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더십 캠프는 톱(TOP) 리더와 부하직원 사이에 낀 샌드위치 포지션, 모든 권한을 가진 것 같으면서 동시에 아무런 권한도 없는 것 같은 중압감을 짊어진 중간 리더들에게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나’에 대해 성찰하고, 참된 리더로서 자신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제공하는 자리였다.

8월 21일부터 2박 3일 동안 2012년 예술경영 리더십 캠프가 충북 괴산 ‘여우숲’에서 열렸다. 이번 리더십 캠프는 톱(TOP) 리더와 부하직원 사이에 낀 샌드위치 포지션, 모든 권한을 가진 것 같으면서 동시에 아무런 권한도 없는 것 같은 중압감을 짊어진 중간 리더들에게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나’에 대해 성찰하고, 참된 리더로서 자신을 재발견하는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단단한 열정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예술경영인 30여 명이 캠프에 참석했다. 모인 사람들 중에는 경영체의 실무 담당자들도 있었고 중간 관리자, 그리고 몇몇의 대표들도 섞여 있었다. 속한 조직에서 맡고 있는 각자의 역할은 다양했으나 그들은 모두 자신을 제대로 일으켜 세움으로써 ‘스스로 행복하고, 또한 더불어 조직의 성장에 기여하는 리더십’ 역량을 키우고 싶다는 유사한 열망을 지니고 있었다.

캠프는 먼저 서로가 서로를 즐겁게 알아가는 프로그램으로부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이 과정에서 임의의 팀으로 나뉘어 가상으로 ‘최악의 팀’을 만들어보는 과제를 수행했다. ‘최악의 팀 만들기 프로젝트’를 통해 참가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다른 참가자들에게 소개하고 현실에서 겪어온 불통하는 조직의 현상과 모습, 리더십 등이 어떤 모습인지 구체화해 볼 수 있었다. 참가자들 모두 이 참신한 성찰 프로그램을 기꺼이 즐겼고 첫 만남이 주는 낯선 긴장을 즐겁게 해소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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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특강1 - 김용규 대표

▲ 리더십 특강1 - 김용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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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숲학교 오래된 미래의 교장이자, 저술가, 생태경영 강연자로 살고 있는 내가 조직의 큰 그림을 보는 눈과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삶과 경영에 대한 숲의 가르침’을 주제로 강연했다. 열린 사람과 닫힌 사람, 창의적 조직과 선례답습적 조직, 건강한 문화와 경직되거나 무책임한 문화를 가진 조직을 나는 단박에 느낀다. 이것은 7년간 기업을 경영했던 경험의 힘이기도 하지만, 이후 몇 년 간 많은 강연을 하면서 얻게 된 직관의 힘이기도 하다. 나는 가장 오래되고 깊이 있는 고전인 숲과 자연이 삶과 경영에 일러주는 가르침을 무수한 생명체들의 삶을 통해 전달했다. 스스로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나무들이 그 빽빽한 숲에서 어떻게 자신의 하늘을 열고, 제 꽃을 피우고 또 열매를 맺으며 이웃 생명체들과 나누는 삶을 살아가는지 역설했다. 숲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목적지향성과 자기 극복성, 공동체 중심성의 정수를 숲 생명들의 다양한 메타포를 통해 나누었다.

낮에 밀도 있는 프로그램을 경험한 참가자들은 숲 속의 고요한 저녁과 밤 시간을 이용해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도 참가자들은 자기 성찰에 젖어 들었다. 어떤 이들은 빼어난 경관을 바라보거나 숲을 걷거나 숲 공간 내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면서 성찰했고, 다른 어떤 이들은 숲학교 교실이나 탁월한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흙과 나무로 지어진 숙소에서 성찰했다.

이튿날 아침은 함께 숲을 거닐면서 살아있는 나무와 풀의 모습을 만났다. 그 만남의 시간은 생명체가 지닌 의지와 열망, 모색과 분투, 상처와 치유, 그리고 희망의 모습을 내 것으로 동기화하는 시간이었다.


둘째날 아침, 여우숲 생태체험을 하는 참가자들 둘째날 아침, 여우숲 생태체험을 하는 참가자들
▲ 둘째날 아침, 여우숲 생태체험을 하는 참가자들

이어서 ';구루피플스(GURU People';s)';의 이창준 대표가 종일 리더십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창준 대표의 워크숍 분위기는 마을의 느티나무처럼 깊고 차분했다. 하지만 땅을 녹이고 새싹을 돋게 하는 봄날의 햇살처럼 은근하면서도 부드러운 힘을 품고 있었다. 이창준 대표는 어떤 존재양식을 지향하는 사람이 참다운 리더일 수 있는지 세밀하게 제시했다. 참가자 자신이 리더의 존재양식을 얼마나 지니고 있는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강점인지 스스로 살필 기회를 주었고 실천과제를 찾아 실행 계획을 품게 했다. 그리고 참가자들과 그것을 나누어 더욱 견고해 지도록 했다. 나와는 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이대표의 워크숍은 숲과 자연이 제시하는 거대 담론과 전체의 모습에 정밀하게 부분과 실천의 힘을 더하고 있었다.
‘내 안의 참된 리더 발견하기’
리더십 워크숍 - 이창준 대표 리더십 특강2 - 강준혁 교수
▲ 리더십 워크숍 - 이창준 대표 ▲ 리더십 특강2 - 강준혁 교수

마지막 프로그램은 문화 예술 분야의 어른이신 강준혁 선생님이 이끄셨다. 현재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장이자 재단법인 춘천인형극제 이사장이며, 우리나라에 문화적 토양이 척박하던 시절부터 문화 예술의 중요성을 알려내시면서 몸소 문화기획자의 삶을 개척해 오신 문화기획자 1세대이시다. 참가자들이 사전에 작성한 질문지에 하나하나 꼼꼼하게 답을 주시는 좌담의 형식을 통해 후배들에게 깊은 가르침을 주셨다. 초창기에 비해서는 분명히 개선되었으나 여전히 척박한 문화 예술 토양의 현실을 견디면서도 문화 예술 분야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후배들의 고민도 즉문즉설의 형식으로 답해주셨다. 무엇보다 후배들의 삶이 얼마나 의미로운 것인지 용기를 갖게 하셨다. 이론이 담을 수 없는 경험과 현실의 이야기를 스스로 이미 살아내신 어른으로부터 듣고 배운 후배들은 생동감 있는 희망의 시간을 누렸다.

열정, 열린 마음, 유쾌한 교류

비가 오락가락했지만 캠프 내내 열정과 열린 마음의 유쾌한 교류가 흘렀다. 강연과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캠프의 한 부분을 맡았던 나 역시 유익했고 유쾌했으며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다. 당당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문화 예술분야의 숲을 이뤄내고 있는 사람들의 열정과 진지한 성찰과 다양한 모색을 곁에서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

2012 예술경영 리더십 캠프의 프로그램 구조는 전체를 보게 하면서 부분을 촘촘하게 살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으며, 참가자들의 자발적 성취로 이어지게 하는 사려 깊음을 잊지 않았다. ‘스스로를 세워 우리에 이르는 능력’을 리더십이라 정의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자신’이라는 점검 포인트인가 프로그램 구석구석에 배치되어 있었다. 자신을 스스로 통찰해 보면서도 다른 참가자의 관점을 참고하도록 설계되어 있었고 특히 참신한 것은 그 관점을 보다 분명히 현실화하기 위해 캠프에 참가하지 않은 조직의 동료나 상사, 후배들로부터 미리 받은 편지를 나눠, 외부의 시선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게 한 부분이었다.

캠프는 한마디로 내실과 공감적 소통으로 가득했다. 참가자들은 리더십을 조직과 삶의 담론 차원에서도 만났고, 세밀한 진단과 실천 의지로도 마주했다. 그리고 걷고 싶은 길을 그 누구보다 먼저 훌륭하게 걸어낸 위대한 롤모델과 좌담을 나누면서 철학을 지켜낼 힘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기사 관련 링크>
[현장리뷰] 제1회 문화예술단체 리더십 캠프(2009.01.15)
[칼럼] &lsquo;예술경영 리더십 캠프&rsquo; 단상(2009.07.23)
[해외논단]「미래리더십프로그램 조사 결과(2008)」(2009.09.10)

김용규 필자소개

김용규는 여우숲 대표, 숲학교 오래된미래 교장. 농부이면서 생태경영 강연자이자 저술가로 살고 있다. 한때 서울에서 벤처기업을 맡아 7년간 CEO로 일하던 중, 도시와 기업의 경쟁중심적인 삶에 회의를 느끼고 삶의 기반을 자연 속으로 옮겨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여우숲 언저리에 직접 오두막을 짓고 숲에 기대어 농사짓고, 글쓰고 강의하며 살고 있다. 2011년부터는 이웃과 도시인의 뜻을 모아 숲생태와 산촌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lsquo;여우숲&rsquo; 공간을 조성해 오고 있다. &lsquo;여우숲&rsquo; 내에 있는 숲학교 &lsquo;오래된미래&rsquo;의 강좌와 외부 강연을 통해 인간과 자연을 연결하는 일,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제 그의 삶은 오직 스스로 세운 신념을 따르고 실천하는 생활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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