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기술의 발전 덕에 우리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세계 곳곳의 다양한 이들과 마주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 지인들이나 신문을 통해 정보를 얻었던 과거와는 달리, 인터넷이 정보를 찾고 공유하는 플랫폼이 된 것이다. 세계화(globalisation)는 우리에게 새롭고 놀라운 기회를 만들어주었고, 말 그대로 전 세계를 안방에서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러 사회적 난제들도 생겨났으며, 우리의 행동양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사회 초년생인 나는 이따금 어떻게 하면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까, 하는 낭만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있거나, 그저 우리의 삶이 어떻게 될지 걱정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직장과 사회적 지위, 넉넉한 급여와 행복하고 건강한 가족을 모두 갖추는 것은 상당히 복잡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받는 스트레스 또한 적지 않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힘든 일 아닌가! 우리는 스스로에게 희망하는 최상의 것, 최고의 교육기관부터 심지어 행복한 삶을 사는 방법에 이르기까지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역시 세계화와 인터넷 덕이다. 또한 이상하게도 우리는 나의 삶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페이스북,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모두에게 알려야만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즉, 인터넷은 우리 자신을 팔고 또 스스로의 상품가치를 광고하는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참조 이미지 - 대기업과 브랜드로 채워진 도시를 그린 일러스트

우리는 내 생활이나 짧은 글에 대한 사람들의 평, 그리고 더 많은 정보를 얻고자 하는 열망에 중독되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컴퓨터나 모바일을 구매하기 전, 인터넷으로 어느 기종이 좋은지, 어디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지 조사해 보지 않은 독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혹은 근방에서 가장 맛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찾을 때는 어떤가. 10년 전이라면 지인의 의견에 따르거나 아니면 지나가다가 호기심에 이끌려 레스토랑에 들어가 보았겠지만, 이제 우리는 좀 더 까다로워졌고, 디지털매체를 통해 무엇을 할지, 어디를 가야할지를 결정하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지도 모를 일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모험을 택하기보다는, 블로거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결정’을 내린다. 이 사이버 공간을 떠다니는 정보를, 우리는 대체로 신뢰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상으로 좋아 보이는 것이 실제로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이제 쇼핑 가기 전에 벌써 자신이 살 물건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이 더 이상 충동구매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물건을 사거나 선택하는 방식이 좀 더 까다로워진 것이다. 더 이상 상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경험이 문제가 된다.

참조 이미지 - 귀에 이어폰을 꼽은 남자와 그 남자의 한 쪽 이어플러그를 빼고 소리를 지르는 다른 한 남자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공연예술계는 아직도 작품만 만들어 놓으면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올 테니, 마케팅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예산 문제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성공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가치를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관객들은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판단하는 데 전보다 까다로워졌다. 물론 여기에도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디어’가 곧 상품인 창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들을 연결하고 움직이게 하고 현상(status quo)에 도전하는 대담하고 강렬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예술계에서 마케팅에 투자하는 공연예술단체를 발견하는 일은 드물다.

마케팅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이들-특히 뮤지컬-이 아니라, 그 반대에 속하는 동료들에게 묻고 싶다. 온라인에 당신의 공연정보가 부족한데, 어떻게 관객이 공연티켓을 구매하기를 원하는가? 창의적 디자인이 결여된, 이따금 아마추어가 만든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웹사이트나 브로슈어로 자기 작품이 훌륭한 예술성을 가진 작품이라는 믿음을 어떻게 줄 수 있는가? 공연단체와 공연장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도, 작품제작에 필요한 재원이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좋은 공연을 만들었다면 그 공연을 누군가 사도록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 투자하자. 공연이 정말로 훌륭하다면 회수할 수 있는 투자이다. 모두가 소셜미디어와 다른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이들의 생각, 선택, 행동에 영향을 미칠 만큼 대담한가.



롤링 케흠 필자소개
롤링 케흠(Roling Keum, 한국명 김금동)은 네덜란드에서 성장했으며 네덜란드의 공연예술단체와 조직에서 일한 후 2007년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프리랜서로 한국 공연의 국제교류 매니저와 프로듀서로 일했고, 현재는 공연예술 네트워크, 매니지먼트, 컨설팅 회사인 Creative Initiatives의 아트 콜라보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keumroli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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