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4일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 연구소에서 개최한 국제심포지엄 ‘청소년 연극, 그길을 묻다’에서는 청소년 문화와 연극, 그리고 정부와 기관들의 예술정책 등이 소개되었다. 이 심포지엄을 통해 필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청소년연극에 대한 고민의 내용들이 영국이나 독일, 일본 등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들을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한 ‘실천’이 시작되는 시기는 우리와 달랐고 이에 따른 경험의 축적과 예술의 질적 차이는 매우 커졌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 연구소에서 개최한 <청소년 연극, 그길을 묻다> 국제심포지엄 현장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 연구소에서 개최한 <청소년 연극, 그길을 묻다> 국제심포지엄 현장

특히, 정부의 예술정책은 부러워도 한참 부러웠다. 영국의 경우 국립극장에서 주도한 &lsquo;내셔널커넥션&rsquo;은 청소년연극을 위한 좋은 대본을 만들기 위해 매년 유명작가(어린이청소년극에 국한하지 않고) 10명을 선정하여 청소년연극 대본을 쓰게 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했고 대본은 국립극장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그 결과 청소년을 위한 공연 대본은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가진 작품으로 개발되었고, 질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자산과 경험이 축척되었다. 지속적인 정책의 효과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독일의 경우도 대부분의 극단과 극장이 시와 주, 중앙정부로부터 100% 공공자금을 받아 운영된다고 한다. 하지만 일 년에 몇 편을 해야 한다, 어떤 작품을 했는가, 관객은 얼마나 찾아왔나 등의 획일화된 계량적 보고는 정부에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독일 스튜트가르트 청소년극단 예술감독인 브리기트는 엄청난 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고백했다. 실례로 한 극장이나 극단의 지원금이 줄어들면 협회를 통해 단체들이 연대하여 함께 시위하고 지원을 요구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청소년극의 제작비가 일반극과 차이가 나는 것에 대해서도 그 차별을 허물어야 좋은 작품들이 만들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했다. &lsquo;우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싸운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싸워라!&rsquo; 브리기트는 정부의 지원정책의 배경을 묻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한편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과연 우리의 청소년, 그들의 문화, 그리고 청소년연극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다 말할 수 있을까. 일단 청소년 연극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정책은 별개로 둔다고 치자. 신문과 뉴스에서는 심심치 않게 터지는 청소년 관련 문제와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늘 걱정하고 매번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그럴싸한 정책들을 내놓는다. 그러나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정책은 슬그머니 나왔다 사라지는 허울뿐인 입공론만 남긴다. 어쩌면 지금 청소년 연극을 비롯한 사회적 현상들은 우리의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원인은 그동안 싸우지 못했던 투표권이 있는 성인들, 바로 우리들에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할 때다. 브리기트는 심포지엄 뒷풀이 후 헤어질 때조차 &lsquo;너의 게으름과 싸워야 해!&rsquo;라며 나를 꼭 안아주었다. 정말 무서운 열정이다. 그러나 꼭 닮아야하는 열정이다.


사진제공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 연구소



남인우 필자소개
남인우는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 연구소 책임연구원이자 현재 어린이청소년극 전문극단 북새통과 판소리만들기 &lsquo;자&rsquo;의 예술감독을 겸하고 있다. <가믄장아기>(고순덕 작) <사천가>(브레히트 원작, 이자람 작) <억척가>(브레히트 원작, 이자람 작) 한일합작<나에게, 안녕>(남인우 작) 등을 연출했다. 동시대 관객에게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하는지를 찾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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