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 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세액공제를 통해 기업의 문화예술후원을 진작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기존 세제 틀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기획재정부의 입장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는 본 법률안의 적극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포지움 전경
심포지움 전경
발제자들
발제자들

지난 9월4일 한국예술경영학회와 서울발레시어터가 공동주최한 학술심포지엄에서는 민간 공연예술단체의 예술적 성취를 담보하면서 단체의 자생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논의되었다. 예술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전반적인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변화와 개선을 촉구하는 의견들이 다양했으나, 이는 이미 공연예술인 각자가 절실히 인지하고 있는 문제들이었다.

현실엔 답이 없다,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

용호성 국무총리실 문화체육과장은 민간 공연예술단체의 경영환경 변화를 역설했다. 재원조성 전문 인력의 부재와 재무관리의 불투명성, 체계적 관객개발 등 내부적 문제와 정부 지원의 잦은 제도 변화, 기업과 재단, 관객의 변화 등 외부적 문제 역시 지적되었다. 자료집에 공개된 몇몇 단체의 연차보고서는 현재 민간 공연예술단체가 직면하고 있는 재원 조성 현황의 당면 과제들을 실감케 했다.

단원들에게 고정급을 지급하는 유일한 민간 무용 단체인 서울발레시어터의 김대종 사무국장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순수예술단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무리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성해도 관객은 한정되어 있고 이에 따라 최근엔 기업의 후원도 점차 상업성을 담보한 공연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서울발레시어터의 1년 예산이 국립발레단의 한 작품 예산과 비슷하다고 하니, 민간단체들의 현실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양효석 아르코 예술인력 개발원장은 공공지원정책의 현황과 개선과제를 논했다. 민간 공연예술단체 재원조성에 절대적 영향을 끼치는 공공지원정책은 단체의 자립성과 자생력 강화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 고민한다. 특히 1회성 작품 지원이 아닌, 단체 지원으로 공공지원의 프레임이 이동하면서, 새롭게 시행되고 있는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의 현황에 대한 분석과 기대효과 및 문제점들이 지적되었다.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은 단순히 작품 제작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공연장과 단체 모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라는 것이다.

전체 토론은 이용관 한국예술경영연구소장과 한국공연예술센터 예술 감독인 안애순 안애순무용단 예술 감독의 질의와 각 발제자들의 답변으로 이어졌다. 이용관 소장은 예술위 위원들을 선정함에 있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해보는 방식을 제안했고, 현재 공연예술계를 지원하고 있는 국내 재단들의 실태 조사를 통해 더 효율적으로 재원이 쓰일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애순 예술 감독의 경우, 무용의 장르적 한계에 따른 맞춤형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며, 특히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의 문제점들을 논의했다. 공연예술단체 집중육성 지원 사업이 폐지되면서 민간단체들이 현실적으로 국고지원을 받는 경우는 공연장상주단체 육성지원뿐인데, 지원 금액의 감소로, 순수 작품 제작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문경영인력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제안하기도 했다.

‘메세나 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

한편 이날 심포지엄 토론에서 용호성 과장은 메세나 특별법에 관한 공연예술인들의 적극적 관심을 촉구했다. 그에 따르면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실에서는 국회 ‘대중문화&미디어연구회’와 함께 지난 2009년 6월 ‘메세나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고, 이어 11월에는 31명의 국회의원들이 ‘메세나 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고 한다.

본 법률안은 1. 기업의 예술 공연 관람 및 문화예술체험 등과 같은 문화예술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교육훈련에 지출한 비용과 문화예술기부금에 대해 세액공제의 혜택을 주고 문화접대비의 손금한도를 폐지하려는 의도로 발의되었으며, 2. 기업의 문화예술지원 비용에 대해 손금산입 방식이 아닌 세액공제 방식을 채택하고 문화접대비의 손금산입 한도를 폐지하는 등의 강력한 유인책을 부여해, 선진국들에 비해 미약한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에 변화의 계기를 줄 필요가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서는 현행 세제는 공익성의 정도에 따라 기부금을 법정기부금, 특례기부금, 지정기부금으로 분류하여 차등적으로 손금산입을 해주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어, 개정안이 기존 세제의 틀에서 많이 벗어나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즉, 본 개정 법률안은 지난 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세수감소를 이유로 폐기 처리되어 본회의에는 부의조차 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에 현재도 메세나협의회 등에서는 메세나 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에 따라 공연예술계에서도 본 법률안에 관심을 가지고 의견을 개진하거나 다양한 차원의 압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회 홈페이지에서는 의안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관련 법률안을 발의한 의원들 목록은 물론이거니와 의안원문과 검토보고서, 심사보고서, 회의록까지 공개하고 있다.

메세나 활동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무엇이며, 본 법률안이 통과되었을 때 민간 공연예술단체들의 재원 조성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그리고 현 제도와 비교해 더 합리적인 법 개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등 공연예술계의 의견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

사재 털기를 넘어서

아무리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객석 점유율을 높인다 하더라도, 운영수익만으로 민간 공연예술단체들의 자립이 불가능한 현실은 공연예술이라는 장르적 특성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예술단체들은 이러한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공공지원이든 기업후원이든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는 단초는 공연예술인 자신들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재가 아니라, 발품도 팔고 손품도 팔면서 제도의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슬기 필자소개
김슬기는 월간 [한국연극] 편집팀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공연예술’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무엇’을 찾으려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soolsoolg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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