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연말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각종 문화예술 관련 통계조사가 발표되었다. [weekly@예술경영]에서는 '문화예술 소비'를 주제로 관련 통계자료를 연재한다. 연재순서: ③「2010 클래식음악· 발레 관람객 조사」(2)

취향형성 시기와 계기를 살펴보는 것은 관객개발을 고민하는 문화예술계에 의미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교육과 공연에 더 일찍 노출된 클래식음악 관객은 발레관객보다 취향형성시기가 빨랐다. 이는 청소년기 예술교육과 공연 경험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다른 문화예술도 취향형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마케팅 교수인 홀브룩과 쉰들러(Holbrook & Schindler, 1989)는 ‘대중음악의 취향형성 시기’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그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평균 23.5세에 대중음악에 대한 취향이 형성된다고 한다. 청소년기 또는 청년기 자주 듣던 음악을 평생 좋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후 홀브룩은 대중음악뿐 아니라 영화배우 등 다른 문화분야로 연구를 확장해 갔고 이런 분야에서도 특정 시기 취향이 형성된다는 이론이 지지되었다. 그렇다면 소위 ‘순수문화예술’에 대한 취향형성은 언제 이루어질까? 대중음악보다는 문화자본이나 교육의 영향력이 강조되던 영역이라 대중문화와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다.

클래식음악 관객 10대 중후반, 발레관객 20대 취향 형성

올해 발표된 「2010 클래식음악․발레 관람객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클래식음악 관객의 취향이 형성된 시기는 ‘중/고등학교’ 때가 32.1%로 가장 많았고 20대와 초등학교 시절이 그 다음으로 나타났다. 한편 발레관객의 취향형성 시기는 이보다 다소 높은 ‘20대’가 33.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결국 발레가 클래식음악보다 다소 늦어지기는 했지만 문화 예술에서도 특정 연령대 취향이 형성된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아시절 클래식5.0 발레3.8 초등학교 클래식23.6 발레18.1 중고등학교 클래식32.1 발레17.7 20대 클래식25.7 발레33.3 30대 클래식9.1 발레12.4 40대이상 클래식2.9 발레2.0 취향이 형성되지 않음 클래식1.6 발레12.8
[그림1] 클래식음악․발레 취향형성 시기(단위: %)


예술교육 VS. 공연현장의 생동감

클래식음악 관객의 취향이 발레 관객보다 빠르게 형성되었다는 조사결과는 취향형성 계기의 차이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듯하다.

클래식음악의 경우 취향형성 계기에 대해 사교육과 공교육을 포함한 ‘교육’(31.2%)이 영향을 주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전통적으로 이야기되는 ‘문화자본’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그 다음으로는 음반이나 라디오, TV 등 매체를 통해 취향을 형성했다는 응답이 23%로 2위를 차지하였다. 교육이나 공연관람의 기회가 적은 사람들에게 매체는 클래식음악을 경험하는 대체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발레관객은 ‘발레공연을 접한 이후’ 취향이 생겼다는 응답이 32.9%로 가장 주요했다. 이는 무엇보다 (클래식음악과 달리) 생생한 시각적 요소가 중요한 발레 특성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예술교육과 공연경험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문항을 보면 발레의 경우 관련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이 클래식 음악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고, 교육 시기도 ‘초등학교 이전’이라는 응답이 클래식음악 관객의 1/5밖에 되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 학원을 드나든 적은 많지만 발레 학원에 발을 들인 일은 없었다. 두 장르의 첫 공연 관람시기도 결과는 비슷하다. 결과적으로 교육이나 공연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잠재관객들은 시간적 또는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20대에 가서야 발레공연을 접하고 그 매력에 빠진 것이다.



학교교육 클래식8.7발레6.3 사교육 클래식22.5발레32.9 부모/형제등가족구성원 클래식32.5발레8.6 이성친구/애인/배우자클래식3.4발레5.3 친구/동료/선후배 클래식8.0발레13.2 자녀교육때문에관심가짐 클래식1.5발레5.3 문화센터강좌 클래식0.5발레2.8 클래식/발레공연을 접한후 클래식17.8발레32.9 클래식CD/라디오/TV 클래식23.0발레0.0  TV/영상물 등 클래식0.0발레6.4 관련자료를 접한 이후 클래식1.3발레4.3 기타 클래식0.7발레0.0
[그림2] 클래식음악ㆍ발레 취향형성 계기


교육, 공연경험 더불어 매체 영향력 재고해야

취향형성 시기와 계기를 살펴보는 것은 관객개발을 고민하는 문화예술계에 의미있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교육과 공연에 더 일찍 노출된 클래식음악 관객은 발레관객보다 취향형성시기가 빨랐다. 이는 청소년기 예술교육과 공연 경험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다른 문화예술도 취향형성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또한 취향형성에 매체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조사결과는 앞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공연계가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숙제도 안겨주었다. 클래식음악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일본에서 클래식 열풍을 일으켰고, 국내 유니버설발레단이 TV 오락프로그램 <1박 2일>에 출연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전통적인 포맷을 넘어 새로운 방식과 미디어에서 관객을 만나기 위한 노력이 점점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참고문헌
「2010 클래식 음악, 발레 관람객 조사-마케팅 관점에서」보기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2011.

“Some Exploratory Findings on the Development of Musical Tastes”, Holbrook, Morris B and Schindler, Robert M, 1989,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16, pp.119-24.



관련기사 보기
문화예술 소비 통계 시리즈① 「2010 문화향수실태조사」주요 결과
문화예술 소비 통계 시리즈②「2010 클래식음악·발레 관람객 조사」(1)


안성아 필자소개
안성아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경영공학 박사를 받고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화예술경영대학원장으로 문화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마케팅과 조사방법론을 강의하고 있다. 번역서『문화예술기관의 마케팅』『영화마케팅바이블』을 비롯해 영화/공연/음악 분야에 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jolean@chugye.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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