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공연시장에서 공연 관객개발은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주제이다. 아트코리아랩은 지속적인 공연 관객개발을 위해 다양한 담론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실천 과제를 도출하고자 한다. 이번 좌담회는 그 논의의 첫 시간으로 클래식, 뮤지컬, 축제, 아동·청소년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패널들을 모시고 관객 개발이라는 다소 큰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일시 :
    2023. 7. 17. (월)
  • 장소 :
    예술경영지원센터 영상회의실
  • 사회 :
    박병성(공연칼럼니스트, 공연한오후 대표)
  • 참석자 :
    오준석(연출가, 엠제이플래닛 대표)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 소장)
    윤보미(부천아트센터 팀장)
    임선진(시작프로덕션 대표)
    정인혜(예술경영지원센터 팀장)

다양한 입장에서 본 관객개발

관객개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동의할 것이다. 공연 관객개발이라고 해도 뮤지컬과 축제, 아동·청소년 등 각자 처해 있는 위치에 따라 관객개발의 의미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오준석 : 2020년 ‘연극의 해’를 맞아 다양하게 논의하면서 청소년 관객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 청소년은 학교 단체 관람이나 부모님이 선택해준 공연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자기 선택권이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자기 선택으로 공연을 관람하고 감동을 받아서 지속적인 공연 관객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유경숙 : 공연 쪽에 있다가 축제 분야의 일을 하고 있는데 축제와 공연의 공통분모가 많기 때문에 축제라는 그릇 안에서 공연 콘텐츠를 다루게 된다. 그런데 공연은 공연장 밖으로 나갔을 때 활용도가 적다. 다른 분야에 비해 공연계가 확장성에서 전략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이후 문화 소비자들이 전시 쪽으로 많이 옮겨갔다. 공연에 비해 전시는 시간대도 자유롭고 브랜드 있는 전시가 오기 때문에 일정한 작품성이 담보된다. 신규 문화 잠재고객들이 공연보다는 전시를 비롯한 타 장르로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공연이 타 장르에 비해 굉장히 불리한 상황이라고 본다.

윤보미 : 클래식은 일회 공연이 많긴 하지만 공연 수도 많고 시장이 점점 커지는 추세이다. 팬데믹 기간에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노출된 아티스트들이 브랜드화되면서 팬덤이 생겼다. 클래식 기획사를 운영하다가 공공극장에 오게 됐는데 공공극장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낀다. 민간에서 아티스트를 발굴하여 브랜드화하면 공공극장에서는 시장과 연결하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줘야 한다. 특히 순수예술은 사전 교육이 되어야 접근이 가능하다. 예술교육의 첫 단추를 잘 끼우고 민간에선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공공극장이 소개하는 프로세스가 잘 정착되어야 한다.

임선진 : 뮤지컬은 공연시장을 선도하는 장르다. 뮤지컬 분야도 인지도 있는 작품에 관객이 쏠리는 현상이 있지만, 시장 성장과 더불어 덜 알려진 작품들까지도 관객이 넘어오는 낙수효과가 발생한다. 전시 관객이 증가한다고 해서 뮤지컬 관객을 빼앗겼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양한 문화 경험이 증가할 때 공연 관객개발도 가능하다고 본다. 잠재적인 관객인 학생들에게 공연과 만나는 경험치를 쌓아가게 하는 게 중요하다. 유튜브든 또 다른 미디어든 그들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만나게 하는 게 효과가 있다.

박병성 공연칼럼니스트

윤보미 부천아트센터 팀장

지속적인 신규 관객개발을 위하여

관객개발을 위해 우선 각 분야 시장의 상황부터 점검해야 한다. 각 장르마다 특성과 상황이 다르고, 같은 장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고 경험을 누적하는 리서치와 DB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오준석 : 아동·청소년 시장은 지자체 초청이든, 축제 참여든 작은 규모의 다양한 B2B 형태로 유통되는 시장이 큰데, 이런 시장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지자체나 교육청이 소비자인 다양한 시장이 있는데, 이 시장을 위한 아트마켓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유경숙 : 공공극장이 관객개발의 역할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극장의 지역 관객이 얼마나 늘었고, 공공극장에서 어떠한 교육이 있었으며 어떻게 시민 향유에 기여했는지 살필 수 있는 지표를 만드는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것을 평가할 데이터가 없다 보니까 흥행이나 모객 수치로만 평가받게 된다. 그러다 보니 공공극장도 단기적인 시각에서 유명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어려움이 있다.

유경숙 : 지역마다 특성이 있고 그에 따라 똑같은 공연이라고 하더라도 반응이 다르다. 지역 극장은 고정적으로 흥미롭게 바라봐주는 관객들을 DB 관리해야 한다. 정보지를 보낸다든가, 다양한 방식으로 관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꾸준히 회원 관리를 하는 지역 공연장은 지속적인 결과가 유지되는데, 그렇지 않은 공연장은 유명인이나 브랜드에 따라 결과가 들쭉날쭉하다. DB는 공연장을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 근육이 될 수 있다. 지역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이라든가 다양한 지표 아래 개별적인 공연 결과 DB가 쌓이면 지역 관객개발을 위해 마케팅에 대한 소스를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공연 DB를 활용한 성공 사례가 나와야 하며, 이를 알려야 빨리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임선진 : 지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영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담당자가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 관련 정보나 DB가 제대로 쌓이지 않는다. 자료가 있어도 그것을 분석하고 파악할 수 있는 사람들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관련 부서의 담당자가 자주 바뀌다 보니 1~2년이 지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정인혜 : 공연 DB에서 활용을 제약하는 요소가 ‘소비자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영국에 관객개발을 위한 툴을 제공하는 시스템이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그 시스템을 이용해서 관객 설문조사와 더불어 각 공연과 단체의 잠재관객을 분석하고 어느 정도까지 잠재관객을 개발할 수 있는지 인사이트를 뽑아주는 시스템 연구를 하고 있다.

윤보미 : 클래식 분야의 관객층은 크게 두 부류인 것 같다. 클래식 교육을 받았거나 관심이 있는 전통 마니아층과 유튜브나 다른 미디어를 통해 스타를 쫓아 진입한 관객들이다. 예전에는 ‘앙상블 디토’와 같이 민간 클래식 기획사에서 브랜드를 만들면서 스타 마케팅이 시작됐는데, 최근 SNS가 활성화되면서 스타 아티스트의 브랜드가 폭발적으로 확장되었다. 그리고 영화 OST나 게임 음악 콘서트가 늘어나고 <팬텀싱어>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객이 확장되고 있다.

임선진 : 점점 미디어의 영향이 커지는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연극배우와 뮤지컬 배우가 출연하기도 하고 신구 선생님이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나와 작품을 홍보하시기도 했다.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새로운 관객들에게 소개되고 이 영향을 받아서 공연에 진입하는 관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공연 관객 개발의 어려움, 그 해법은

임선진 시작프로덕션 대표

오준석 연출가(엠제이플래닛 대표)

관객개발에 관해 모든 사람이 필요성을 인정하고 나름대로 방법을 제안하지만, 실천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공연 관객개발을 위해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공연의 경쟁력, 그리고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관객개발을 위해 집중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주제에 대해서도 들어봤다.

오준석 : 청소년의 경우 학교 단체 관람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코로나19나 국가적 재난이 발생한 후 단체 관람이 위축되었다. 한번은 연극 수업에 애정을 가진 선생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공연장까지 오기 위해서 어떤 허락과 절차를 받아야 하는지 프로세스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열정이 없이는 너무 힘든 과정이었다. 교육청이나 관련 기간이 이런 절차를 행정적으로 간소화해 준다면 청소년들이 공연을 볼 기회가 많아질 것 같다. 지난 여름 ‘내가 선택한 나의 첫 뮤지컬’이라는 청소년 뮤지컬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잘되지 않았다.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청소년들이 생각보다 공연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청소년들이 개별적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문화가 거의 없다는 걸 확인했다.

유경숙 : ‘공연이 다른 장르 콘텐츠에 비해 재미가 있는가?’를 먼저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많은 통계에서 공연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결국 우리는 좋은 작품이 꾸준히 나오지 않는 이유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관광 트렌드를 보면 개별 관광객들이 스스로 재미있는 것을 찾아가고 있다. 좋은 소스만 있다면 이제는 알아서 찾아가는 시대가 되었다. 8만 원짜리 딸기 뷔페가 매진되는 시대다. 요즘 젊은 세대는 비싸도 재미있고 나를 만족시키면 찾아간다. 웹툰이나 영화 넷플릭스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다양한 소재와 형식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공연은 상대적으로 시대 변화에 더디게 반응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윤보미 : 지금까지 클래식 시장이 스타 아티스트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면, 이제는 클래식도 프로덕션 중심으로 가야 할 것 같다. 다른 장르와 결합을 하든지, 콘텐츠 자체가 브랜드가 되어야 시장이 확대될 텐데 스타 한 명에 의존해서는 커지기가 힘들다. 클래식도 작품 지원 이외에 프로듀서를 지원하고 양성하는 제도가 나와야 한다.

유경숙 : 해외 교육 과정을 보면 유년 시절부터 박물관 등 문화공간 현장 체험 교실을 정규화하고 있다. 연극 클래스를 학교 과정에서 배운 이들이 많다. 연극은 치유나 소통, 상대방의 이해 등 다양한 교육적 효과가 있다. 교육부나 문체부에 이런 점을 강조해서 예술 과목을 고정적인 교과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미 지자체 교육청 예산에 학생들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비용이 적지 않게 편성되어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비용이라도 공연 쪽에 효과적으로 쓸 수 있게 오피니언 리더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인혜 예술경영지원센터 팀장

유경숙 세계축제연구소 소장

임선진 : 우리 내부 시장은 다들 잘 아니까 해외 시장 리서치 자료가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나라마다 시스템이나 환경이 다르지만, 해외 우수 사례라든가 해외 상황을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오준석 : 한 지역 관계자와 이야기를 했는데 인구 소멸 지역이라 지역 어린이집의 어린이를 다 모아도 극장을 채울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극장을 벗어나면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을 공연장으로 데려오려고만 하지 않고 극장 밖으로 공간을 확장에서 관객들을 쉽게 만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유경숙 : 지금 외국인 공연 관광객의 규모가 워낙 작다 보니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는데, 국내 외국인 예약자들이 어떻게 정보에 접근하고 실제 예매까지 이르는지 그 경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주로 공연 관계자들끼리 내부 시각에서만 논의가 머물곤 하는데 소비자의 시각에서 관객개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기적인 관객개발을 위해서도 대학로를 명소화하는 작업에 빨리 집중해야 한다. 대학로는 소극장 120여 개가 모여 있는 공간이다. 전 세계에서 이 정도의 공간 매력도를 지닌 곳이 많지 않다. <웰컴! 대학로>가 그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퍼레이드를 통해 축제를 부각했는데, 이제는 대학로 공간 자체를 부각하는 노력을 대대적으로 벌여야 한다.

  • 필자 소개

    현 공연한오후 대표. 전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 편집장, 전 <공연전산망> 편집장. 대학에서 뮤지컬과 공연산업에 관해 강의하고 있으며, 한국일보 ‘박병성의 공연한 오후’ 및 다양한 지면에 공연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뮤지컬 탐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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