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엔 하루에도 수십만 개의 동영상이 올라온다. 인터넷 웹을 서핑하고 정보를 활용하는 젊은이들은 다양하게 자신들의 가치를 확인하고, 전파한다. 이는 단지 웹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 전반에 걸친 현상이다. 젊은 예술가들은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낡은 집에서 전시를 하고, 노래방에서 작품 활동을 한다. 웹 공간은 만남 없는 살롱문화를 만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 유저들은 다시 현실의 공간에서 모인다. 현실의 공간에서 자신들의 예술을 선보이고 타인의 것을 감상하기 위해서이다. 이를 증명하듯 홍대지역은 언제나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꼭 예술 활동과 관람만이 아니라 문화의 향기를 체험하기 위해 특정한 문화영역에 모여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역에는 젊은 예술가들을 수용하기 위해 많은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문화공간은 예술가들의 실질적인 네트워크가 가능해야 한다. 작가의 공간이자 관람자의 공간이고 기획자의 공간이자 지역주민들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미술 전시장도 마찬가지이다. 작가와 기획자, 작가와 관객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시공간에서 일을 하면서 작가들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는 큐레이터의 예술적 신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콘텐츠를 만들고 그것을 실행하는 주체인 큐레이터의 생각이 전시의 방향과 성격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큐레이팅의 방식을 다소 직접적이고 거칠게나마 소개하고자 한다.

<미디어아트, 전기 나갔을 때 대처방안> 전시 작품

우선 큐레이터가 작가의 개인전을 준비할 경우에는 작가와의 오랜 교류에 기반하여 전시를 구성하는 기획 개인전으로 진행되는 것이 좋다. 창작 과정에 큐레이터가 개입하여 작품 준비에 도움을 주고, 그 과정에서 큐레이터는 작가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큐레이터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작품을 어떻게 전시로 선보이고 관객들에게 작품 이해를 요구하겠는가? 명심할 것은 작가 혼자 외롭게 전시를 만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획전일 경우 결코 전시 오픈 날 작가들과 처음 만나 인사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lsquo;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rsquo; 바로 작가들을 위해서이다.

물론 큰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게 작가를 섭외하는 것은 기획자다. 기획자는 작가들에게 물음을 던지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해 작가들은 작품으로 답한다. 좋은 질문이 훌륭한 대답을 이끌어낸다. 기획자의 물음은 큐레이터인 자신에 대해, 전시에 대해, 질문 자체에 대해 진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 다음 작가들이 좋은 답을 할 수 있게 참여 작가들과 긴 대화를 나눠야 한다. 대화의 과정은 전시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의 회의, 워크숍, 강연, 세미나 등으로 구성될 수 있다. 주제 기획전은 단순한 작가들의 ';단체전';이 아니다. 작가들이 기존에 선보였던 작품들을 전시한다 하더라도 전시의 주제에 대해 충분히 상의되어야 하고 전시에 참여하는 목적과 동기는 큐레이터와 작가가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미디어아트, 전기 나갔을 때 대처방안> 포스터
큐레이팅의 방식이 정리되었다면 전시의 구상 단계로 다시 거슬러 올라가보자. 전시의 주제는 어떻게 기획되는가? 의외로 아주 간단할 수 있다. 일례로 필자가 기획한 《미디어아트, 전기 나갔을 때 대처방안》전은 쉬운 데에서 시작되었다. 필자가 미디어 전시를 관람하는데 실제로 전기가 나갔다. 전시된 많은 미디어 장비들을 유지시킬 전기 에너지가 부족했던 것이다. 한참의 시간을 들여 모든 기자재들을 켜고 시스템을 복구하여 정상적으로 작품들이 작동되는 순간 바로 전기가 다시 나갔다. 이쯤 되면 누구나 생각한다. &lsquo;이거 최첨단의 미디어 아트라고 하더니 전기가 나가니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만!&rsquo; 바로 여기에서 전시기획은 시작되었다. 미디어아트가 전자기술의 힘에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가? 형식이 아니라 내용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작품의 진정성은 도대체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등 여러 가지 물음들은 또 다른 질문들을 만들어내었다.

기획은 질문하고 그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나 미술계 주변의 현상에 대해 예민한 더듬이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물음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혼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기획자나 작가, 이론가들과 끊임없이 교류해야 한다. 이 일련의 물음을 풀어내는 것이 바로 전시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이 과연 훌륭한 기획일까? 진지한 물음일까? 과연 실현될 것인가? 등등 많은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올 수 있다. 믿어야 한다. 왜냐하면 당신이 바로 기획의 주체이자 실행자이기 때문이다. 2009년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흔들리던 덕만 공주에게 김유신이 조언한다. &ldquo;자신이 옳다고 믿으셔야 합니다. 믿으셔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rdquo; 그렇다. 믿어야 한다. 예술이 삶의 가치를 드높이고, 예술이 인생을 바꿀 수 있음을, 진지한 질문이 주목받는 전시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예술가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야 서로 대화할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그리하여야 큐레이터라고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으며, 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질문들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백곤

필자소개
백곤은 서울시립대학교 환경조각학과와 홍익대학교 미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대안공간네트워크 사무국장, 토탈미술관 에듀케이터를 거쳐 현재 가능공간 스페이스 캔의 전시팀장으로 활동 중이다.《선무_세상에 부럼 없어라》《Door to Door 6- in Daejeon》《캔캔프로젝트 Show me your potential》《Lack of Electricity 미디어아트, 전기 나갔을 때 대처방안》전 등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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