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하 ESG)가 큰 돌풍이다. 이미 유럽 등 선진 지역에서는 환경과 관련된 장벽과 규제가 끊임없이 발표되고 있다. 이에 선도적인 기업들은 사회의 이해관계자에 대응하고 그들의 필요로부터 새로운 사업의 성장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윤리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정비하여 더 건전하고 안정성 높은 조직을 이루고 있는 기업도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특히 환경을 중심으로 제조, 유통,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분야를 포함한 산업 전반에 가득하다. 그렇다면 예술 부문에서는 어떤 움직임이 있을까? 국내에서는 아직 산업화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까, 예술과 ESG를 연결하여 깊이 있는 담론을 정리하고 쌓아가는 일이 많지 않아 보인다. 국가와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예술은 더 근본적인 풍족함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더 늦지 않게 예술은 ESG와 어디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을지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화 더딘 예술, ESG 뒤늦은 도입

먼저 ESG라는 개념이 어떻게 예술과 연관될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ESG는 기본적으로 투자자의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ESG란 개념을 처음 사용한 코피 아난(Kofi Annan) 전 UN 사무총장 역시 ‘세상을 바꾸려면 결국 금융이 변해야 한다’면서, 투자할 때 기업의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해야 진짜 리스크를 방지하고 더 잘될 기업을 고를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어찌 보면 예술과 ESG가 빠르게 연결되지 못한 이유는 이런 속성 때문일 것이다. 예술 분야가 산업적으로 충분히 무르익지 않아서 투자자의 흐름이 적용되거나 확장된 개념인 ESG가 이제야 예술산업에 도입된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는 예술 역시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ESG와 연결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예술 영역의 조직이나 개인 스스로가 ESG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주체로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이처럼 커다란 ESG 흐름에서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해 주거나 미래 가치를 증진하는 데 예술이 중요한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과 ESG 연결점: ESG 고려한 올바른 예술 활동 필요

첫 번째부터 살펴보면, 예술도 스스로 ESG 경영을 고려해야 한다. 예술이라는 활동도 올바르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예술 활동을 하며 발생하는 환경 오염에 대한 이슈나, 예술이라는 특성 때문에 다양성 등을 과도하게 무시하여 발생하는 리스크, 혹은 내부에 있는 구성원에게 법의 범주를 벗어나는 노동을 요구하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예술의 특성상 개별 예술가는 물론이고 협회 등 조직에서 투명성과 관련된 이슈가 지속해서 요청되어 온 만큼, 이러한 이슈들은 ESG 관점에서도 면밀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ESG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ESG를 통해 그동안 예술 영역의 산업화에 불필요한 장벽이 되었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해소해 나가야 한다. 이는 법적이거나 도덕적 문제를 오히려 넘어서서 그 이상의 수준까지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실제로 최근 예술 분야의 여러 주체에게도 영향을 미쳐 새로운 움직임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먼저 최근 MZ 세대로 대변되는 소비자들의 변화로, 예술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대중의 지속 가능성,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차별주의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예술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비선호도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같은 대중의 인식과 더불어 예술 생태계에서 계속 지적되어 온 예술 종사자들의 불안정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고용과 노동 여건에 대해 예술인 고용보험 등의 제도들이 도입 및 논의되고 있다.

농·청각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소외와 참여 기회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핸드스피크’의 다양한 콘텐츠
(출처 : 핸드스피크 홈페이지)

이에 따라 예술 창작의 주체인 예술가들에게도 서서히 예술 활동 자체의 사회적, 법적 책임 준수 및 환경 영향 최소화, 더 나아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다양성과 포용을 촉진하는 역할 수행까지 기대되고 있다. 예술 자체의 다양성과 포용 촉진에 대한 예시 사례로 국내 유일의 청각 장애인 예술 기업인 핸드스피크(Handspeak 대표 정정윤)라는 소셜 벤처가 있다. 이들은 수어 랩, 수어 댄스, 수어 연극 등을 기획하고 농인 예술가들을 발굴, 육성함으로써 더 많은 농인과 청인들이 아티스트와 관객으로서 함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편 전시 및 판매 기관, 또는 기업들의 경우 예술가를 소비자와 연결하거나 후원, 파트너십의 형태로 관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기존 예술 생태계에서 구조적으로 소외되었던 예술 인재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통해 예술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다. 최근 유수의 기업 사회 공헌 또는 재단에서 진행되고 있는 음악, 콘텐츠 창작 등의 영역에 대한 인재 발굴 성격의 지원 사업들이 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예술과 ESG 연결점: 예술은 ESG의 좋은 실행 방안

더불어 예술은 ESG의 좋은 실행 방안으로 적용될 수 있다. 예술은 과거부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여 인식을 제고하거나 문화적 변화를 이루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식으로 작용되었다. 또한 예술은 인간의 본연적인 어떤 부분들을 치유하거나 회복하고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방법이었다. 예를 들어 최근에 주목받는 것으로, 예술이 현대 사회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환경 오염과 관련된 새로운 인식 개선 방안으로 활용된다거나 정신 건강, 세대 갈등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길로 제시되고 있다. 더불어 국내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서도 새로운 창업이나 기존 조직의 성장에 예술이 기여하고 있다.

예술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모습들은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발달 장애인이나 신진 청년 작가들의 미술 작품을 소재로 제품을 제작하거나 판매하는 소셜 벤처 키뮤(KIMU 대표 남장원), 디스에이블드(THISABLED 대표 김현일) 등을 통해 발달 장애인과 청년 작가들이 소득을 얻고 예술가로서 성장하게 되기도 한다. 또한 일자리가 제한돼 국내 무용 전공자들이 심각한 취업난에 직면한 데 대해 댄스플래너(Dance Planner 대표 김동욱)라는 소셜 벤처가 해외 국공립 극장들과 손잡고 입단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국내 취약 계층 무용수들의 해외 입단을 돕고 있는 사례도 있다.

‘디스에이블드’의 소속 작가 (출처 : 디스에이블드 홈페이지)

ESG 접목한 예술, 사회에 본질적 영향 미칠 절호의 기회

최근 다양한 예술 분야 종사자들과 창업자들에게 ESG 트렌드와 관련된 본인들의 대응이 어떠해야 하는지 질문을 받곤 한다. 다들 무언가 분명히 관련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구체적으로 당장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에 대해 잘 감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술경영지원센터 등 다양한 공공 기관과 기업의 지원 및 몇몇 창업자들의 도전으로 조금씩 그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 관심과 기대를 갖고 노력한다면 결국 지금의 ESG 파도는 예술 분야의 가치가 사회에 본질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렇게 ESG가 예술에, 예술이 ESG에 절호의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 필자 소개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네이버 게임 부문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10년 국내 최초로 임팩트 비즈니스 전문 컨설팅 기업, 임팩트스퀘어를 창업했다. 다수의 대기업, 공기업, 소셜 벤처, 스타트업 등의 ESG 전략을 개발하고 실행을 도왔다. FSG, SVT Group, SVI, Uncharted 등 글로벌 전문 조직들과 협업하며 사회적 가치 측정 모델을 전파하고, 서울숲 소셜벤처 클러스터를 기획해 스타트업 간의 네트워크 형성에 힘쓰고 있다.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고, 《넥스트 챔피언》, 《현장 사례로 알아보는 ESG 비즈니스》 등을 집필했다.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