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육성제도’(이하 상주단체지원제도)의 2차 사업이 시작됐다. 이 제도가 전국 단위에서 동일한 형식으로 시행된 것은 2010년부터로 2년마다 공모와 선정절차를 밟는다. 그리고 지금은 지역별로 2012년부터 13년까지 상주할 공연장과 공연단체의 선정과 사업을 시작하는 시점이다.

상주단체지원제도는 공연장과 예술단체의 협력을 통해 각각의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확대하고자 도입되었다. 공연장은 상주단체를 보유함으로써 레퍼토리 공연과 예술교육사업 등을 통한 공연장의 가동률 제고와 관객개발을 기대할 수 있고, 공연단체는 공연장으로부터 연습실과 공연장 등의 공간, 스태프 등의 전문인력, 홍보마케팅 지원을 받아 안정적인 공연제작 여건을 마련하고 궁극적으로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취지이다.

지난해 종료된 상주단체지원제도 1차 사업의 성과가 과연 양측의 기대에 얼마나 근접했는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막 시작된 2차 사업이 얼마나 효과를 증대시킬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완벽한 파트너는 없지만

먼저 1차 사업의 공과를 살펴보자. 상주단체지원제도는 공연단체가 공연장에 ‘상주’하면서 서로의 필요를 충족시키자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그러나 다수의 공연장이 사무실과 연습실 등을 공연단체에게 제공할 형편이 아니어서, 상주를 하지 않으면서 프로그램만 공동으로 운영하는 ‘비상주’ 형태가 많았다.

또한 시설관리공단 등이 운영하는 문예회관 형태의 공연장들은 기획, 홍보마케팅 등에 전문인력이 없어 공연단체의 기대를 채워주지 못했다. 아울러 상주단체로 맞이한 공연단체의 공연이 공연장의 기획공연에 어울릴 만큼의 상품성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기본적인 의무사항을 완수하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지원금의 규모도 이 제도가 형식적일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부분의 공연단체가 연간 1억 원 이하에서 차등지급 된 지원금에서 공연장과 단체의 운영비를 뺀 약 60%를 작품제작비로 사용하는데, 연간 5천만 원 안팎의 제작비로 창작공연과 레퍼토리공연, 교육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공연상품화를 꾀하기란 무리일 수밖에 없다.

사업의 연속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도 공연장과 공연단체 모두에게 불편함을 가중시킨 요인이다. 1차 상주단체지원사업은 2010년 7월부터 2011년 2월까지가 1차년도, 2011년 3월부터 12월까지가 2차년도로 나뉘어 시행됐다. 지역에 따라 다소의 차이는 있었지만 2차년도 사업의 예산배정과 집행 등이 늦어지면서 실제 상주단체사업은 5월 이후에나 가능해 3, 4월에 계획된 공연은 제도의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상주단체 레퍼토리 작품 부평아트센터-극단 십년후 제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극단 십년후 상주단체 레퍼토리 작품

다시 처음 만난 사이처럼

올해 시작된 2차 상주단체지원제도는 사업의 연속성 면에서 더 큰 문제를 드러냈다. 1차 사업수행에서 중차대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은 이상 2차로 상주관계를 연장하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를 살리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지역의 열악한 공연여건에서 2년간(실제로는 1년 6개월이지만)의 상주단체 활동만으로 공연단체가 자생력을 갖춘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차 사업 역시 제도 초기년도처럼 원점부터 다시 시작되어 1차 사업에서 상주관계에 있던 공연장과 공연단체는 관계를 정리하지도 지속하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로 몇 개월을 보내야했다. 심지어 2차 상주단체 선정결과가 나오기까지의 몇 개월 동안 대관료를 내고 상주를 지속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우리 극단이 활동하는 인천지역의 경우 새로운 공모를 거쳐 지난 4월 17일에야 2차 상주단체 공연장과 공연단체가 선정되었고, 협약이나 교부신청 등 실질적인 행정절차는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각 단체마다 공연장 대관이나 지원금 축소에 따른 사업조정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차 사업을 수행한 기관이나 공연장과 공연단체의 소중한 경험이 2차 사업으로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게다가 올해는 &lsquo;상주&rsquo;와 &lsquo;비상주&rsquo;를 구분하여 공연장에 반드시 상주하지 않아도 상주단체지원제도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가 수정됐다. 공연단체를 상주시킬 수 없는 공연장의 현실적인 여건 때문이겠으나, 이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가 퇴색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지원금 규모도 제도의 효과를 뚜렷하게 거두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인천의 경우를 보면 전체 지원금 규모는 커졌지만 상주단체 두개가 늘어났고, 의무화된 합동프로그램을 위해 지원금의 20%를 확보해두어야 해서 공연단체들이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이 제도가 과거에 있었던 다년간 지원제도보다 못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주단체지원제도가 목표로 삼은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좀 더 과감하고 실험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던 목표를 수정하던가, 아니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1차 상주사업을 진행해본 결과 이 제도를 통해 공연장과 공연단체가 상생하는 좋은 모델이 개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연장이 원하는 것을 위해 단체가 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과 공연장이 배려하고 지원해야 할 것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큰 성과다. 이를 2차 사업에 세심하게 적용한다면 상주단체지원제도를 통해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공연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고동희 필자소개
고동희는 극작가이면서 인천의 극단 십년후의 기획실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창작희곡집 『박달나무 정원』을 냈고, 공연작품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나비, 날아가다> <화장터 이야기> <오리 날다> <랑> <박달나무 정원> <청자, 물을 만나다> <결혼할까요?> <빨간 팬티를 입은 청소부> <화> 외 다수가 있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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