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발표한 시장 현황 뉴스에 따르면, 해외 공연시장은 여전히 팬데믹 영향력 아래에서 저조한 티켓 판매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22년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데이터에서는 한국 공연시장이 해외 시장 현황과는 다른 양상임을 보여준다. 물론 데이터를 보지 않더라도 코로나19로 매우 삭막했던 대학로는 학생, 연인들로 북적거리고, 공연을 줄 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의 공연장들은 관람객들로 가득 찼고, 스타가 출연하는 공연은 일명 피 튀기는 티켓 예매 전쟁 ‘피켓팅’에 참여해도 티켓을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데이터로 살펴본 한국 공연시장 현황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은 분산된 공연 입장권 예매 및 취소 정보를 집계하여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공연 정보와 통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182개 예매처와 자체 발권 시스템을 보유한 공연 시설 및 기획·제작사를 연계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수집된 공연 예매·취소 데이터를 분석해 2022년 1분기(1~3월), 상반기(1~6월), 3분기(7~9월) 공연 시장 동향 보고서를 발행했는데, 데이터로 살펴본 한국 공연시장은 2022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아직 2022년 12월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이라 가장 큰 매출 규모를 보여줄 12월 티켓 판매액은 추정만 가능하지만,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1월 대비 12월 티켓 판매 증가율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높았던 2020년을 제외하고 평균 56%의 증가율을 보여준다. 이를 올해 12월에 적용하면, 2022년 총 티켓판매액1)은 약 5,500억 원대로 예상된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추정 규모 약 3,897억 원보다 약 39.3% 증가한 수치이다.

2022년 공연시장 확대는 티켓매출뿐만 아니라 공급(공연 건수)과 수요(티켓 예매 수)에서도 함께 나타났다. 올해 약 1만 4천 건의 공연이 약 8만 7천 회 진행되어 약 1,315만 명의 관객이 관람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365일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38개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고 3만 6,000명이 관람한 것이다. 이는 2021년과 비교할 때, 공급은 약 17% 증가하고 수요는 약 85.1%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19~2022년 반기별 티켓 판매액 추이

2022년 가장 많은 공연이 무대에 오른 달은 11월과 10월이었고, 관객과 티켓 매출이 가장 높은 달은 12월과 7월이었다. 2022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7월 공연 건수와 상연 횟수가 증가하면서 관객 수요와 티켓 매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장르별 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2022년 가장 많은 공연을 올린 장르는 클래식으로 가장 적었던 무용보다 약 8.5배 많았고, 뮤지컬은 가장 많은 약 720만 명이 관람해 약 4,200억 원의 티켓 판매액을 기록했다. 연극은 뮤지컬 다음으로 약 265만 명이 관람했으나, 티켓 판매액은 클래식보다 적은 약 429억 원이었다. 뮤지컬은 전체 공연시장 티켓 매출의 76.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뮤지컬의 티켓 판매액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하락하는 시기는 3월(57%), 2월(64%), 10월(68%)로 연극과 클래식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소폭 상승하였다.

2022년 장르별 티켓 판매액 비율 월간 변화 추이

공연장 규모별로 살펴보면 100~300석 미만 소극장에서 올린 공연이 전체 공연의 28%를 차지했고, 중극장(300~1,000석 미만)에서 45%의 공연이 올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1,000석 이상 대극장에서 올린 공연은 17%에 불과했지만, 전체 공연 관객의 42%를 차지했다. 2022년 소극장(100~300석 미만)과 중극장(300~500석 미만, 500~1,000석 미만) 공연 건수를 월별 추이로 살펴보면 1~2월에 공연이 가장 없었고, 10~11월에 가장 많았는데, 중극장은 10월 대비 11월 공연 건수가 소폭 감소하였으나 소극장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공연시장에서 서울의 공연 공급(공연 건수)은 43.7%인데 반해, 수요(티켓 판매 수)와 매출(티켓 판매액)은 각각 66.5%와 75.8%로 지역 간 불균형이 심했다. 서울을 제외하면 광역시 단위로는 대구의 공연 건수(6.8%)와 티켓 판매 수(4.4%) 비중이 가장 높고, 제주도의 비중이 1.3%와 0.9%로 가장 낮았다.

2022년 지역별 공연 시설 및 공연 현황 비율

2022년 한국 공연시장 주요 이슈

영국 The Stage에 따르면 Data Culture Change와 Campagin for the Arts에서 8,000명을 대상으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6월까지 9개 예술 부분을 설문 조사한 결과 팬데믹 이전과 조사 방식이 달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영화관과 전시 관람객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온 반면, 공연장과 라이브 음악 관객은 비율적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영화전산망(KOBIS), 문화체육관광부 프로스포츠 경기단체의 관람객 수를 비교한 결과, 실내스포츠와 영화 관객은 2019년 대비 각각 66.4%와 55.7% 감소한 반면 공연 관객은 52.8% 증가했다. 이로써 한국 공연 관객은 실내스포츠와 영화 관객보다 빠르게 공연장을 다시 찾은 것으로 보인다.

공연계 전문가들은 영상매체를 기반으로 인지도를 쌓은 스타들을 중심으로 한 마니아 관객 증가와 대중적 콘텐츠를 통한 새로운 관객 유입을 관람객 수 증가 요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클래식에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났는데, ‘임윤찬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Cliburn Competition)’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 906만 회(2022. 6. 20. 기준)를 기록하며 임윤찬과 관계된 공연 티켓 판매를 증가시켰다. 또한 영화·게임 음악 오케스트라 콘서트는 관련 콘텐츠를 좋아하는 팬들을 클래식 콘서트홀로 이끌었으며, 텔레비전 경연대회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크로스오버 그룹과 그 출연진이 참여한 공연은 높은 매출을 달성했다.

2022년 한국경제는 고물가와 고환율 시대에 접어들었고, 인건비·물가·환율 상승 등은 공연 티켓 단가 상승에도 영향을 주었다. 환율 증가로 인해 내한 공연 및 라이선스 공연은 높아진 초청료와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최고가를 경신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서 분석한 티켓 1매당 평균 티켓 가격은 약 4만 1천 원으로 뮤지컬이 약 5만 8천 원, 클래식 2만 7천 원, 무용 2만 7천 원, 연극과 국악 1만 6천 원 선이었고,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2022년을 비교했을 때 약 47.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한국 공연시장 전망

공연시장은 변동 폭이 크고 외부적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아 시장 규모를 정확한 수치로 전망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대규모 사건·사고 등 공연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외부적 요인 없이 2022년의 성장세와 탄력을 이어간다면 2023년 티켓판매 매출은 약 5,500억 원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이다. 내년 개관하는 중·대규모 공연장은 관객들이 더 다양한 공연을 선택할 수 있게 공연 공급을 끌어올리고, 코로나19 불안정성과 고환율 부담으로 연기된 해외 유명 공연작품의 내한이 예정되어 공연 수요에 영향을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성장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뮤지컬 시장은 라이선스, 내한, 창작 뮤지컬 등 관객의 지갑을 여는 인기 작품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티켓 파워를 가진 스타들이 시장을 견인하고, 콘텐츠 및 미디어와 결합한 공연들이 관객 저변을 확대하며 공연시장을 키우겠지만, ‘익숙한 콘텐츠’와 ‘유명한 출연진’이 나오는 공연으로 관객이 집중화되는 현상이 가속화되어 공연 수요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에 더욱 세분화된 관객을 다각도로 고려한 공연 기획·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공연정보 제공자인 공연 기획·제작사와 공연장을 대상으로 맞춤형 통계정보를 제공하는 ‘My통계’가 2023년 공연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는 원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 필자소개

    민간 축제, 지역문화재단, 국립예술단체, 해외 공관 등에서 일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공연예술 해외진출 지원사업 등을 담당했고, 현재 공연정보지원팀에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공연예술조사 등 공연정보 사업들을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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