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 식구들 보세요.

언제나 그렇듯이 일 년을 다 바쳐 준비했지만 정작 3일 내내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우리들의 축제는, 책상 위를 메우고 있는 영수증과 고지서로, 정리해야 할 서류들로, 네티즌들이 홈페이지에 남긴 글로, 그리고 각자의 심장으로부터 천천히 되새김 되어오는 전율의 기억들로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벌써 다음 축제를 위한 마음의 준비는 시작되었을 터지만, 그래도 올해보다 더 나은 내년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개인에게 주어진 몇 달간의 시간은 아주 중요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함께 또 하나의 축제를 만들어야 할 선배이자, 동료로서 이 기간 동안 각자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Y

일을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꿋꿋이 페스티벌의 얼굴 역할을 해준 Y는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리라 생각하지만, 그 중 가장 피부로 느꼈던 것은 바로 ';글줄';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인터넷과 미디어가 발전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사람을 감동시키고 움직이는 것은 바로 글줄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기자를 감동시켜 신문에 몇 줄 기사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쓴 글들이 담긴 홍보물을 보는 것만으로 사람들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고,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송나라 문장가인 구양수는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을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조건으로 이야기 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그저 많이 보고, 쓰고 생각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들을 통하여 많은 감동을 느끼라는 ‘다감(多感)’의 교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글로 감동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로 글로 남을 감동 시킬 수 없습니다. 이 기간 동안 Y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만한 글을 만나고 써보는 것은 어떨까요.

2009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페스티벌 운영과 인력 운용을 맡고 있는 S와 C

이번 페스티벌 내내 정말 수고했습니다. 페스티벌의 전체를 진행하고, 모든 자원봉사자와 스태프들을 통솔하기 위하여 행사장을 쉴 새 없이 누비는 당신들을 보면서 내 몸을 찢어서라도 둘로, 셋으로 나눌 수 있다면 당신들 옆에 붙어서 일을 거들고 싶었습니다. 한 종류의 사람들만 만나고 소통하면 되는 다른 파트의 스태프들과는 달리 여러분들은 관객도, 아티스트도, 관계자도, 자원봉사자도, 스태프도 다 만나야 하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입장을 모두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때문에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 있을 때, 이러한 경험들을 골고루 해보면 좋겠습니다.

문화는 서로의 방향이 틀릴 뿐, 높고 낮음이 없다지요? 천 개가 넘는 대한민국의 축제들 중에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축제가 어디 있겠습니까.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다 소중한 축제고, 무언가 즐길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축제는 관객으로, 어떤 축제는 자원봉사로, 어떤 축제는 스태프로, 또 가능하다면 아티스트로 다른 축제에 참여해 봅시다. 그렇다면, 당신들이 만드는 우리의 다음 축제는 참가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겠지요.

2009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해외 업무와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N과 J

남들은 한두 개 해외팀의 초청공연도 바쁘고 힘들다고들 하는데, 해외 30여 팀과 국내 70여 팀을 책임지고 관리한 당신들은 진정한 챔피언~! 당신들의 수고로 인하여 제가 받은 감사와 칭찬을 다 돌려드리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좀 쉬어야 할 시간이지만 한 가지 부탁을 드립니다. 바로 영어공부입니다. 아티스트나 그들의 매니지먼트사와 이메일을 주고받거나 전화통화를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의 페스티벌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과 아티스트의 리서치, 해외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끊임없는 교류를 위해서도 영어에 대한 포괄적인 습득이 필요합니다. 언어는 문화를 담고 있으며 그 문화의 결정체가 예술입니다. 언어의 연마를 통해 그들의 문화와 예술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내실 있는 축제를 만들 수 있을 것 입니다.


회계와 사무업무를 담당하는 H

밖에서는 시끌벅적 도시 전체에서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사무실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H에게는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그리고 다른 업무의 직원들이 페스티벌을 끝내고 이제 조금 숨을 돌릴 시기인데 H의 책상에는 매일매일 서류가 쌓여 가는군요. H에게는 특별히 체력을 보충할 것을 당부 드립니다. 어쩌면 우리 사무실에서 자기개발보다 중요한 것이 체력연마일 수 있습니다. 주 7일 근무에 규칙적인 야근, 불규칙한 식사와 저단백 고지방 야식으로 인해 직원들이 같은 체형으로 변해가며 이로 인해 동지의식이 돈독해지는 작금의 현실은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체력을 연마해서 쓰러지지 말고 끈질기게 버티십시오. 그래야 몇 년 후, 우리가 지금 고생하며 준비한 것들을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돈오점수라는 말 아시죠?

준비하는 것은 일 년이지만, 당신들이 페스티벌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순간입니다. 개인에게 주어진 몇 달간의 시간 동안, 각자에게 필요한 것을 적절히 준비해서 내년 페스티벌에는 극강의 희열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저요? 저는 살 좀 빼야하는데…. 저도 여러분들 옆에서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 10시에 웃는 모습으로 만납시다.





필자소개
계명국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LG아트센터 공연기획팀에서 근무했으며 2007년부터 (사)자라섬청소년재즈센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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