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고는 2022년 9월 1일 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 국제 컨퍼런스에서 박설희 주LG 브랜드담당 수석전문위원과 Naomi Beckwith 구겐하임 뮤지엄 부관장/수석큐레이터 (Deputy Director and Jennifer and David Stockman Chief Curator) 의 공동 영어 발제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

LG그룹이 생각하는 예술과 기술의 접목

2022년은 LG그룹의 문화지원사업에 여러모로 의미 있는 해였다.
우선 국내에서는, 2000년 역삼동 개관 이래 꾸준히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들을 선보여 LG연암문화재단의 LG아트센터가 서울 강서구로 이전하며 2022년 10월부터 더욱 확장된 프로그램 제공을 시작했다. 새 공연시설은 기술 R&D 집적단지인 LG싸이언스파크를 마주 보는 부지에 조성되었는데,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디자인한 독립 건물이다.
의미 있는 해외 마일스톤으로는 2022년 6월 공식 발족한 LG와 구겐하임 뮤지엄의 Art & Technology 파트너십을 꼽을 수 있다. 제품과 서비스를 넘어 문화와 예술을 통해 우리 시대의 오디언스와 소통하며 미래를 바라보는 것은 LG가 국민기업으로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오고 있는 일들 중 하나이다.

세상을 바꾸는 기술 혁신들은 창의적인 사고, 부단한 실험, 그리고 실패로부터 배우며 다시 실험에 임하는 끈기로 만들어져 왔다. 시대를 풍미하는 예술적 돌파(breakthroughs)도 그 이면에는 대담한 비전, 실험정신, 반복과 변주, 그리고 지구력이 있다. 훌륭한 테크놀러지스트와 훌륭한 아티스트와 사이에 닮은 점이 꽤 많은 것이다. 국내 최대규모 기술 융복합 R&D 혁신단지 바로 옆에 LG아트센터가 둥지를 트는 것이나, LG의 기술 마인드와 국제 예술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기관인 구겐하임 뮤지엄이 머리를 맞대는 것은 다분히 자연스럽고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다.

전 세계에서 다양한 커뮤니티와 함께하는 LG로서는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컨버전스에 대한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검토 과정에서 파트너가 될 기관이 가진 연구 인프라와 글로벌 시야를 중요한 요건으로 보고있다. 구겐하임미술관은 1937년 창립 때부터, 예술이 사람들의 사고와 사회 전반에 중요한 영감과 영향을 준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동시대의 ‘사고 리더’(thought leaders)인 아티스트들을 연구하고 지원해 왔다. 동시대성에 우선순위를 두며 미디어아트 컬렉션의 보존과 복원을 전담하는 상설 랩(lab)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한 기관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 뉴욕, 이탈리아 베니스, 스페인 빌바오, 그리고 2025년 개관 예정인 아부다비에 걸쳐 3개 대륙에 거점을 가진 구겐하임 뮤지엄의 네트워크와 프로그램, 글로벌 협력의 역사는 국제적으로 명망 높은 예술 기관들 중에서도 이에 견줄 곳이 없다.

LG와 구겐하임의 파트너십은 지금 시대, 지금의 세대에게 있어 테크놀로지가 촉매이자 거울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오늘날 테크놀로지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인간의 창의성의 발현을 돕고, 사회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변화를 이끌기도 하며, 개인들 간 그리고 커뮤니티 간의 소통과 문화적 경험의 매개체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LG와 구겐하임 뮤지엄은 긴밀한 논의를 거쳐 기업으로서, 그리고 문화예술기관으로서, 서로의 가치관이 맞닿은 교집합인 ‘아트와 기술의 융합’ 영역에서 파트너십을 일으키게 되었다.

2022년 6월 1일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의 건물 외벽에
LG 구겐하임 아트 앤 테크놀로지 이니셔티브 발족을 알리는
프로젝션이 떠있다. (Photo. Guggenheim Museum)

구겐하임의 Young Collector’s Council 파티에서
구겐하임 뮤지엄 수석큐레이터 나오미 벡위스와 ㈜LG 브랜드
담당 수석전문위원 박설희가 LG 구겐하임 파트너십 발족을
알리며 악수하고 있다. (Photo: Jason Crowly)

구겐하임 뮤지엄 수석 큐레이터 나오미 벡위스가 LG 구겐하임 파트너십 발족을 알리고 있다. (Photo: LG Corp.)

구겐하임 뮤지엄 뉴욕 YCC파티에서 박설희 ㈜LG 브랜드담당 수석전문위원이 LG 구겐하임 파트너십 발족을 알리고 있다. (Photo: LG Corp.)

LG와 구겐하임의 협업 프로그램

이번 중장기 파트너십은 LG Guggenheim Art and Technology Initiative 라는 명칭 아래 ㈜LG, LG전자, LG디스플레이가 구겐하임과 함께 5년간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연구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면모의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LG는 ‘LG Guggenheim Award’ 예술상을 신설, 지원한다. 구겐하임 뮤지엄이 호스팅하고 글로벌 예술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커미티를 통해 기술과 예술의 접점에서 설득력 있는 작품 활동으로 동시대 담론을 이끄는 명망 있는 작가를 매년 한명씩 선정하고, 작가가 작품 활동에 제한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10만 달러를 지원한다. 제1회 수상자는 2023년 봄에 발표 예정이다.

LG전자는 구겐하임 뮤지엄이 이번 이니셔티브를 계기로 신설하는 아트와 기술 융합 분야 전담연구자 큐레이터 포지션을 후원한다. 해당 큐레이터는 인공지능(AI)·증강현실(AR)·가상현실(VR)·대체불가토큰(NFT) 등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현대미술 연구를 맡아,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신예 작가들을 발굴하는 활동을 펼친다. LG디스플레이는 매년 구겐하임의 Young Collector‘s Council(YCC) 파티를 후원하여, 문화예술의 미래 고객인 젊은 예술 애호가들이 구겐하임 뮤지엄의 프로그램에 함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미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대표작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는 뉴욕 구겐하임 뮤지엄의 아이코닉한 공간을 젊은 작가들이 미디어아트와 미래디스플레이 기술로 변화시켜 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또한 YCC 파티 지원을 통해서이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컨텍스트 안에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아티스트들이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 (OLED)와 같은 미래디스플레이 기술을 접하고 실험해 볼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YCC 파티의 참석자들이 투명OLED 디스플레이 설치를 경험하고 있다 (Photo: LG Corp.)

예술과의 협업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및 효과

예술도 고객 경험이다. 실험과 교류, 지원에 중점을 두는 이러한 협력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커뮤니티 안에서 LG의 첨단기술이 새로운 표현과 경험의 가능성을 열도록 지원하면서 LG는 브랜드로서 보다 확장된 오디언스와 소통 하게 되고, 나아가 우리의 일에 영감을 주는 예술가들을 만나기도 할 것이다.

어느 기업이든 예술과의 교류는 그 구성원의 심미 지능(Aesthetic Intelligence) 향상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기능이 ‘충분히 좋은’ 제품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고객들이 제품과 서비스로부터 기능적인 유용성과 만족 이상의 감동과 감성, 매력,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오감 만족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심미 지능은 필수이다. 사물이나 경험이 일으키는 느낌을 이해하고, 해석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심미 지능이라 할 때, 예술만큼 정제된 교과서가 또 있을까. 이번 파트너십 기획의 일환으로 LG그룹 직원이라면 누구나 뉴욕, 베니스, 빌바오, 아부다비의 구겐하임 뮤지엄에 무료로 입장 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

이후 협력사업의 발전 방향

본 이니셔티브는 동시대 아티스트들이 AR/VR, AI, NFT, 메타버스와 같이 새로이 부상하는 기술들을 어떻게 예술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작품으로 승화시키는지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견인하고, 기술과 예술의 융합 분야를 컨템포러리 아트의 중요한 축으로 정립하며, 동시에 예술의 오디언스를 확장하는 데 일조하리라고 생각한다. 협력은 기술 기반 예술에 대한 담론을 넓히는 집필과 토크, 교육 등 대중에게 열린 컨텐츠와 프로그래밍으로도 확장될 예정이다.

필자는 이 자리에서 본 파트너십을 기획하여 구겐하임 뮤지엄의 중요한 연구 비전을 지원하는 데 작게나마 기여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한다. 또한, 기술이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사회가 기술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아티스트들을 알아가게 될 앞으로의 5년에 거는 기대가 크다.

  • 필자 소개

    박설희 ㈜LG 브랜드담당 수석전문위원은 LG마스터브랜드의 가치 제고와 전략적 관리 및 브랜드가 견인하는 광고/커뮤니케이션과 인게이지먼트, 스폰서십 이니셔티브 전반을 맡고 있다. 브랜드 전략, 브랜드 디자인, 문화 인게이지먼트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쉐브론, 스와이어 등의 글로벌 기업들과의 인터내셔널 커리어를 거쳐 2020년 LG그룹에 조인했다. 노스이스턴 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소더비인스티튜드 등에서 브랜드경험에 대한 강의 활동을 한 바 있으며, 커리어 안팎에서 문화예술을 인게이지하고 있기도 하다. 2019년 소더비Sotheby’s 인스티튜트의 “4 Under 40”에 선정되었으며, 현재 뉴욕 소재 American Folk Art Museum의 이사회 Board of Trustees 멤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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