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의 예술×기술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예술 창작자로 이루어진 미디어아트 그룹인 브이오엠랩(VOMLab)을 소개한다. 브이오엠랩(VOMLab)은 공연예술의 연극성을 기초로, 관객의 경험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시간을 다양한 매체로 확장하는 것에 관심을 두고, 주로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기술과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활용하여 공연, 전시, 미디어아트 등의 작업을 폭넓게 이어오고 있다.

브이오엠랩(VOMLab)의 주요 활동에 대해 소개를 부탁드린다.

브이오엠랩(VOMLab)의 작업은 공통으로 ‘공간’에 기반하여, 관객의 경험을 끌어가는 ‘시간’을 다룬다. 우리는 그 과정을 ‘공간의 기억을 만든다.’라고 표현한다. 현실의 공간을 물리적으로 변형시키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곳에서 관객이 무엇을 사유하고 감각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제주 지역에 위치한 상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노형수퍼마켙>의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콘텐츠를 리뉴얼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브이오엠랩(VOMLab)은 예술적 상상력과 기술의 조화를 통해 공간의 새로운 가치를 찾아 나가고,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브이오엠랩(VOMLab)의 핵심 기술과 그 제작과정이 궁금하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기술을 사용하지만, 주심이 되는 것은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이다.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은 특정한 공간이나 사물과 같은 대상에 영상을 투사하여 시각적 변형을 일으키는 기술이다. 공간이나 사물에 실제와는 다른 새로운 성격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기술이기도 하다. 현실의 공간에서 비현실 혹은 가상의 공간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넓고, 자유로운 것도 장점이다. 기본적인 벽면이나 스크린뿐만 아니라, 테이블과 같은 가구, 나무와 같은 자연물, 크게는 건물까지 투사 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활용하는 브이오엠랩(VOMLab)의 작업 과정

위의 설명으로만 보면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이 곧 영상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의 속성은 ‘빛’이고,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투사 공간의 조명, 투사 면의 재질, 주변 환경, 투사하는 프로젝터의 특성 등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의 높은 완성도를 위해서는 장비, 프로그램 등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공간 자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VOMLab의 핵심적인 기술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시중에 많은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프로그램이 있지만, 우리는 프로젝트에 맞게 처음부터 새로운 구조를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다. 투사 공간의 특성, 환경 등을 반영하여 더 적합한 구현 방식을 고민한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공간과 기술 구조 설계, 개발, 실제 제작까지 총체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이다.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기술의 핵심은 영상 제작이 아니라, 실제 공간에 투사하여 환경을 바꾸는 데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대표자가 무대와 조명을 전공하고, 오랜 시간 동안 공연을 해왔다는 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단순히 투사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빛과 움직임의 변화 등을 더 총체적으로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을 사용한 아트프로젝트와 제작과정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제6회 궁중문화 축전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진행했던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이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춘당지라는 창경궁 내 연못을 중심으로 약 200m에 이르는 구간을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뿐만 아니라, 조명 및 특수효과 등의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여 자연 속의 환상을 구현하였다. 문화유산의 가치와 주변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비현실적 풍경을 더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제6회 궁중문화축전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

이 프로젝트에서는 정해진 동선 내에서 관객의 경험을 고려하며 여러 가지 테마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고안하였다. 투사 스크린을 설치한 곳은 조명을 활용하여 최대한 스크린이 보이지 않도록 했고, 영상을 나무에 투사하는 경우에는 작은 스피커를 설치해 음향 효과를 더했다. 나무가 살아있는듯한 느낌을 주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작품 경로 마지막에 연못이 등장하는데, 연못 가운데 있는 숲에 영상을 투사함과 동시에 조명기를 활용하여 색과 빛의 다채로운 변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이 이루어지는 공간과 환경, 그것을 감상하는 관객의 시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우리만의 시각이 잘 담긴 프로젝트라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제주도에 위치한 ‘노형수퍼마켙’이라는 상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의 콘텐츠를 리뉴얼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펼쳐지는 비일상적인 빛과 색의 경험이라는 기존의 콘셉트를 더욱 강화하면서도, 25M 층고의 공연장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연출하였다. 단순히 영상을 새롭게 만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물건이 아닌 추억을 파는 특별한 공간으로 ‘노형수퍼마켙’ 이야기를 확장하고 싶었다.

제주 노형수퍼마켙 리뉴얼 콘텐츠 <이상한 수퍼마켙>

그래서 ‘관객의 참여’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라이더 센서를 바탕으로 관객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시각화하는 인터랙션을 적극 활용했다. 깊은 바닷속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관객이 공간과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했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바닥과 벽면에 물결이 치는 등의 인터랙션이 더해져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하는 것으로 기존 콘텐츠보다 더 빠르고 부드럽게 인터랙션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영상 투사와 인터랙션 반응 및 시각화 구조를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동작할 수 있도록 새롭게 구조화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였다. VOMLab에서는 영상을 통한 시각적 전달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관객의 움직임 등 또 다른 감각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관련 분야의 최근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보는가?

기술의 발달로 인한 예술의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예술 공간의 일상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공연장이나 미술관 같은 전통적인 공간에서의 관람만 문화 예술 활동으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 카페, 식당 등 일상의 공간이 예술 작품의 무대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예술이 디지털 기술과 융합하면서 문화 예술의 대중적인 영역이 점차 확대되는 동시에, 그 경계가 흐려지는 현상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동시대 관객의 특성’도 매우 중요한 화두이다. SNS와 더불어 디지털 기술 활용에 매우 익숙한 동시대의 관객은 더 이상 수동적 관람자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능동적 주체로서 매우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신의 감상을 실시간으로 온라인 공간에 공유하면서 재생산 혹은 재창조 과정에 적극적으로 기여한다. 관객을 실시간 상호작용의 행위자로 이해하는 것, 그리고 관람 방식 자체를 창조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앞선 예로 들었던 “노형수퍼마켙”과 같이 다양한 콘셉트를 가진 상업형 미디어아트 공간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물론 그저 사진 찍기 좋은 곳에 그친다는 비판의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평범한 공간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롭게 탈바꿈하고, 예술적 상상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또한, 관객 경험의 자유도가 높다는 것도 매력 요인이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은 관광, 교육, 요식업, 소매업 등 다른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을 융합하여 예술 활동을 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교과서적인 답변이지만, 기술을 융합하는 예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기획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 이는 창작의 가장 핵심적 기초가 되는 “무엇을, 왜, 어떻게 말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최종적으로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가에 대한 결과를 촘촘하게 그려나가는 과정이 없으면, 예술적 표현도, 기술적 구현도 형식적인 것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종종 시각적 화려함이나 기술적 완성도에 치중하다가 예술 창작의 본질을 잃게 되는 오류에 빠지기도 한다.
본질적인 면에서도 그렇지만, 물리적인 면에서도 기획적 사고는 중요하다. 추진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에 따라 필요한 인력, 장비, 예산, 기간 등 여러 가지 제반 사항을 가늠할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여건과 비용 대비, 예술적 표현에 적합한 기술을 활용하는지 자문해 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물론 우리도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예술과 기술을 융합하는 작업은 아주 기초적인 단계에서부터 여러 차례의 실험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은 창발적인 아이디어에서 비롯되기보다, 반복적인 시도에서 오는 발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을 관객과 새롭게 나눌 수 있다는 것도 기술을 통해 융합·확장된 예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 필자 소개

    신재희는 무대미술을 전공하였으며 공간에 대한 기억을 감각적으로 확장하고 표현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오랜 기간 활동하고 있다. 예술적 상상력의 구현을 위한 새로운 표현 기술과 매체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실험적 시도와 탐구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미디어아트 그룹 브이오엠랩(VOMLab)을 설립하여 분야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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