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모습지난 8월 ‘전문무용수, 우리의 미래는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무용수와 무용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을 초대하는 자리를 기획하였다. 기획 배경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하 센터)에서 일한 지 1년 반을 넘기며, 과연 무용수들의 목소리가 사업에 잘 반영되고 있는지,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현장의 요구를 수용하고 있는 것인 지, 우리가 무용수들의 의견을 잘 알아듣고 있는 것인지 점검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가장 큰 이유였다. 센터 입장에서는 무용계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잇는 다리 역할을 더 잘해야 한다는 절박함도 있었으며, 2007년 설립 이래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고, 더 큰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라는 인식도 있었다.

어떤 일이든 목표를 잘 세워서 그것을 바라보고 진행해야 하겠지만, 지원사업은 특히 그 목표를 세우는 것 자체가 사업의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표를 잘못 설정했을 경우, 지원 대상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과 지원하는 내용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고, 이러한 불합치는 많은 돈을 쓰고도 불만만 낳는 결과, 즉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춤을 값진 선택으로 여기고 그 선택이 생명력 있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모든 분들을 초대했다. 특히 토론회는 보통 행하여지듯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서 구체적인 안이 도출되도록 ‘오픈스페이스 연구소’와 협력을 통해 개진된 의견이 센터의 사업뿐만이 아니라 나아가 우리나라 문화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 가고자 하였다. 우연한 기회로 오픈 스페이스 테크놀로지(OST)를 경험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내는 그 힘에 많은 감동을 받은 때라 토론회 4회를 거치며, 무용계의 현실에 대한 인식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시작하였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만은 않았다. 무용계 현실에 대해 얘기할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웹메일로 초대장도 보내고 전화도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나 8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대학로에 위치한 일석기념관 6층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토론회는 3회를 진행하는 동안 참가 인원이 점점 줄었다.

사실 처음 기획 당시, 내부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움직임을 통해서 말하는데 익숙한 무용수들이 과연 토론회에 참가해 얘기를 하겠냐는 거였다. 하지만 나는 일단 시작이 반이란 생각으로 진행하기로 하였고, 동료들도 적극 지원을 해 주었다. 우리들이 무용을 사랑하는 분들을 토론회에 초대하며 던진 물음은 아래와 같은 것들이었다.

무용수들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힘들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가?
다른 길은 정말 없는가?
무용수로서 무대에서 관객과 더 자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방 활동 무용수들이 더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무용에서 은퇴한 후의 삶은 어떤 것인가?

토론회 참석한 무용 관련자들이 직접 작성한 '무용'에 대한 질문지

이러한 물음에 참가자들은 적은 수이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얘기들을 쏟아내었다. 1차 토론회는 대주제 ‘전문무용수, 우리의 미래는 무엇인가?’를 중심으로 몇 개의 소주제를 끌어내 열띤 토론을 하였고, 각 소주제에 대한 관심도 투표를 통해 ‘전문무용수들은 무용을 직업으로 인식하고 있는가?’와 ‘무용의 대중성은 어디까지이며,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는 방안은?’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2차 토론회에서는 1차 토론회 참가자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 ‘무용수 직업화’, ‘무용 활동의 대중화 방안’이라는 두 개의 소주제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였다. 10월의 3차 토론회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전후 20년씩 총 40년간 무용계의 역사를 짚어보는 시간을 시작으로 ‘무용 활동의 대중화 방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토론이 이루어졌다. 마지막 11월 21일(토) 11시 대학로 일석기념관에서 열릴 최종회는 1, 2, 3차 논의를 기반으로 향후 실천방안(Action Plan)을 구체적으로 마련하는 시간으로 진행한다.

우리 앞에 놓인 걸림돌이 무엇이고, 또 우리 앞에 펼쳐질 기회는 무엇인지 함께 만나 마음껏 수다를 떨 수 있는 소통의 장을 펼쳐, 이 장을 예술계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과 앎이 있는 장이 되도록 만들어 보려던 우리의 큰 꿈은 이번에는 작은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이 큰 움직임을 만드는 첫걸음이 되리라 믿는다.

참고
‘전문무용수, 우리의 미래는 무엇인가’ 토론회 내용 및 안내




황유경

필자소개
황유경은 2001년 과천마당극제를 시작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울프린지페스티벌, 예술의전당, 세계통과의례페스티벌, 서울국제무용콩쿠르, 전국평생학습축제, 서울와우북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에서 경험을 쌓았다. 현재는 전문무용수지원센터에서 국제교류와 무용수 직업 창출 및 전환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이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쓰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늘 뭔가를 꾸미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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