민들에게 보급함으로써 활용해왔다면, 이제는 거의 한 건의 예술콘텐츠를 육성해서 한 건의 문화진흥사업을 한다는 뜻이 된다. 이는 예술가 입장에서 보더라도 실컷 키워놓기만 하고 쓰일 곳은 만들어 주지 않는 기형적인 정책구조이다.


출범 초기부터 서울시의 지나친 문화사업 수행 요구가 예술지원 기관으로서의 재단의 정체성을 해친다는 논박이 있어 왔다. 그런데 최근 우리 재단은 시민문화향수 활동 진작을 중심으로 하는 신(新)조직 비전체계를 만들었다. 이제는 중앙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재단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역협력형 사업은 지원금만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 같은 정책방향도 함께 내려온다. 그러한 정책방향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지역의 실정은 수도권과는 달라 그 적용이 과연 지역 문화의 발전과도 궤를 같이 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 상주단체, 레지던스 등 지역의 여건과 맞지 않는 사업들에 대한 고민도 있다.


아직까지는 순조롭지만,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사업규모가 커지면 각 기관의 역할이나 관점이 달라질 것이고 변화와 문제제기가 본격화 될 것이다. 지금의 협력사업은 유효한 모델인지, 과연 지금처럼 지역문화재단이 중앙에서 수립한 정책을 수행하는 역할에 머물 것인지, 중앙에서는 각 문화재단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정책을 어떻게 관철할 수 있을지 살펴야 한다. 중앙 주도 방식이 힘을 잃게 될 때 행정적 균열이 일어나지는 않을지 등에 대해 위원회 등 중앙 단위에서 그러한 변화를 어떻게 수렴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한다.


예를 들어 수도권에 지원이 집중된다고 하지만, 수도권 안에서도 서울과 경기, 인천 입장이 다 다르다. 집중육성사업비 15억이 서울에 배분된다면 인천, 경기에는 일률적으로 1억씩 배정된다.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


지역협력형 사업은 예술 생산자 지원 위주라는 중앙 정부의 정책적 짐을 지역으로 던진 것이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그것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지역에 갖추어져 있는가의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 무대공연 작품제작 지원사업 등 프로젝트 성격의 지원 프로그램 형태였을 때는 대충 묻혀있었는데, 상주단체 지원제도처럼 지역에 구체적인 공간을 두고 실행할 때는 현실과 행정의 괴리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행정에서 막연히 예술생태계 현장을 상정하고 만든 정책의 실질적인 문제점들이 드러나는 것이다.


서울이 중앙이라고는 하지만 자치구 단위로 내려가면 그 기반이 타 지역 수준으로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구 단위의 문예회관, 공공극장, 대학로 민간극장 등이 과연 이 제도가 염두에 둔 그런 이상적인 극장 여건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현실적 문제에 봉착하였다. 그러다보니 빈약한 인프라와 예술생태계 현실에 비해 지원 과잉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사회 창작자들은 지원금에 목말라 한다.


지원금 규모가 과잉이다, 결핍이다 이런 뜻이 아니라 제도 실행의 현실적 기반에 비해 정책의 과잉이라는 것이다. 중앙에서 예술가 지원 중심의 사업이 필요하다면, 지역으로 갈수록 향유자 지원 중심의 사업 필요하다. 예술가에게 행정구역의 경계가 유의미한가? 국가단위의 경계는 예술가 자신의 정체성에 크게 관여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같은 상황에서 예술가의 창작활동은 거주지역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지 않은가? 반면 향유는 거주지의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오히려 예술지원과 관련한 지역협력형 사업이라면 중앙의 지원사업으로 예술 생산자를 잘 육성하고 지역문화재단은 그 과정에서 생산된 우수 예술 콘텐츠를 지역단위의 시민들에게 잘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 방식으로 역할분담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앙에서 과잉으로 주체할 수 없는 지원 정책을 지역으로 던지고 지역에서 똑같이 과잉된 생산지원 사업을 하라고 한다면 곤란하다







“예산 주고 알아서 하라는 자율성만으로는 부족”


예술가가 경계가 있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지원행정에 있어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위원회의 역할은 지역이 칸막이를 행할 경우 중앙차원에서 한편으론 현실론으로 인정하고 다른 한편으론 해당 지역을 넘어 다른 지역으로 소통, 교류, 협력할 수 있도록 조장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중앙에서는 창작자 지원정책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중앙단위에서 전국적으로 다 할 수는 없다. 시도 단위에서도 적적할 공급이 필요하다면 실행해야 한다. 또 창작과 향유는 동전의 양면과 같고 창작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향유는 모래성과 같다. 정책에서 그것을 중앙과 지역으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물론 자율성이 중요하고 그래서 어떤 부분은 각 시도 환경에 맞춰 가야 하지만 또 어떤 부분은 규격화해 가야 하는 부분도 있다. 자율성은 여건에 맞춰 가야 한다. 위원회의 역할은 전국 단위에 있어서 중요한 예술가(싹)를 중점적으로 키워내는 것이다. 국제교류, 장르별 특화 지원 사업, 새로운 예술경향의 도입 등은 위원회에서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전주의 경우도 실제사업을 들여다보면 재단, 위원회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방향성은 다를 수 있다. 크게 보면 같지만, 세부를 들여다보면 다르다. 중앙에서 프로그램까지 다 만들어 보내기보다는 큰 방향성만 제시하고 프로그램은 지역에서 탄력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율성의 문제가 아니다. 예산을 내려주는 만큼 자율성을 발휘하라고 하면 기존에 하던 사업과 중첩되는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역협력 사업이 갑자기 이관되었던 작년 연말만 하더라도 매칭사업 때문에 자체사업이었던 ‘시민문화예술 지원사업’을 없앴다. 사업구조를 새로 짰어야 했다. 올해도 상주단체 지원사업 같은 경우 당초 취지대로 자치구 문예회관을 지원하려고 했을 때는 재단 자체 사업으로 시행해 오고 있는 ‘자치구 문예회관 지원사업’과 중첩이 생겼고, 집중육성 사업의 원래 목적을 살려 전문예술단체 지원사업으로 시행하려고 했더니 이미 위원회에서 폐기하려는 정책방향이어서 문제가 있었다. 반면 내년도에 위원회에서 시행하려는 사후지원사업은 우리 재단의 현 ‘공연예술창작활성화’(사후지원사업)와 기존의 전문예술단체 집중육성사업을 짜깁기해 놓은 면이 있다.


예산을 내려줄테니 알아서 하라는 자율성으로는 부족하다. 문화부, 위원회가 국가와 광역시도 차원에서 예술지원, 또는 문화진흥 정책의 명확한 그림을 가지고 역할을 분배하거나 아니면 ‘협력사업’이라는 말뜻 그대로 지역 문화재단과 협의구조를 갖고 처음부터 정책의 틀을 같이 짜야하는데, 지역협력 협의체의 실질적 가동이 안 되고 있다. 왜냐하면 정책의 모든 결정권이 협의체 운영주체인 위원회가 아니라 문화부에 있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재단은 큰 그림이 없다보니 당장 내년 예산을 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5년 동안 서울시 문화국과 우리 재단이 실랑이해왔던 ‘정책적 역할분담’이라는 결론 없고 밀리는 입씨름을 이제 중앙정부, 위원회와도 심각하게 시작해야 할 형편이다.



위원회의 지역협력형 사업은 2009년에야 지원사업 명칭을 띠고 나왔지만, 73년 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을 설립해 전 방위적으로 해온 위원회의 주요 사업이다. 90년까지 진행한 서울을 제외한 15개 시도의 지역문예진흥기금 시드머니 조성 지원, 99년 한국문화위원회원회(당시 한국문화예술진흥원)가 직접 추진하던 소규모 지역성 사업(문화예술 사회교육활동지원 등 9개 사업 539건)을 지역문예진흥 지원사업으로 시도로 이관하는 등의 사업이 있었다. 근래 광역 지자체 문화재단이 설립되고 2007년 전국지역문화지원협의회를 발족함으로써 본격화하는 양상으로 접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광역 및 기초 문화재단 설립이 가속화 되고 있는 만큼 위원회 사업의 지역 이관은 향후에도 점증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다. 지금 이러한 논의는 이러한 변화 과정의 하나로 본다.




기초, 독자적 정책 수립 어려움 있지만 정책 효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점


사회 지역협력형 사업으로 문화예술정책제도에서 중앙과 지역의 역할론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것 같다. 위원회와 광역 문화재단의 관계뿐만 아니라 광역과 기초 문화재단의 역할도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전북 문화예술 활동에서 전주가 차지하고 있는 것은 비율이 70~80% 정도다. 전북문화재단이 생길 때 서로의 역할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어려움이 생길 것 같다. 조사를 해 본 결과 경기문화재단의 경우 기초지자체의 문화예술 활동이 잘되고 있는 지원사업은 기초지자체로 이관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서울문화재단은 서울문예회관연합회(서문연)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의 기초문화재단이 공교롭게도 대부분 시설운영 사업을 하고 있고 서문연 회원이어서 현재는 ‘자치구 문화공간 활성화 지원사업’ 같은 공간 대상 지원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광역문화재단으로서 서울문화재단과 기초문화재단 간의 협력체계 구축이 서울시 문화정책 실행에 큰 숙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자치구는 시설운영 사업이 대부분인가?


처음 시설운영으로 시작했다가 문화사업으로 확장되는 경우가 있다. 또 반대로 소수는 축제 위탁운영과 같은 문화사업을 하다가 시설운영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최근 경향을 보면 기초와 광역이 반대로 간다. 기초는 공간운영에서 여타 지원 및 문화사업으로 확장되는 반면 광역은 여타 지원 및 문화사업에서 공간운영 부문으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공유재산 위탁운영 사업이 넘어오면서 재단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을 슬기롭게 넘기기 위해 재단은 기존 공간사업과 차별화하는데 고심하고 있다. 창작자를 위한 베이스캠프이면서 창작자와 향유자를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만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경기문화재단도 시설운영에서 정책적 역할이 생기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기초문화재단이 많이 생기면서 광역과 기초가 협조체제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다. 도와 시군구에서 하는 사업들이 중복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도에서 진행하던 사업을 시군구와 매칭 시켜 규모를 키워서 이관한다. 경기도는 여건이 되어 있다. 또 기초와의 관계에서 명분을 주도하면서 좋은 파트너십을 갖기도 한다. 광역문화재단의 지원이 기초문화재단의 사업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경기도만을 놓고 보더라도, 31개 시군이 있는데, 규모가 작은 지역들은 예술단체 부족으로 다양한 지원사업이 의미가 없다. 그럴 경우는 아마추어 동호회 육성 등의 특성화 사업이 필요하다.


기초문화재단의 경우, 예외는 있지만, 별다른 지역정책이 없다. 앞으로 기초문화재단에 고유한 정책과 사업을 생산하는 기능이 생긴다면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사회
전주는 기초문화재단이지만 정책사업이 중심이라고 이야기했다.


시 공무원들이 모르는 영역을 재단에서 조사, 연구해서 사업을 제안하면 시에서 예산을 만들어 다시 재단 사업으로 이양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움직이듯 예산 규모가 작으니까 아이디어를 내게 되더라. 성남의 문화통화가 많이 이야기되는데 전주에서는 아트뱅크 사업을 하고 있다. 예술가와 시민들에게 각각 자신들이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묻고 연결시켜주는 일종의 매개사업이다. 재단에서 조사와 매칭을 진행하는데 일 년에 천만 원 정도 소요된다. 2007년 기획, 조사하고 2008년 실행했다. 반응이 좋다.


창작자건 향유자건 그냥 프로그램을 만들어 객체로서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주체가 될 수 있는, 직접 재단에 와서 참여하고 정책 입안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전주의 경우는 도시의 규모나 기초자치단체 간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던 점 등이 체계적으로 문화재단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여건이 된 것 같다. 서울만 하더라도 자치구 단위로 내려가면 중앙이면서 지역인 예술시장의 특성과 기초자치구들 간의 경쟁 또는 서비스 지역의 중첩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기초문화재단은 자기 색깔로 정책을 길게 가져가기가 어렵다.


박 전주라는 도시 규모에 맞게 시민이 직접 느낄 수 있는 아트뱅크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광역시만 되도 너무 규모가 커서 하나씩 맞춤식으로 접근하기는 어렵다. 현재 부산에 맞는 사업 개발에 고심하고 있다.




민과 관의 사이에서


사회 위원회, 광역, 기초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하다 보니 서로 문화예술정책을 바라보는 관점도 조금씩 다르고 또 역할에서도 서로 다른 이해가 있다. 사업을 수행하면서 느끼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앞으로 문화정책 발전에 기여하지 않겠는가.


시와 문화재단의 관계는 시가 정책을 세우고 재단이 시행하는 관계로 시작되었다. 올해 신규 사업으로 실시하는 국제교류사업, DB구축, 포럼 외에는 모두 위탁 사업이다. 일부에서는 문화재단이 옥상옥이 될까 우려하기도 하지만 우리도 어떻게 우리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계속 갈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 그 방향은 당연히 지역문화발전이며 이는 생산자인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유자인 부산 시민의 문화 향유권 증진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지역 문화재단은 지자체 정부의 필요와 지역 예술인의 필요가 만나면서 만들어진다. 그 과정에서 시민의 필요는 고려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공공정책 집행기구로서 문화재단이 필요하겠다는 광범위한 시민 여론을 바탕으로 결정이 내려지고 거기에 맞는 역할, 기대, 운영방식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지자체 정부가 시설운영이 필요하다고 하면 시설운영형 문화재단을 세우고, 예술지원이 필요하다 하면 이를 주요 사업으로 한 문화재단이 생긴다. 공공정책의 최종 수요자인 시민보다는 각 지자체 정부의 행정 효율과 의지에 따라 문화정책이 정해지고 있다. 지방자치시대, 대의민주주의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민주주의사회에서 진정 민(民)이 원하는 문화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물론 문화정책이라는 것이 사회의 현재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견인해야 하는 양면성을 가지기는 한다.


사회 물론 현재의 정책 구조에 한계가 있고 지자체의 위탁사업이 문화재단 사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직접 사업을 수행하면서 현실을 맞닥뜨리다 보면 사업 방향에서 새로운 모색을 하게 되고 그것이 역으로 지자체의 문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그런 과정이 생기지 않나.


변화가 있다. 기초에서 많이 변하는 것이 느껴진다. 지자체 재단의 주 업무가 공연장 운영인데 공연장 외부에서 사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심지어 문예회관에서 지역사회로 찾아가는 예술활동을 하기도 한다. 시민들도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 원하고, 시에서도 원한다. 그러면서 역할이 확대되고, 변화된다.






예술 가치 발굴로 지원정책 효과 높여야


좌담중인 박소윤, 이태호, 김소연사회 지금까지 문화예술지원 정책과 제도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문화재단의 역할이 앞으로 지역 문화예술 환경과 더불어 우리 사회 문화예술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정책 제도의 구조가 변화하는 흐름에서 예술가들은 어떻게 공공영역과 결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오늘 좌담을 마무리할까 한다.

지역문화재단의 역할 중에 예술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예술창작지원과 시민들에게 필요한 공공서비스로서 문화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급자 역할이 엄연히 따로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재단의 역할을 설정해야 한다.


고래로 예술의 가장 큰 소비자는 왕조였고 이제는 공공재로서 문화예술서비스 시장에서는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그 역할을 맡는 것이 당연하다. 역할을 굳이 나눈다면 전자는 그 일부를 지역에 위탁할 수는 있지만 국가단위에서 해줘야하고, 지역 문화재단은 후자에 가까운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의 서비스 수요와 우수한 예술 콘텐츠를 연결시킬 수 있는 좋은 선구안과 프로젝트 기획 역량이 필요하다. 앞서 구분한 것처럼 문화재단의 사업영역 중 ‘문화진흥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예술지원 영역밖에 있는 것처럼 인식되는 영역도 프로젝트를 통해 예술 콘텐츠가 활용되는 과정에서 예술가에게 지원이 되는 예술지원 영역으로 본다면 두 영역이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물론 여기서 자본 시장에서의 예술의 성공을 위한 지원은 별개 과제로 본다.


좌담중인 오세형, 송시경, 김해보
예술의 가치는 분명히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 가치가 시민들 속에서 소비되지 못한다면 굳이 공공지원의 대상이 되어야하는지 당위성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당장 시장에서의 돈으로 환산되지는 못하더라도 예술가와 시민이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가치라면 그것을 가능한 많이 서로 나누는 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공공예술지원 정책의 목표일 것이다. 그것이 예술가뿐 아니라 시민에게도 이득이 되는 구조이다. 최근 서울문화재단이 문화 분야 사회적 기업 지원 또는 예술공장과 같은 창작공간 조성사업에서 예술가의 사회적 기여 또는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은 예술가와 향유자들을 매칭 시키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한다. 지원사업 평가에서 관객 평가의 비중을 높이고 관객들의 의견을 직접 예술가에게 전달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내년도에는 쌍방향 소통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준비 중이다. 그 기초자료를 위해 전자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

사회 우수한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 만큼이나 매개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좀더 근본적이고 추상적인 문제에 맞닥뜨려 있다. 지원사업이 궁극적인 예술진흥을 위한 행정인가, 모든 지역에 모든 예술이, 모든 장르가 들어가는 것이 문화정책인가, 기초예술이 각 지역에서 활성화되는 것이 문화예술지원의 목표인가 등을 스스로에게 묻는다.


전주의 사례는 지자체 정부와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을 해왔다는 면에서 특이해 보인다. 시 측에서도 산하기관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전주문화재단을 인정하면서도 견제하는 복잡한 형태일 것 같다. 전국의 재단이 서로 참조하면서 역할과 기능이 비슷해지는 것보다는 각자가 독특한 면을 유지하고 살려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책이 이런 것들을 의문시하는 것, 서로 닮기 위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독특해지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지 않을까. 문화재단도 단순히 중앙정책의 수행기능을 넘어서 중앙과 지역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 것을 고민하고, 그래서 지역마다 독특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고유한 정책과 제도 생산의 심도가 낮은지, 각자가 새롭다고 하나 모아놓고 보면 실제양상은 비슷해 보이는 면도 많다.


여러분들의 허물없는 얘기 잘 들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잘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쌓인다. 여러분들의 얘기가 위원회뿐만 아니라 국가 정책을 수립, 시행하는 문광부에도 전달되어 공유하고 수렴되어 애로 사항이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감사드린다.




김소연

필자소개
김소연 편집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소위 위원,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연극평론을 쓰고 있다. ‘상업지구 대학로를 다시 생각하다’‘이 철없는 아비를 어찌할까’ 등의 비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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