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연우소극장
대학로 혜화동 1번지

지난 4월 26일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는 (사)한국연극협회와 (사)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에서 주최한 ‘열린 토론-2011 지원제도 터놓고 이야기합시다’가 열렸다. 2011년 문화예술계 지원 방향에 대한 첫 토론회여서 내심 기대하는 바도 컸다. 더욱이 최근 지역협력형으로 지원사업이 전환되면서 상대적으로 지원금이 줄어들게 된 서울지역의 경우, 그 상실감과 우려가 컸던 상황에서 주요 지원기관의 지원 방향에 대한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기회는 그 자체로 남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겠다. 그렇게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진 현행 지원제도의 방향과 비전은 물론, 현장에서 느끼는 지원제도의 정체성과 제안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지원정책에 대한 공청회나 세미나의 마지막은 늘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 이유는 한가지다. 1년 전, 5년 전, 아니 10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가 여전히 예술현장의 주변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지원정책은 근원적으로 현장과 유리된 채 발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현장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다. 결국 지원정책의 방향은 예술의 흐름 속에서 그 뿌리를 견고히 지탱하면서 변화ㆍ발전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예술현장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한국연극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제에 봉착해 있다. 극단이 한 편의 공연을 제작한다고 할 때, 한 달간 유료관객으로 만석을 기록해도 150석 미만의 극장에서는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결국 대학로 대부분의 150석 미만의 소극장은 대관도 잘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극단도 매번 자체제작 작품을 올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맞고 있다. 결국 창작의 산실이라 할 수 있는 소극장은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폐관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와 함께 프로덕션시스템이 대세가 되어 버린 제작환경 하에서 동인제로 활동하던 극단은 그 명맥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로의 상업지역화에 따른 임대료 상승은 점점 흥행성이 담보되지 않은 순수연극은 점차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비싼 대관료를 낼 수 없는 일부 극단은 상대적으로 값싼 건물을 임차해 ‘전용관’을 만들어 장기공연을 하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그마나도 그것이 장기적으로 극단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되기 때문인데, 이러한 악순환은 결국 한국연극계의 다양성이 상쇄되고, 순수연극의 창작기반을 흔드는 위기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위기는 하루아침에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앞선 지원정책이 모두 유명무실하다는 말 또한 아니다. 매 시기마다 그에 부합하는 지원정책이 등장했고, 그것이 우리 문화예술계를 살찌우고 성장하게 했던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예술지원정책이 필요한 때다. 예산이 많고 적음의 불평에서 벗어나 고사 직전의 상황에 놓여 있는 예술현장의 실질적인 모습을 들여다봐야 한다. 그 중심에 바로 우리의 극단과 소극장이 있다. 자극적인 성인연극이나 호객연극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극단을 보호하고, 소극장을 그 역할에 맞게 운영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것, 그것이 바로 순수예술로써 한국연극의 명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시금석이다. 또한 공연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소극장의 특성화를 꾀하고 현장예술인이 운영하는 소극장과 동인제 극단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정책이 우리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 아닐까.

매번 뒤바뀌는 지원정책에 예술가들은 허겁지겁 좇아가야만 하는 것인가?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예술정책이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보완해야 하는 것인가? 이것은 분명 닭이냐, 달걀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정대경 필자소개
정대경은 공연계에 연극음악 작곡가로 첫 작업을 시작했고 연출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급기야 극장을 운영하고 중구구립극단에서 예술감독을 맡고 있으며, (사)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가까스로 삼일로창고극장의 폐관위기를 넘긴 뒤 소극장 존립문제에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cg315@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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