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중형 세단 TV 광고. ‘Try to remember’ 배경음악이 깔리고 중년 남성과 중년 여성이 빌딩 회전문을 교차하며 서로 바라본다. 중년 여성은 중년 남성을 그리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중년 남성은 곁눈질하며 그 시절의 그녀가 맞는지 추측해내려 애쓴다.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걸어가 중형 세단의 앞문을 연다. 그러자 여성의 독백이 이어진다.

- 참 많이 변한 당신, 멋지게 사셨군요. -

지금은 40대 후반이 된 나에게 이십 대 중반이었던 ‘라떼’는 중형 세단은 성공 그 자체를 의미하며 여성들의 시선을 훔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라는 고정관념을 심어 준 CF였다.

2020년대 초반. 그때의 광고가 지금의 MZ세대들에게도 먹힐까? 전혀 그렇지 않다. 같은 자동차 회사가 지금의 세대를 위한 날렵하고 스포티한 중형 세단 상품을 출시했고 귀신이 나오는데도 유머러스한 CF를 내보냈다. 자동차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 시간)을 보여주며 강한 반동에 귀신이 차 밖으로 튕겨 나가는 재밌는 상황을 연출하면서도 간결하고 명확하게 자동차의 고성능 기능을 소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유튜브 조회 수만 800만을 넘었고 댓글에는 찬사가 가득하다. 시장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이렇듯 지금의 MZ세대는 성공과 안정, 부러운 시선만을 쫓는 고정관념의 세대가 아니라 역동성과 가성비를 따지는 새로운 세대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며 디지털 공연예술을 선호하고 미술품 컬렉터의 주류로 등장함에 따라 문화예술계에도 반가운 손님이다.


MZ세대 등장과 함께 대두된 내부마케팅의 중요성

최근 1~2년 사이 MZ세대들이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많이 입사하였다. 그러다 보니 센터 구성원들이 훨씬 젊어지고 팀마다 독특하면서도 활발한 분위기가 엿보인다. 다만, 대부분의 문화예술 공공기관이 그러하듯 예술경영지원센터 또한 박봉과 경직된 조직문화가 이들에게 장애물로 다가올 터이다. 그러잖아도 언론에서 나오는 제하의 기사 타이틀이 ‘공공기관마저 ‘MZ’ 줄사표……’, ‘MZ 퇴사 5년 새 2배 이상↑…… 공공기관 업무 공백 우려’와 같이 기재된 텍스트들을 보며 중년의 인사부서장으로서 공포에 떨지 않을 수 없다. MZ세대는 정년이 보장되고 안정된 근무 환경만을 조성해준다고 해서 기관에 남아있지 않는다. 그들에겐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없으며 자유롭게 자신의 행복과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조직에서의 내부마케팅 설계가 중요하다는 것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MZ세대 등장의 상징성을 고려하여 본 글을 시작했지만, 실은 기관 내부의 다양한 개성을 가진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인적자원관리를 통한 조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내부마케팅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내부마케팅의 개념과 필요성

본래 마케팅은 4P(Price, Place, Product, Promotion)라는 기본요소를 바탕으로 외부고객의 소비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내부마케팅은 외부고객과 직접 응대하는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에 대한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이직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외부고객의 만족도까지 높일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하였다.

내부마케팅의 개념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Berry(1981)이며,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부고객으로서 직원을, 내부 제품으로서 직무를 생각하여 내부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내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라 정의하였다. 즉, 내부 직원은 조직의 중요한 자원으로서 외부고객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높은 경영 성과가 나온다는 이론이다.

내부마케팅은 세대교체, 기술의 발전 등 다이내믹한 외부환경 속에서 조직이 유연하게 운영 목표를 수립하고 조직 내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실행 도구로서 유용한 마케팅이다.

내부마케팅의 실행 요인과 영향력

내부마케팅의 실행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보통 내부 의사소통, 교육훈련, 관리층 지원, 보상체계, 권한위임 등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이를 다시 직무만족과 조직몰입, 고객지향성과 연계하여 어떠한 상관관계를 가지며 유의미한 결괏값을 가지는지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의 방향을 설정하게 된다.

가장 최근에 발표된 ‘공공기관 내부마케팅이 직무만족·조직몰입 및 고객지향성에 미치는 영향:경남 경찰 치안 서비스 중심으로’(한용기, 2022) 논문의 분석 결과를 요약 인용하여 내부마케팅의 영향력을 소개하고자 한다.

논문에서 특정된 조직은 앞서 나열한 내부마케팅의 실행 요인 중 직무만족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으로 권한위임과 의사소통 그리고 교육훈련을 꼽았다. 업무 수행에 있어 구성원에 대한 권한위임을 통해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함과 동시에 업무 수행에 요구되는 교육훈련의 필요성을 보여 준 것이다. 또한, 조직 내 의사소통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구성원들의 직무만족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조직몰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권한위임과 교육훈련, 그리고 관리층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상체계의 경우 직무만족과 조직몰입의 영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중요하지 않은 요인으로 잘못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직무만족이 조직몰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는 다시 고객지향성으로 이어져 서비스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논문은 설명을 끝마친다.

내부마케팅의 방향 설정은 각 조직의 특성과 실행 요인의 상관관계에 따라 모두 다르게 정해진다. 위 논문의 조직에서는 직무만족과 조직몰입에 있어 보상체계가 공통적으로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지만, 다른 조직에서는 그 요인이 매우 중요한 상관관계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문화예술 공공기관 내부마케팅의 성공 사례

내부마케팅의 사례로 세종문화회관 유튜브 채널을 추천한다. 대부분의 문화예술 공공기관들은 사업 홍보 위주로 외부고객 대상의 SNS를 운영한다. 그러나 세종문화회관의 유튜브 채널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공공기관 타파하기’ 콘텐츠를 통해 공공기관의 분위기는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부수는 콘셉트로 기획했다. 직원들이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 카톡으로 동료 직원에게 고맙다고 말하기 등의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해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출처 : 세종문화회관 유튜브 채널 화면 캡처



세종문화회관 브이로그를 통해서는 각 구성원의 직무를 소개하며 소소한 직장 생활의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이는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 MZ세대에 어필하는 동시에 내부고객 서로가 알아갈 기회를 준다. 마지막으로 세종문화회관에 관심을 두고 있는 외부고객(예술분야 관심자, 구직자)에게 친근함을 유도하고 솔직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내부마케팅의 실행 요인 중 교육훈련을 돕기 위해 예술산업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아트모아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을 위한 다양한 강좌를 활용할 수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경우도 예술산업아카데미 중 ‘예술경영 리더십 패스파인더’ 과목을 내부 교육으로 시행한 바 있으며, 높은 만족도를 기록하였다.

MZ세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문화예술 공공기관들은 내부고객을 분석함으로써 서로가 시너지를 내며 외부고객들에 대한 서비스 향상과 경영 성과를 낼 수 있는 내부마케팅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보길 기대한다.



  • 필자 소개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기획경영본부장을 맡아 일당백의 팀장 두 명과 유능한 팀원 다섯 명의 도움으로 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전에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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