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극단의 대표이자 공연 프로듀서, 라는 직함은 스스로에게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프로듀서는 창작자들과 작품 개발 초기에 함께 고민하며 발전시키고 마지막 공연을 올리기까지의 전 과정을 함께한다. 또한 재원 확보 및 공연이 끝난 후 손해 난 제작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엄청난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극단의 공연들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백퍼센트 마이너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원을 받는다 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러한 ‘마이너스’는 곧 프로듀서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며 의무이다.

<해무>
그래서 대부분의 극단은 작가나 연출가가 대표이며 프로듀서를 겸한다. 본인 작품이기 때문에 본인이 지원 받고 배우들과 같이 공동 책임을 지는 것이다. 어차피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에 서로가 부담이 없다. 하지만 현재 극단 연우무대 대표를 맡고 있는 나로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가나 연출가도 아니고 기존의 극단 시스템이 아닌 프러덕션 시스템으로 극단을 운영하다 보니 제작비용은 높아지고 수입은 그에 따르지 못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상업적인 작품을 할 수도 없고 이러다간 영원히 작품을 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요즘은 작품을 직접 써야 하나, 혹은 직접 연출을 해버려 등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대부분의 프로듀서는 뮤지컬과 같은 상업적인 대형공연이나 대중적인 작품을 만들고 그 수익을 기반으로 차기작을 준비한다. 또한 그런 작품에 투자도 활발하다. 그래서 그런 작품일수록 프로듀서의 목표도 명확하고 창작자들과의 역할 구분도 뚜렷하며 책임 소재 역시 분명해진다. 하지만 순수 예술을 지향하는 극단 시스템에서, 그것도 수입이 생기지 않는 구조에서 그러한 프로듀서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고민은 그뿐만이 아니다. 초기 창작 작업을 같이 해도 저작권은 창작자에게만 있고 최종 완성된 작품은 영원히 창작자의 이름으로 남아 있지만 프로듀서의 권한은 프러덕션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프로듀서는 창작자와 같이 협업을 하면서도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작품의 예술적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자괴감에 빠져 한동안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수익을 목적으로 내세우면 오히려 그런 고민은 덜 할 것이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어 돈도 벌고 싶은 마음은 창작자들과 마찬가지다. 그 접점에서 서로가 만난다면 최상의 작품이 나올 텐데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정말 해결할 수 없는 것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극단 역시 많은 관객을 원한다. 다만 작품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가 힘이 들 뿐이다. 창작자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욕망과 믿음으로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려는 경향이 있어 예술이 더 발전하고 깊은 성찰의 작품이 만들면서도 대중과는 점점 멀어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길삼봉뎐>창작자가 자기만의 세계에서 만들어 놓은 작품에서 프로듀서는 관객과의 연결 통로를 찾아 유료티켓으로 공연을 보고 즐기고 유쾌한 마음으로 돌아가 다시 공연장을 찾도록 만든다. 이렇게 각자의 역할이 세분화 되지 못해 서로의 고민이 쌓여가는 것 같다. 작품은 창작자에게 믿고 맡기고 그 외 부분은 프로듀서에게 믿고 맡기면 훨씬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대신 작품의 목적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여 프로듀서의 판단을 믿고 따르면 결국 현명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작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을 판단하고 정확한 타겟을 설정하여 예술적 성향의 작품은 연극제나 예술제를 통한 예술적 성과를 목표로 하고 대중적 관심을 받을 작품은 좀 더 폭넓은 보편성을 염두에 두고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창작자는 프로듀서가 결정하는 큰 목표와 방향을, 프로듀서는 창작자들의 창작 역량을 믿고 맡길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서 고민 되는 지점은 창작자와 프로듀서의 목표가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창작자는 과정의 목표가 예술적 성과이지만 프로듀서의 그것은 수익이다. 그래서 프로듀서는 두 얼굴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적 성과를 가지면서도 수익을 내야만 하고 수익을 내면서도 예술적 성과에 대한 아쉬움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만만찮은 현실이다.





유인수

필자소개
유인수는 극단 연우무대 대표로 프로듀서이자 배우로 활약하고 있다.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사이>, 연극 <해무> <길삼봉뎐> <칠수와 만수> <한씨연대기> <김치국씨 환장하다> <이>, 가족극 <사랑의 빛> <사랑은 아침햇살> <대장만세> <별이 된 물고기> 등을 제작했으며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이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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