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작가가 아니라 관객이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변기’를 전시한 프랑스의 미술가 마르셸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이 한 말이다. 뒤샹의 이 말만큼 예술에서 관객 즉, 팬덤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 또 있을까? 예술은 결국 팬덤과 함께 만들어가는 산업이다. 이는 현대뿐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랬다.

팬덤에 의해 전파되는 예술 작품

클래식 음악 작곡가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음악은 당시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1784년 바이에른 왕국에서 개최된 연주회에서는 수많은 관객이 모여들어, 이를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작곡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1827년, 베토벤의 장례식에서는 약 2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집결하여 그를 기렸다. 이 일화는 ‘팬’이라는 단어 없이도 ‘팬’을 설명하고 있다. 초기 음악의 팬덤은 작품이 개인과 정서적으로 강하게 연결되고, 작곡가를 추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직도 이들의 음악이 많은 예술가를 통해 재해석되고 세대를 넘어 전파되는 것을 보면,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를 실현하는 데 팬덤의 영향력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왼쪽) 모차르트, (오른쪽) 베토벤 (출처 : 위키피디아)

지금도 전시, 공연, 도서 등의 형태로 창작하는 순수 예술가들이 ‘애호가’라 불리는 팬덤의 지지를 받으며, 이를 창작에의 숨은 동력으로 삼고 있다.

팬덤은 전 분야에서 고려하고 있는 전략

최근 미디어 동향이나 마케팅 트렌드를 보면 유명 브랜드, 콘텐츠와 미디어, 크리에이터, 스포츠, e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팬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국내 굴지의 대기업 회장의 신년사나 커머스를 중심으로 하는 유통가에서도, 소비자와 고객을 팬덤으로 육성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기도 하다. 이제 팬덤은 단순한 인기몰이를 넘어서 다양한 산업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위한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비마이프렌즈 박한나 CMO (제공 : 비마이프렌즈)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 전문 기업의 CMO이자 팬덤을 공부하는 연구자로서, 팬덤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구축하며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많은 사례를 만났다. 그중에서도 특히 예술 산업 중 하나인 K-POP을 보며 ‘글로벌 팬덤이 가진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비마이프렌즈가 가진 풍부한 경험으로 보았을 때, K-POP의 팬덤 비즈니스는 크게 세 가지 요소를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IT 인프라의 발달, 글로벌 팬덤, 스토리텔링”

K-POP은 국적, 세대, 문화를 초월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그 비결엔 역시 모든 경계를 지우는 ‘글로벌 팬덤’이 있다.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IT 인프라로 구현한 팬덤 플랫폼에 글로벌 팬들을 모으고, 이 안에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양방향 소통으로 팬덤의 크기와 깊이를 다지게 했다. 이런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한 데에는 ‘스토리텔링’이라는 무기가 있다. 각자의 스토리를 가진 아티스트들이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통해 팬들과 깊게 교감하며 더 많은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2023 마마무 월드투어 ‘MY CON’ 팝업 스토어@싱가포르 (제공 : 비마이프렌즈)

이 세 가지 요소를 필두로 K-POP 팬들은 좋아하는 것에 소비하는 사람을 넘어 ‘내 가수’의 든든한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자리매김했다. 팬덤과 함께 이룬 K-POP의 성공담은, 이제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산업에 매력적인 청사진을 심어 주고 있다.

순수예술 분야에서 팬덤 비즈니스를 적용하는 데 고려해야 할 특수성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팬덤 비즈니스를 도입하고 있다. 한 예로 국내 최초의 사립 미술관인 간송미술관의 팬덤 플랫폼 ‘간송 커뮤니티(kansong.bstage.in)’를 들 수 있다. 간송 커뮤니티는 가장 먼저 팬 커뮤니티부터 오픈해 간송 후원인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이들을 위한 도서 연계 강연 프로그램 『간송의 명화들』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진행했다. 이후 후원인들이 간송미술관에서 제작한 도록을 구매할 수 있도록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숍을 개설했다. 간송 커뮤니티는 소수에게 확실한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순수예술 분야에서의 남다른 팬덤 비즈니스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간송미술관 팬덤 플랫폼 ‘간송 커뮤니티’ 메인 홈·숍 화면

이렇듯 순수예술 분야에서는 ‘애호가’ 혹은 VIP의 특성을 반영해, 팬덤 플랫폼을 일부 팬의 혜택이 활성화된 멤버십 전용 공간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 팬 중에 핵심 팬을 한 번 더 선별 관리해 폐쇄적인 운영을 하는 것이다. IT를 통해 구현된 팬덤 플랫폼에서는 구독 경제의 모양을 한 멤버십, 팬 참여의 정도에 따른 리워드 프로그램(보상 시스템) 등의 기능을 통해 핵심 팬덤 전용 혜택을 다양화하고 있다.

여기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업계마다 팬덤의 특성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K-POP 업계나 간송미술관이 시도하는 팬덤 비즈니스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각 예술 장르와 그 팬덤의 특성에 맞는 소프트한 온보딩과 편의성 개선이 필요하다.

예술은 팬덤과 함께 성장하는 산업

결국 순수예술에서 팬덤 비즈니스는 다른 게 아니다. 순수예술의 팬덤인 ‘애호가’ 집단을 한곳에 모아, 이들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팬덤 비즈니스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이제 팬덤을 이해하고 그들과 동반 성장하는 것, 이를 위해 IT 인프라를 활용해 글로벌로 커지는 것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예술은 IT와 시너지를 냈을 때 시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것이다. 전 세계 팬들과 호흡해 오래도록 많은 곳에 전파될 것이다.

모든 예술은 팬덤과 함께 성장하는 산업이다.

  • 필자 소개

    현 글로벌 팬덤 비즈니스 기업 비마이프렌즈(bemyfriends)의 CMO이자 포브스 커뮤니케이션 카운슬 멤버. 삼성전자 MX사업부 글로벌 마케팅 전략 커뮤니케이션실, 자율주행 스타트업 비트센싱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총괄을 역임하는 등 17년간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경험해 온 마케팅 전문가. 비마이프렌즈에서 전 세계 브랜드, 아티스트 및 크리에이터의 팬덤 비즈니스를 이끌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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