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3년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10개 경매사에서 진행한 145회의 국·내외 온·오프라인 경매를 통해 출품된 14,683점의 작품 중 7,426점이 낙찰되어 낙찰률 50.6%, 낙찰총액 800.3억 원을 기록했다. 낙찰총액은 직전 반기 ’22년 하반기 888.2.억 원 대비 9.9% 감소, 전년 동기 ’22년 상반기 1,450.7억 원 대비 44.8% 감소를 보였다.

[최근 3년(’21년~ ’23년 상반기) 반기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 및 추세 그래프∥단위 : 백만원 / %]


경매시장은 ’21년 하반기 최고점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인 하락을 보이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최근 세계 주요 경매사들의 경매총액 또한 급감했다는 기사1)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미술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센터에서는 ’23년 상반기 미술시장의 주요 이슈를 파악하고, 하락의 원인을 분석하여 다가오는 하반기 미술시장을 대비하고자 ’23년 상반기 한국미술시장 결산 및 하반기 전망 좌담회를 마련했다. 홍익대학교 주연화 교수가 모더레이터를 맡았으며 아트미츠라이프 조윤영 대표, 갤러리 그림손 심선영 디렉터, 스페이스K 이장욱 큐레이터, 서울경제 조상인 기자가 참석했다.

  • 일시 / 장소 :
    2023. 7. 19. (수) / 메이플레이스호텔
  • 사회 :
    주연화(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 참석자 :
    조상인 (서울경제신문 기자)
    조윤영 (아트미츠라이프 대표)
    심선영 (갤러리 그림손 디렉터)
    이장욱 (스페이스K 큐레이터)


2023 상반기 미술시장 동향 및 이슈

그림손 갤러리 심선영 디렉터는 지난 ’21, ‘22년에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미술시장의 호황을 경험했으나, 현재는 팬데믹 이전인 ’19년과 비슷한 거래 추이가 나타나고 있음을 설명했다. 시장 조정의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호황기에 적극적으로 작품을 구매했던 신규 콜렉터들의 구매가 멈추고 구매했던 작품을 판매하고자 하나 판매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전체적인 거래가 줄었다고 평가했다. 서울경제 조상인 기자는 고가 작품의 거래가 줄어들고 있음을 우려했다. 호황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거래절벽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구매자들이 가격 조정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거래의 시점을 지켜보는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번 커졌던 시장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남아있음을 전했다. 반면, 상반기에 더프리뷰 성수를 개최한 아트미츠라이프 조윤영 대표는 시장이 조정기에 있다는 언론보도 등을 접하며 아트페어 개회에 여러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판매율이 전년도 대비 25% 정도 증가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미술시장 고객 트렌드 변화 속에서 자신의 취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젊은 콜렉터들을 타깃으로 한 전략이 판매율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보았다.

전반적으로 미술시장은 조정기에 있지만 소비자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아트페어의 관람객 수도 호황기였던 ‘22년에 비해 더 많아지는 추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상반기 미술 시장은 어떤 이슈들을 품고 있었을까?
조상인 기자는 고미술품에 대한 관심 증가를 ’23년 상반기 경매시장의 이슈 중 하나라고 꼽았다. 상반기 미술품 경매 낙찰 최고가 작품은 ‘제48회 마이아트옥션 경매’를 통해 낙찰된 작가 미상의 <백자청화오조룡문호>이다. 이는 최근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 특히 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른 결과로 풀이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고미술 시장이 완만한 성장세를 보였다기 보다는 최고가 작품이 고미술품으로 등장한 것이어서 고미술 시장이 커지고 있다라고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인 것으로 평가하였다. 즉,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은 긍정적이나 한국 고미술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 미지수임을 강조했다. 고미술에 대한 관심은 고미술 전문 경매회사인 ’마이아트옥션‘의 선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23년 상반기 낙찰총액은 약 157억 원으로 상반기 낙찰총액의 약 19.6%를 차지하였으며. 이는 케이옥션 37.1%, 서울옥션 34.8%를 잇는 높은 비중임을 강조했다. 이는 마치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와 같이 한국도 3대 경매사 체제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주연화 교수는 미술시장의 하락과 반대로 미술관 관람객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설명하며, 시장뿐 아니라 미술관에서도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타나고 있다 전했다. 스페이스K 이장욱 큐레이터는 미술시장과 미술관에 나타나는 한국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워풀한 적극성”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미술품 구매와 관람에 있어 다른 국가와 다른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술품 혹은 미술 전시를 소비함에 있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 한국미술의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실제로 관람객들이 생산한 수많은 콘텐츠들이 스페이스K가 해외의 주목을 받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주연화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이장욱 스페이스K 큐레이터

조상인 서울경제신문 기자

하반기 미술시장을 위해 한국미술의 다양화에 대한 고민 필요

앞서 살펴본 상반기 미술시장 결산을 통해 미술시장이 호황기에 비해 위축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위축 속에서도 몇 가지 긍정적인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미술시장의 성장을 위해서 하반기에는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까?

먼저, 한국미술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과연 ‘한국미술’은 무엇인가? 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에 모두 공감했다. 조상인 기자는 ‘어디까지를 한국미술로 볼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디아스포라 작가들과 그들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최근 디아스포라 작가들의 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다. 이들과 한국미술이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시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장욱 큐레이터는 최근 스페이스K에서 개인전을 펼치는 제이디 차를 예로 들며, “우리의 헤리티지를 가지고 있는 디아스포라 2세들까지도 안는 게 한국미술의 미래다.”라는 생각이 필요함을 전했다. 디아스포라 작가를 통해 한국의 미술과 문화를 한반도에서 나아가 수많은 영토에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로의 활용이 필요하다.

조상인 기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브랜드 패키징’을 해서 내보냈던 게 단색화라면 지금은 실험미술에 대한 브랜딩이 잘되었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이런 과정을 통해 향후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학습해야 하는지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작가들이 어떻게 미술사에 맥락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브랜드화 할 것인지를 고려하여 향후 발굴하고 육성시켜야 될 부분을 명확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와 더불어 이장욱 큐레이터는 앞서 소개된 단색화와 같이 미술사 흐름에 들어갈 수 있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 미술시장에서 미술관의 역할이라고 조언했다. 하나의 브랜드가 구축되면 마치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것’처럼 단순히 어떤 콜렉터가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의 문제를 떠나 무조건 소장해야 하는 작품으로 인식되며 가격의 상승은 물론 시장 조정기에도 거래가 지속될 힘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심선영 갤러리 그림손 디렉터

조윤영 아트미츠라이프 대표

조윤영 대표는 미술품 거래에 있어 분산투자와 플랫폼 활성화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다. 현세대는 투자와 플랫폼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플랫폼들이 활성화된다면, 활성화 과정에 일련의 문제는 존재하겠지만,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컬렉터만이 아니더라도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은 분명히 생길 것임을 전했다. 주연화 교수 또한 투자적 수요가 시장을 위험하게 만들지만, 들어온 그 자금의 양이 시장을 돌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장욱 큐레이터는 아트페어를 비롯한 미술시장은 결국 ‘마켓’이기 때문에 외부 유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또한 소비자가 접근하기 용이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시장의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고 전하며, 해외 콜렉터들이 프리즈 개최를 계기로 한국에 방문했을 때 소비와 경험을 이어주는 인프라를 만들고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은 여전히 양적완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에 그동안 갇혀 있었던 보복 소비가 한국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물꼬를 트는 것, 그것이 하반기에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주연화 교수 또한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한국시장 자체가 아니라, 한국시장을 플랫폼화하여 한국미술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아시아 미술시장에서 1위인 중국을 어떻게 끌어올 것인가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즉, 아트페어들이 어떻게 글로벌 컬렉터들을, 특히 중국 컬렉터들을 유치할지는 굉장히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주연화 교수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미술계는 결국 작가가 경쟁력임을 전하며 작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선영 디렉터는 블루칩 작가의 거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지만, 실험적인 작가들을 비롯해 40-60대 미드커리어에 있는 작가들의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 실정을 전했다. 이와 더불어 “과연 다음의 세대는 누구를 찾을 것인가”가 가장 큰 고민이며, 아트페어, 기획전시, 판매까지 모든 것을 같이 봐야하기 때문에 작가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주연화 교수는 시장을 냉정하게 살펴볼 때, 글로벌 시장에서 활동하는 백남준, 이우환, 이불 등이 페인팅 작가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미술계의 중견, 중간 매개자들에 대한 관심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탐색하여, 시장에서 팔리지 않더라도 다양한 작가군을 발굴하는 노력 속에서 한국 작가들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전했다. 조윤영 대표는 최근 ‘중견작가를 위한 페어 개최’에 대한 요청을 받았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한국의 중견작가, 작업 세계가 명확한 작가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재조명할 수 있는 시장이 있어야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상인 기자는 ‘22년 호황을 이룬 갤러리를 예로 들며, 새롭게 발굴한 한국의 젊은 작가 그리고 발굴되지 못한 새로운 원로급 작가, 그리고 적극적으로 수입한 해외 젊은 작가들을 통해 성공적인 세일즈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고유한 한국작가를 발굴하거나, 가능성이 있는 젊은 작가를 성장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3년 상반기 미술시장의 축소는 부정할 수 없으나, 좌담회에서 논의된 내용처럼 성장에 대한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함에 모두가 동의했다. 무엇보다 미술시장도 시장임을 인식하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의 ‘슬로우 다운’이라는 기점 자체가 10년 뒤에 보면 결국은 큰 성장 속에서 조정 기간이지 않을까? 시장의 흐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각자의 노력을 다한다면 다시 한 번 미술시장의 호황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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