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한 언론매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6개 조사대상 그룹 중 가장 신뢰받는 집단이 문화·체육·예술인이었다. 비교가 된 다른 집단은 교수 등 학자, CEO 등 기업가, 언론인, 시민사회 운동가, 종교인 등이었다. 가장 신뢰가 낮았던 집단은 언론인이었다. 차이도 꽤 컸다. 3년마다 조사하는 「문화예술인실태조사」에서 문화예술인 스스로는 ‘사회적인 평가가 대체로 낮다’고 답한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2009년 조사에서 사회적 평가가 ‘높다’는 답은 약 19%로 약 38%를 기록한 ‘낮다’의 절반에 그쳤다.) 위의 조사결과를 실은 매체는 문화·체육·예술인이 가장 높게 신뢰받는 데 소셜테이너의 역할이 크다고 지적했다.

소셜테이너(socialtainer)는 ‘소셜 엔터테이너’를 줄인 말이다. 주로 대중문화예술인이나 연예인이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발언하며 행동하는 경우를 이른다. 소셜테이너가 주목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대중에 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소위 셀러브리티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함으로써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인기가 높을수록 발언의 영향력도 크기 쉽다. 소셜테이너는 지난 3, 4년 전부터 부쩍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광우병 파동 때 촛불 시위에 적극 참여한 연예인들부터 최근 소셜테이너로서 광폭행보를 과시한 배우 김여진 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폭넓다. 한편으로는 이를 이유로 그들의 본무대라 할 수 있는 방송으로부터 불이익을 받거나 그럴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진다. 오랫동안 대중문화예술인에게 사회적 이슈에 대해 비판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단순히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조차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그들의 발언과 활동이 본업에는 별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여전히 큰 위기로 작용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그들을 곱지 않는 시선으로 보는 여론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개념있는 연예인’으로 분류되기도 하는 것은 연예인이 그런 발언과 행동을 실행하는 게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참조 이미지 - 프랑스 7월 혁명을 그린 명화, 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 1830

그러면 예술인의 사회적 참여는 어떤가? 예술계, 구체적으로 연극계에는 3관왕이니 4관왕이니 하는 우스갯소리가 떠돌았다. 기준은 시국선언을 비롯한 성명서 발표에 몇 번 참여했느냐에 따른 것이다. 당연히 등급이 높을수록 당국으로부터 직&middot;간접적인 불이익을 당한다는 암묵적 전제가 깔려 있다는 의미다. 예술인들이 목소리를 높인 것은 대부분 예술계와 관련된 사안들이다. 최근에는 예술인복지법과 관련하여 예술계 전체가 목소리를 모았다.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행동도 이어졌다. 2009년의 시국선언이 대표적이다. 당시 연극인 시국선언에만 1천명이 넘게 서명했다. 평소 보여 온 성향 차이와는 무관한 긴 리스트였다. 최근에는 &lsquo;희망버스&rsquo;가 초점이다. 200일이 넘게 홀로 크레인에서 고공농성중인 김진숙 씨로 상징되는 한진중공업 사태에 힘을 보태자는 기발한 이벤트다. &lsquo;희망버스&rsquo;에 예술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심지어 &lsquo;희망버스&rsquo; 프로젝트의 기획자나 주동자쯤으로 찍혀 경찰의 조사대상이 된 이들 중에는 예술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시인이나 소설가, 조각가, 화가, 만화가 등 골고루다. 오는 30일에 출발하는 3차 &lsquo;희망버스&rsquo;에는 문화예술인 공동지지 성명이 계획되어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가까이 홍대 앞 두리반이나 제주 강정마을에서도 있었고 용산이나 콜트악기, 쌍용자동차 현장도 그렇다. 최근에는 명동의 찻집 마리가 뒤를 잇고 있다.

예술이나 예술인이 사회적 발언을 하고 이를 예술활동에 반영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피카소나 에밀 졸라는 동시대의 사회 이슈를 피하지 않았다. 리차드 기어나 수잔 서랜든은 이를 위해 자신의 대중성을 십분 활용했다. 예술이 자기가 속한 시대와 사회의 소산임도 두말 할 필요없는 사실이다. 기존의 가치를 회의하고 소수의 견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태도도 낯설지 않다. 이 대목에서 뜬금없이 &lsquo;표현의 자유는 모든 표현의 자유이지 사회적으로 좋은 표현을 할 자유가 아니다&rsquo;라는 주장을 떠올린다. 불온하거나(또는 그렇게 보이거나) 위험하거나(또는 그렇게 보이거나) 유치하거나(또는 그렇게 보이거나) 불편하다고(사실 좀 불편하다) 해서 제한하고 금지할 수 없다. 애초, 예술이란 것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었다.



이승엽 필자소개
이승엽은 1987년부터 예술의전당에서 극장운영과 공연제작 일을 하다가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현재 하이서울페스티벌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으며 본지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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