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은 2008년 11월 「2008 연극인 실태조사」를 발표 하였다. 연극계에서는 처음으로 실시된 전국단위 전수조사로 연극인들의 생활, 경제활동 현황과 사회복지제도 내에서의 위치 등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연극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창작활동 중 또는 연습도중에 다치는 것이다. 연극은 강도 높은 육체적 노동을 요구하는 직업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연극인들은 언제나 크고 작은 신체적 상해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번 조사에서 무려 절반 이상의 연극인들이 창작활동 중 상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있다

없다

무응답

응답자수

812

587

155

%

52.252

37.773

9.974

<표1> 연극창작활동 중 신체상해를 입은 경험

노동부에서 발표한 『2008년도 상반기 산업재해통계』를 보면 전체 근로자의 산업재해 발생율은 0.35%이고 직종별로 가장 높은 재해율을 보인 광업의 경우 4.64%인 점을 감안할 때 연극인들의 상해발생율은 매우 높은 것이다. 지금까지 연극인들의 재해율이 사회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던 것은 작품활동 중 부상을 당하거나 신체적 손상을 입은 것을 직업활동에 따른 산업재해(産業災害, industrial accident)로 인식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연극인 절반 이상 창작활동 중 상해 경험

연극인의 주활동 무대인 공연장과 연습실은 연극인들의 재해를 예방할만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으며 연극인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무대 도구들과 조명시설 역시 언제든지 연극인들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소지가 충분하다. 결국 연극인 안전에 대한 인식의 결여와 재해위험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공간적 작업환경은 연극인들의 상해발생율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높게 만들었다.

그러나 높은 상해발생율에도 불구하고 국민4대 보험 중 연극인들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율은 17.44%로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1> 전체 근로자 대비 연극인의 국민4대 보험 가입율
<그림1> 전체 근로자 대비 연극인의 국민4대 보험 가입율

17.44%의 산재보험 가입율과 52.25%의 상해 경험율은 연극인들이 가지는 가장 큰 어려움의 하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높은 직업적 위험도, 잠재된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경제력과 제도적 장치의 부재 속에서 연극인들은 무대로 내몰리고 있다.

연극인이기 때문에 혹은 예술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 속에서 창작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하기에 연극인들의 상황은 너무나도 절박하다. 예술가이기 이전에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을 위 수치들이 말해주고 있다. 또한 연극인들 스스로도 창작활동을 하면서 위험함을 느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림2> 연극인이 느끼는 창작활동의 위험도와 연극인 산재보험의 필요성
<그림2> 연극인이 느끼는 창작활동의 위험도와 연극인 산재보험의 필요성

상해발생율 높지만 산재보험, 사보험 등 가입률은 저조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외의 사보험 가입율 역시 매우 저조해서 약 39%의 연극인만이 보험에 가입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2008년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의 가구별 보험 가입율은 97.7%, 개인별 보험 가입율은 92.9%로 조사된 것과 비교할 때 이러한 수치는 매우 심각한 것이다. 연극인들이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아무런 대책이 없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며 심지어는 경제적 이유로 스스로를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연극인들에게는 (특히 배우들에게는) 신체적 상해를 입는 것이 &ldquo;잠정적 실업&rdquo;에 빠져있는 상태보다 더 괴롭고 힘겨운 상황이다. 그것은 어렵게 주어진 작품창작활동 기회마저 박탈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신체적 회복을 위해 연극창작을 통해 벌 수 있는 수입(이번 설문조사 결과, 연극창작을 통해 얻는 평균 수입은 월 36만원으로 집계되었음)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의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이중, 삼중의 부담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김석진
필자 소개

김석진은 프랑스 Paris8 대학 대학원에서 희극론을 연구하였고, 현재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사무국장으로 일하면서 연극인들을 위한 제도연구와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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