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전제 하나 하자. 독립예술이 뭐냐는 문제. ‘자본으로부터, 제도로부터,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이거나 독립하려고 진심으로 발버둥치는 예술’ 정도로 일단 하자. 이게 간단한 문제냐는 핀잔은 나중에 따로 만나서 듣겠다. 미학적 측면, 완성도 문제 등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하고 나눌만한 다양한 요소들에 관한 것도 오늘은 그냥 논외로 하자. 하고 싶은 진짜 얘기에 집중하기 위해.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로고
2010년 내 주된 화두는 ';독립예술이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구체적인 해법 찾기';다. 자본력, 주류 사회의 제도적인 시스템, 덩어리진 권력의 이해관계 등에 의존하지 않고 말이다.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의 어떤 미디어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주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독립예술이 스스로 미디어를 소유하길 바란다. 세상과의 직거래 소통이라고나 할까. 예술을 대상화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스스로 참여하고 만들어가며 함께 파이를 키워가는 미디어를 만들자는 얘기다. 어렵고 엉뚱한 꿈이라도 일단 꿔보자. 자, 그럼 뭐부터 해보면 좋을까.


예술가여, 펜을 들어라

우선 예술가들이 직접 펜을 들면 좋겠다. 연출가든 배우든 작가든, 또는 음악이든 연극이든 미술이든. 역할과 장르를 넘어 서로의 작업들에 대해 자유롭게 떠들어대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서로 단순히 관객으로 참여해 주고 또 스스로 자극과 영감을 얻어가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인디언밥] 필자 미팅, 배우, 연출가, 무용ㅇ수, 뮤지션, 소설가 등이 필자로 참여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하는 예술가 처지를 서로 너무 잘 아는지라 “공연 잘 봤습니다.” “고생했어요.” 그 이상의 말을 건네기가 쉽지 않은 걸 안다. 또 이렇게 저렇게 얽혀 있는 예술계 관계망을 생각하면 공개적으로 작품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한 생각을 직접 나누기가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 점 때문에라도 독립예술 비평문화에 예술가들이 직접 펜을 들고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평론이 직업인 전문가 글에서 발견할 수 없는, 그저 공연 보는 것이 좋은 순수한 관객이 짚어내기 어려운, 진득진득한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불편한 심경까지도 유쾌하게 드러낼 수 있는 예술가 상호 비평 문화가 퍼진다면 좋겠다. 어쩌면 거기서 더 생산적인 기록들이 쌓여 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예술가여, 용기를 내어 수다를 떨자.


일상언어, 소통언어의 회복


다음은 독립예술이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다. 며칠 전 트위터에서 연극 기사나 리뷰들에 대한 대화를 하다 이런 답을 들었다.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을 전 잘 이해를 못하겠어요. 솔직히 저 같은 사람에겐 전문적인 리뷰는 너무 어려워요.”라는. 전문 평론가들이 쓰는 글을 비판하려는 속셈이 아니다. 다만 독립예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매개되기 위해선 새로운 소통의 언어가 필요하다는 얘길 하고 싶다. 그건 바로 사람들과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는 일상의 언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예술로부터 가르침을 얻고 싶어 하지 않는다. 창작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예술언어는 온전히 창작자의 몫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소통을 전제로 할 때 예술에는, 또 다른 2차적 매개 언어가 있어야 한다. 이는 ‘내 언어’와 ‘너의 언어’의 공통분모를 찾는 고된 과정을 필요로 한다. ‘너’가 반드시 불특정 다수의 대중일 필요는 없다. 무조건 쉬워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좀 친절하자는 소리다. ‘그들만의 언어’가 너무 많다는 인상을 갖게 되면 애정만 있고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잠재 관객들 마음이 식는다는 것을 잊지 말자. 비평의 역할은 예술에게 의미를 부여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으로 세상과 연결시킬 책임도 있는 것이다. 이때, 가르치려는 태도가 아닌 소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식이나 이론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도 좀 참아야 한다. 폭 넓게 읽히는 글을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잠재적 친구를 놓치게 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결과를 넘어, 과정까지의 기록

작품에 대한 리뷰의 축적은 물론 중요하다. 허나 개별 기록의 모음만으로, 일회성 노출만으로 지속적인 애정까지 기대하긴 어렵다는 생각이다. 독립예술이 소통의 접점을 넓혀가는 작업은 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다. 아무리 낯선 것, 날 선 것이고 지금까지의 자신의 취향과 거리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이야기, 그 삶의 과정이 가치 있다면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들은 많다. 나는 독립예술이 스스로 가슴을 열어 작업의 결과물뿐 아니라 의미 있는 창작 과정과 삶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세상에 중계해 주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그 발랄한 여정에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작업의 결과물은 또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인디언밥]의 기획방향 중 하나는 창작과정과 작업자의 삶을 지속적으로 연재하려는 시도다. '즉흥연극 일기', '아티스트 창작 워크숍, 스파크(SPARK)', '고재경의 마임워크숍' 귀농한 유랑뮤지션, 사이의 '사이좋게 지내자' 시리즈 등이 그 일환이다.



‘독립예술’이 소유하는 ‘미디어’를 향해

트위터 대화 중 어떤 이는 ‘독립예술이 소유하는 미디어의 가능성’에 대해 “중간단계가 아니라 목표이자 가치로서의 독립예술을 즐기는 수용자 층이 있고, 무엇보다 창작자 스스로가 진정으로 독립적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논의는 이제 시작이다. 나는 무엇보다 예술에게 실패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세상은 더 숨쉴 만한 곳이 되니까. 그 실패의 과정까지도 즐겁게 공유하는 미디어를 꿈꾼다. 물론 독립예술 스스로의 자기성찰은 더 치열해져야 할 것이다. 징징거리기만 하는 예술은 나도 관심 없다. 독립예술의 잠재적 친구 찾기의 여정을 이제 본격적으로 떠날 때가 되었다.





매버릭

필자소개
매버릭은 현재 독립예술웹진 [인디언밥] 편집장으로 문화예술 단체의 자생적인 PR 시스템 만들기를 지원하는 1인 조직, ‘인디랩’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독립예술가와 문화기획자를 대상으로 하는 커뮤니케이션 워크숍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의 및 컨설팅을 수행한다. 방송작가, PR 컨설턴트, 축제기획자 등을 거쳐 지금은 예술과 세상의 소통을 매개하는 독립 커뮤니케이터를 꿈꾸는 중. 트위터ID @maverick_lab


  • 페이스북 바로가기
  • 트위터 바로가기
  • URL 복사하기
정보공유라이센스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