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기획컨설팅(이하 메타)은 2006년부터 국립몽골문화예술대학교, 몽골예술위원회의 문화기획자들과 협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2008년, 몽골 최대의 전통축제인 나담축제의 문화프로젝트인 ‘문화나담Culture Naadam’을 기획하여 첫 행사를 가진 바 있으며, 올해 7월 두 번째 축제를 열었다. 북방아시아의 문화협력을 통해 세계를 향하는 문화기획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과 협력의 과정을 소개한다.


우리, 몽골리언들의 방식으로 함께 일하기

스태프 워크숍2년 전 봄, 우리의 첫 작업을 기억한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시에 새로 들어선 호텔의 개관을 기념하여 미술품 컬렉션 및 전시행사와 개관기념 문화행사를 위해서였다. 몽골예술위원회와 국립몽골문화예술대학 그리고 메타는 양국의 문화교류를 위해 양해 각서를 체결하고 각기 전문 분야별로 업무를 분장하였다. 몽골 작가들의 작품 유통 및 전시,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에 이미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몽골예술위원회는 미술품 컬렉션을 위한 파트너가 되었고, 개관을 기념하는 문화행사는 국립몽골문화예술대학교와 함께 준비했다. 전통과 현대를 아울러 최고의 예술가들, 특히 몽골 최고의 음악가들 대부분이 이 학교 출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몽골문화예술대학은 몽골예술계의 핵심 인력풀을 확보하고 있기에 수준 높은 예술가들의 섭외 및 워크숍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

몽골 관람객
해외 프로젝트, 특히 기획자 간 협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프로젝트의 경우 양측의 명확한 역할 분담과 진행과정의 의사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몽골의 기획 스태프들과 함께 하는 첫 프로젝트임을 고려하여 명확한 역할 분담과 책임보다는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한 의사결정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였다. 유럽이나 미국의 전문 기획자들과의 협업보다는 조금 느리고, 비효율적인 듯 보였지만, 사업의 과정에서 우리는 세계의 문화와 예술에 대하여, 특히 함께 꿈꾸는 유목민의 기질과 예술에 대한 많은 토론과 고민들을 공유할 수 있었고 이는 단발성 교류 프로젝트를 뛰어 넘어 큰 꿈을 향해 함께 가는 ‘다음(Next)’ 프로젝트를 이미 세 파트너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했다.


아직은 힘든 축제 스태프라는 역할

2008년, 첫 공동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국립몽골문화예술대학교, 몽골예술위원회, 그리고 메타는 ‘다음(Next)’ 프로젝트 중 하나를 실현에 옮기기로 결정하고 ‘문화나담(Culture Naadam)’이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서로 다른 나라의 서로 다른 조직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운영하는 공동의 축제를 탄생시켰다. 문화나담은 전통 스포츠가 주를 이루는 몽골 최대 축제인 나담과 어우러지는 유목민의 예술축제이다. 초기 기획부터 세부 프로그래밍, 펀드레이징, 현장 운영과 홍보 마케팅까지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세 조직 간의 논의와 협업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각자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역할을 분담하였다.

2008년도 행사장 전경축제의 경험이 풍부한 메타는 먼저 축제의 기획 의도 및 구조와 조직구성의 방향 등을 토대로 나머지 두 조직과의 협업을 주도해나갔다. 몽골 전통공예가 주를 이루는 체험 프로그램과 전시 프로그램의 섭외와 운영, 홍보 마케팅 및 정부 간 협의는 몽골예술위원회가 담당했다. 우수한 연주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공연프로그래밍과 대학이라는 특성을 살려 인력지원 및 현장 운영은 몽골문화예술대학이 맡았다. 메타는 기획 및 운영의 총괄 업무를 비롯하여 특히 프로덕션과 펀드레이징 임무를 수행했다.

역할을 분담하고 각 조직은 자신들의 인력을 활용하여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큰 축제의 경험이 부족한 그들을 위해 메타는 거의 모든 분야에 투입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초기의 계획보다 많은 인원이 문화나담을 위해 투입되어야 했고, 프로덕션 스케줄은 늘 부족하기만 했다.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되는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왔던- 의사소통 과정에서의 오해와 의사결정을 누가 하는 것인지에 대한 불명확함이었다. 분야별 책임자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막상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는 축제 현장에서는 의사결정을 하지 못해 예술가나 관객들에게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곤 했다.


파트너이자 교육생이자 친구인 우리

전체 스태프 사진
2009년도에는 일련의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중요한 몇 가지 업무 재 분장하였다. 200여명이 넘는 스태프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업무는 국립몽골예술위원회의 인력만으로는 소화하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컴퍼니 매니저 역할을 겸할 수 있는 전담 한국 스태프가 투입되었다. 몽골 아티스트가 운영하는 체험프로그램의 섭외 및 프로그램 협의는 몽골예술위원회의 전담 스태프가 맡아서 하되 예술성과 수준을 담보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축제감독과 협의하도록 했으며, 예산확보를 위해 몽골예술위원회의 사무총장은 몽골 펀드레이징 업무에 집중하도록 했다. 또한 의사소통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올해는 국립몽골문화예술대학교 내에 상설 축제 사무실을 열어 모든 스태프들이 모여 함께 일하고 회의하며 행사를 준비했다. 자원봉사자의 규모는 줄이되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세부적인 역할 분담 리스트를 꼼꼼하게 작성해 각자가 해야 할 일의 체크리스트, 상황별 동선 등을 미리 숙지하도록 했다. 해야 할 일은 단순화하고 대신 이중, 삼중의 체크 시스템을 마련했다.

업무이자 동시에 교육과 같은 치열했던 하루가 끝나면 파트너에서 친구로 돌아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때론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며,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축제라는 힘든 업무에 지친 그들에게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고 격려해 주는 것도 빼먹지 말아야 할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기를 한 달 여 2009년 7월 두 번째 문화나담은 문을 열었고 지난해에 비해 수월하게, 현장에서의 어려움은 스스로가 극복해 가며, 축제를 즐기며 2회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함께 만드는 유목민들의 축제

낯선 이들과 낯선 곳에서 서로 다른 각자의 예술적 안목과 취향을 가지고 공통의 무언가를 만드는 일은 힘들지만 매력적인 일이다. 그것이 ‘축제’라면 더더욱 아름다우며 도전해 볼 만하다. 축제에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기획자 간의 국제적인 협업은 프로젝트가 실행되기 전까지 대단히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각자가 추구하는 문화적인 가치와 비전을 공유한다 하더라도 실제 그 가치를 어떤 프로젝트로 (구체적으로 어떤 장르 혹은 어떤 프로그램) 구현할 것이냐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혀야 한다. 또한 각 조직의 역량이 비슷하지 않으면 어느 한 조직의 방향에 끌려가기 쉽고 프로젝트의 실행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2009년도 행사장 전경
하지만 일단 프로젝트가 실행되면 그 속도와 성과는 놀랍도록 빠르고 훌륭하다.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가장 정확한지는 너무도 분명하게 잘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진정성이 가장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화나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으나 유목민들의 축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빠르게, 하지만 깊게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갈 것이다. 그 옛날 칭기즈칸이 세계를 놀라게 했던 그 속도로, 그 열정으로 한국과 몽골의 젊고 새로운 노마드들은 진정한 세계 유목민들을 위한 축제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김민지

필자소개
김민지는 2005년도 베를린 아태주간 문화행사를 시작으로 메타기획컨설팅에서 해외 문화 프로젝트, 축제, 공연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몽골과는 2007년부터 인연을 맺어 작년에 이어 2회째 문화나담의 총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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