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필자는 인생의 소중한 기회를 얻어, 3개월 동안 한국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핀란드 글림스앤글로스(Glims&Gloms) 무용단은 대한민국-핀란드 친선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예술경영지원센터, 핀란드무용정보센터(Dance Info Finland), 그리고 타이벡스(TAIVEX, 예술교류를 위한 핀란드 교육 프로그램)가 주관하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시행되고 있다. 필자는 이 행사를 통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3월부터 5월까지 근무했으며, 대한민국과 핀란드 간 현대무용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했다.

3개월 간 한국에 머물면서 30여 편의 공연을 관람했다. 그중 페스티벌 봄의 여러 참가작들을 보면서 특히 많은 영감을 받았다. 페스티벌 봄은 다양한 예술적인 표현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축제인 동시에 다양한 형태의 예술이 모이는 특별한 집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서현석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는 인상적이었다.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을지로 뒷골목이 분리된 공간으로 느껴졌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낯선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었으며, 2011년 현재인지 아니면 과거의 거리를 탐방하고 있는지를 구분할 수 없게 해 준 경험이었다. 뇌리에 박힌 또 하나의 공연은 프랑스 안무가인 자비에 르 루와(Xavier le Roy)의 <다른 상황의 선물>로 예술가가 자신의 영혼을 청중들에게 드러내기 위한 또 다른 형식으로 다가왔다.

서현석의 <헤테로토피아>
김매자의 <심청>

▲▲서현석의 <헤테로토피아>
▲김매자의 <심청>

한국에서 만난 최고의 공연은 무용이었다. 한국의 풍부한 문화유산은 현대무용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떤 안무가나 무용단들은 철저히 한국의 전통적인 춤을 고수하지만 또 어떤 안무가와 무용단들은 이러한 전통에서 일부를 취해 현대무용에 접목시키고 있었다. 물론 현대무용만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의 전통무용은 독특한 형식과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 전통무용은 핀란드 무용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매우 느리고 따라하기 어려운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국의 전통무용이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와 조그마한 움직임 모두가 중요하며 의미 있는 특별함으로 전개되어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춤과 전통적인 음악이 합쳐져 물처럼 흐르는 움직임으로 구체화되는 한국의 춤을 이해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웠다.

나를 가장 매료 시켰던 한국문화는 헌신, 충성 그리고 존경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러한 것들이 실화든 신화든, 그 속에는 항상 교훈이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에 빠져 보게 된 김매자의 <심청>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의상, 음악, 안무 모두가 현대적인 섬세함과 고유의 역할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은 과거와 미래가 훌륭하게 결합된 나라다. 필자는 한국에서 90일이나 머물렀지만 정말 한 순간도 한가하게 있을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과 핀란드 문화가 매우 다르다 하더라도, 두 나라와 국민들 간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올 10월, 다시 한 번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리타 아잇또깔리오 필자소개
리타 아잇또깔리오(Riitta Aittolallio)는 핀란드 글림스앤글로스(Glims & Gloms) 무용단의 매니징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공연예술 글로벌역량강화 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 한국 방문 리서치 후 2011년 3월부터 5월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에서 인턴으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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