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마을에 마을극장을 지어 개관축제를 한 지도 벌써 일 년이 넘었다. 일 년 남짓을 지내고 보니, 마을극장의 효능은 역시 주민들의 ‘문화예술 동아리’이다. 물론 성미산마을의 여러 동아리 활동이 활성화되어 마을극장이 설립된 것이지만, 역으로 극장의 설립은 동아리의 활동을 더욱 활성화시키고 다양한 신규 동아리를 탄생시켰다. 요사이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가 늘고 그 취향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의 가장 핵심은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싶은 욕구이다.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양에 안차는 것이다. 직접 하고 싶고 직접 무대에 서고 싶은 것이다.

마을극장에서 마을극단 ‘무말랭이’가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주민관객들의 반응은 전문배우들의 연극공연 때와는 사뭇 다르다. 걱정이 앞선다. “잘 할까? 대사를 까먹지는 않을까?” 이러한 염려는 조바심이 되고, 차마 배우의 눈을 바로 응시하지도 못하며, 아슬아슬 긴장된 마음으로 공연을 본다. 하지만 10분, 20분 그런대로 공연이 별 탈 없이 이어지자, 긴장과 염려의 마음은 서서히 녹아들고 공연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막이 내리고 감동이 몰려온다. “참 잘한다”. 그런데 주민배우들의 공연이 주는 감동은 “참 잘한다”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도 하고 싶다”로 나아간다. 이 점이 바로 전문예술인들의 공연과 주민예술인들의 공연의 차이다. 주민예술인들의 공연에 대한 감동은 바로 ‘나도 하고 싶다’는 욕구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마을극단 '무말랭이'의 공연 <어린 부부>, 시민연극제에 참가한 어르신 연극반의 공연

실제로 마을극장이 개관된 이후, 어르신연극반이 만들어졌으며 열여섯 명의 청소년들이 연극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 합창단이 결성되어 벌써 두 번이나 마을극장에서 공연을 가졌다. 디지털카메라 동아리인 &lsquo;동네사진관&rsquo;의 강좌가 대박이 나서 반을 나누어 진행하게 되었다. 아마밴드, 성미산풍물패, 드로잉 동아리 등 이미 마을에서 활동 중인 동아리들 역시 마을극장에서 정기공연과 전시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거기에 맞추어 연주연습과 습작활동을 한다. 마을극장은 주민들의 강렬한 예술적 욕구를 자극하고, 결국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용기와 가능성을 주는 것 같다. 그에 맞춰 마을극장은 주민들이 자유롭게 동아리를 결성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올해 처음 열린 시민연극제 폐막 기념사진 전국에서 8개의 주민 · 시민 극단이 참여했다.
또한 마을극장은 주민과 전문예술인들의 결합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전문예술인들 역시 단순한 기예의 전달이라는 소외된 &lsquo;레슨노동&rsquo;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현실을 살아가는 주민들과 예술을 매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lsquo;공감과 소통의 관계에 접속&rsquo;하는 것이다. 예술인들의 커뮤니티 접속은 경쟁적이며 상업적인 승자독식의 문화예술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더라도, 지속적이고 건강한 예술활동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대안적인 예술터전을 만들어가는 일이 될 것이다. 마을극장은 이러한 커뮤니티 기반의 새로운 문화예술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매개의 역할, 허브의 역할을 자임해야 할 것 같다.





유창복

필자소개
유창복은 아이를 키우려고 성미산 자락에 깃든지 올해로 십수 년 된 성미산마을 주민이다. 이 마을에서 마포두레생활협동조합 창립이사, 대안학교 성미산학교 설립위원장과 교사대표, 성미산마을축제 조직위원장 및 집행위원장 등의 활동을 해왔고, 현재는 공동체라디오 마포FM 이사와 성미산마을극장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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