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항이 문화예술에 주목하는가?

‘공항’은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인가?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은 자신에게 “공항 터미널은 현대 문화의 상상력이 넘쳐나는 중심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공항은 도착하는 순간부터 여행의 설레임이 느껴지는 특별한 공간이며 세계를 잇는 국가의 관문이자 특유의 공간적 매력이 있는 곳이다. 과거 공항은 여행을 위해 들러야 하는 ‘경유하는 곳’에 불과했다면, 오늘의 공항은 ‘또 하나의 여행지’로 변모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폭포를 갖춘 Jewel을 통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고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에서는 피카소 진품을 관람할 수 있다. 글로벌 리딩공항을 향한 치열한 선두 다툼은 인프라 경쟁을 넘어서 고객경험 강화를 위한 콘텐츠 경쟁으로 진입한 지 오래이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문화적 상상력이 미래 공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K팝,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가 한식을 넘어 K-아트까지 확장해가고 있는 요즘, K-Culture를 소개하기에 공항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인천공항이 강력한 문화예술 브랜딩으로 기존 공항과 차별화를 하겠다는 의지는 우연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에 따른 필연인 것이다.

문화예술공항 추진 전략

문화예술공항 구현 방향성

문화예술공항으로의 도약, 그간의 성과와 한계

그렇다면 공항은 문화예술을 어떻게 고객에게 전달할 것인가? 인천공항은 문화예술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20년 문화예술공항팀을 신설했다. ‘21년에는 ‘사람과 문화를 이어 미래로 나아갑니다’는 新비전을 선포하고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특별전, 인천공항박물관 개관(국립중앙박물관 진품 유물 전시), 전통문화미디어 구축(문화재청 협업) 등 다양한 기획전을 통해 내·외국인 모두가 만족할 만한 특별한 문화적 경험을 선사해왔다. 덕분에 인천공항은 올해 9월 세계 최초로 국제공항협의회(ACI) 고객경험인증제 최고 단계인 5단계 인증을 받은 ‘5성급’공항이 되었다. 그러나 진정한 문화예술공항으로의 도약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지난 3년간 최정상급 기관 협업을 통해 고품질의 전시를 선보였지만, 여전히 ‘인천공항’에서만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공항을 점령한 미디어/NFT아트 기획전시의 시작

콘텐츠 확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무렵, 해결의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서 풀렸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협업을 논의 하던 중 인천공항에 딱 맞는 전시를 공모로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전시 장르도 빠르게 결정되었다. 내·외국인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으며 동시에 공항이 가장 강점을 갖는 분야, 바로 미디어아트였다. 인천공항은 8K 화질의 27m 높이의 미디어 타워를 비롯 대규모 미디어 스크린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때마침 이를 미디어 아트 매체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었다. 이예승 작가 등이 참여한 ‘2020 설화문화전’ 전시 협업을 통해 공항내 대형 전광판을 미디어아트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가능성을 확인했으나 정작 미디어 아트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만, 공항 미디어는 오롯이 전시 매체로 활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고심 끝에 미디어 스크린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전시를 함께 진행하는 방식으로 공모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공항에 꼭 맞는 전시를 찾기 위해 작품 공모가 아닌 전시 기획 공모로 진행하였고 창의적 제안을 위해 T1, T2, 탑승동 등 공항 전역의 주요매체를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공모는 약 2개월 간(4.25~6.10) 진행되었으며 총 3회의 사전 설명회를 통해 참가 단체가 전시공간을 충분히 이해하고 기획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총 11개 단체가 공모에 참여하였고 내외부 전문가 평가를 통해 ㈜우옴피의 기획이 최종 선정되었다.

인천공항 박물관 개관(‘21.6월)

세계 최초 ACI 고객경험인증제 5단계 인증

2020 설화문화전 협업 전시

2022 인천공항 미디어/디지털아트 전시 공모

<새로운 시대로의 이동 : Port to the New Era>

㈜우옴파(박소현 대표)의 기획전시 <새로운 시대로의 이동>은 기존 공항의 전시와 4가지 면에서 크게 달랐다. 첫째, 철저히 공항을 타깃으로 한 기획전시라는 점이다. <새로운 시대로의 이동 : Port to the New Era>의 포트(Port)는 ‘전달하다’, ‘이동하다’는 의미를 나타냄과 동시에 공항(Airport)과 컴퓨터 접속단자(port)라는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는 공항에 걸 맞는 기획이었다. 둘째, 신진 작가와 중견 작가가 고르게 참여한 점이다. 이번 전시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최찬숙 작가를 비롯 양민하, 서효정, 강문식 등 유명 미디어 작가 11명(팀)이 참여하여 큰 기대를 모았다. 셋째, 공항에 어울리는 전시공간이 구현되었다. T2의 오프라인 전시공간은 비행기, 관제탑이 보이는 창가에 배치되어 있어 공간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매우 중요했다. 그런데 리움 재개관전 등 최근 인기 전시를 도맡아하는 크리에이터 그룹 아워레이보가 공간 조성을 맡아주어 미래지향적인 T2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공간이 완성되었다. 마지막으로 공항 최초로 보안구역 내 큐레이터 투어를 3차례 시행한 점이다. 여행객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서 진행된 큐레이터 투어는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인천공항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합심하여 SNS, 공항 홈페이지, 스마트사이니지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한 결과, 전시기간(8.26~10.30) 중 약 1만9천명이 관람하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새로운 시대로의 이동> 큐레이터 투어

<새로운 시대로의 이동> 전시

미디어아트 공모전의 가능성과 새로운 도전

제1회 인천공항 미디어/디지털아트 기획전시는 다양하고 새로운 시도로 문화예술계와 작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으며 공항을 찾는 여객들에게도 특별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며 우리에게 미디어아트 공모전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전시 규모에 비해 부족했던 지원금, 다소 짧았던 전시기간 그리고 올해 예술계의 가장 큰 이슈였던 KIAF와 프리즈 동시 개최와의 홍보 연계성 강화 등이 우리에게 숙제로 남겨졌다. 예술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서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익숙해져 사랑하게 되는 것으로 그 안에 우리의 이야기가 담길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 ‘들꽃’의 ‘오래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의 구절처럼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첫 번째 공모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다음을 준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술에 있어서 기획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얼마나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추진하느냐에 따라 미디어아트 공모전이 일회성 이벤트가 될 수도, 인천공항을 대표하는 시그니처 프로그램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인천공항과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한국의 뛰어난 미디어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진정한 K-아트 플랫폼으로 도약 하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다.

인천공항 인스타그램 <새로운 시대로의 이동> 소개 영상

  • 필자소개

    윤선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여객가치혁신처장은 공항 운영, 서비스 및 홍보 분야 전문가로 운영기획팀장, CS관리팀장, 언론홍보팀장 등을 거쳐 여객가지혁신처장을 역임 중이다. 여객가치혁신처는 공항 운영, 고객경험 강화, 문화예술 사업, 스마트공항 등을 담당하는 부서로 편리하고 스마트한 공항 운영, 다채로운 전시/공연, 교통약자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올해 세계 공항 최초 ACI 고객경험인증제 5단계 인증을 받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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