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에서는 현재 여름, 겨울방학에 한해 운영되는 재학생 중심의 단기인턴제(무급)와 상시적으로 운영되는 행정스태프제도를 병행하고 있다. 재학생 인턴의 경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 정도 업무 보조를 비롯해 자료조사 중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창작공간 탐방 및 다양한 재단 사업을 체험한다. 인턴 마무리 과정에는 발표회 등 다양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여 젊은이들의 눈높이로 재단의 현재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한편 행정스태프는 2005년 시행된 청년인턴제 이후 정부보조금 지급과 무관하게 재단 고유 예산으로 마련된 제도로 관련 업무의 전공 유무 및 해당 분야 1~3년차 경험자를 대상으로 120만원에서 180만원 수준의 급여와 4대 보험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재단은 적절한 보상을 하면서 행정스태프를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반해 당사자 중 일부는 “업무량은 직원 수준인데 왜 보상은 행정스태프냐?” “전문성은 직원수준으로 요구하면서 회의할 때는 왜 나만 빼고, 전화 받으라고 하느냐?” 등 소외감을 호소한다. 일을 하는 데 기여도가 클수록 만족도가 높기 마련이건만, 행정스태프의 경우 높은 기여도에 비해 대가가 따라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간혹 불만으로 불거지곤 한다. 한편, 조직은 조직대로 행정스태프로도 일이 충분히 굴러가게 되면 정원 확보노력이라든가 인력운용 개선 및 역량개발 관련 중장기 계획 수립 등에 소홀하기 쉽다. 청년인턴제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보다 비정규 일자리를 고착화시키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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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재단에서는 고유사업 및 서울시 수탁사업을 통틀어 약 50여 명 규모의 행정스태프가 일하고 있다. 수년간 재단을 거쳐 간 150여 명의 행정스태프 가운데 재단에 들어온 직원이 현재 8명에 불과한 걸 보면 인턴에서 직원으로 채용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가늠할 수 있다. 재단 채용 시 행정스태프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서류전형 통과 수준인데, 과연 어떤 친구들이 행정스태프를 거쳐 재단까지 들어오는 데 성공했는지를 살펴보면 아래 세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 시민을 직접 만나는 업무에서 재단 대표로 활약한 선수이다. 행정스태프는 막내라는 이유로 민원전화를 받는다든가 안내를 한다든가 하는 시민 접점에 가장 많이, 자주 노출되는 일을 맡기 십상이다. 여기서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느냐, ‘난 행정스태프인데 뭐~ 대충하지’ 식의 태도 여부가 ‘함께 일하고 싶다, 아니다’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두 번째, 열정이다. 행정스태프에게 과도한 업무나 시간 외 혹은 주말근무를 강제로 시켜서는 안 된다. 하지만 좋아서 스스로 하는 걸 누가 막으랴.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뜨거운 열정으로 일하며 기존 직원들에게까지 열정과 긍정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친구라면 놓치고 싶지 않아진다.

세 번째, 진정성이다. 문화예술 분야에는 고학력 인턴, 최고 스펙의 행정스태프가 너무도 많다. 그 중에서 빛나는 사람은 단연코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는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예술, 혹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이론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구체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친구가 돋보인다.

청년인턴제는 8년차가 되도록 일회성 지원에 멈춰있고, 서울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논의는 아직 진행 중이다. 과연 지금, 어떤 노력을 해야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을까? 새 봄, 광화문 글판에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 이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라는 시가 올라가 있다. 비겁해 보일 수 있고, 허탈한 결론일 수 있지만 인턴십도 그렇다. 제도건 조직 차원에서건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며’ 고민해야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 개인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내가 문화예술분야를 사랑하는지, 왜 여기서 일하려고 하는지, 자신의 오늘과 미래를 오래 보고 자세히 보아야 정확하게 접근할 수 있다. “무엇을 주고 받을까”를 넘어 우리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그 이상의 것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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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166호 핫&이슈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을까-문화예술분야 인턴제를 말하다’

오진이 필자소개
오진이는 국립극장 홍보팀장을 거쳐 서울문화재단에서 홍보, 네트워크, 서울문화사업 일을 했다. 2008년부터 3년 간 경영본부장으로 일하며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가장 훌륭한 경영임을 절감했으며, 2011년부터 남산창의예술센터에서 저마다의 개성이 빛나는 삶을 가능케 하는 예술교육사업과 동시대 연극을 제작하는 남산예술센터와 창작센터, 그리고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와 연습실을 지원하고 있다. nowsek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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