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는 항상 새로운 형태의 비평을 위한 플랫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대미술에서 잡지라는 매체를 이용하는 것은 큐레이터에게 상당히 중요하며, 다양한 형태의 미술잡지, 웹베이스 메거진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전문가들에게 전달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9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을 했다. 광주비엔날레에서 일한 이후 비엔날레와 디자인비엔날레 개막식까지 총 8번의 오프닝을 경험해보지만 오프닝이 있는 주간의 분주함은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정말 바쁘다. 모든 사람들이 피곤에 지쳐 여유를 잃고, 조금씩 격앙되어 말 그대로 정신없이 일을 한다. 2년마다 단 하루 개막일로 정해놓은 그날만을 향해 최대속도로 달려와 마침내 시간에 맞춰 문을 열었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때부터가 진정한 비엔날레의 시작을 여는 지점이 된다.

비엔날레 오프닝에 맞추어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가 다시 광주에 왔다. 2010년 광주비엔날레 ‘만인보(10,000 Lives)’의 총감독이었던 그는 이번에는 광주비엔날레 시상제도인 ‘눈예술상’의 심사위원장 자격으로 방문했다. 지오니는 총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과 함께 2012광주비엔날레 전체 출품작을 대상으로 중견작가와 신인작가 한 사람씩을 선정했다. 그와 함께 전시를 준비하고 실현시키며 지낸 전쟁 같은 시간들이 엊그제 같은데 마지막 마무리를 끝내고 있는 올 해 전시를 함께 둘러보며 전시장 구석구석의 익숙한 광경과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피니 감회가 새로웠다. 세계미술계 전방에서 새로운 기획과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는 그에게 한국미술 그리고 아시아미술대한 의견과 작가와 큐레이터가 가져야 할 자세. 내년 베니스비엔날레 기획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이클 주(MichaelJoo)_ 분리불가_ 2012_ 2012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서도호_ 틈새호텔_ 2012_ 2012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마이클 주(MichaelJoo)_ 분리불가_
2012_ 2012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서도호_ 틈새호텔_
2012_ 2012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안미희 6명의 감독이 만든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어떻게 보았나?

마시밀리아노 지오니(이하 마시밀리아노) 광주비엔날레재단은 2010년 단일감독제에서 2012년은 6명의 공동감독제로 과감히 변경시켜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지난 전시 ‘만인보’는 한 명의 디렉터가 한 가지의 주제를 강하게 드러내는 전시였다면 이번 전시는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을 보려주는 마치 ‘다성음악’과 같은 전시라고 생각한다.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작가들이 대거 참여하고 젊은 작가들을 많이 선정하여 타 비엔날레와 차별성을 보여주었고, 기존에 서구권 중심으로 작가와 작품이 선정되었던 것에서 벗어나 아시아로 중심이 모이는 드라마틱한 전환을 만들었다.


안미희 한국미술을 국제적으로 알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마시밀리아노 한국미술은 다양한 방법으로 국제미술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미 그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비엔날레현상이 그 활동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상업갤러리들의 활동도 국제적으로 활발하다. 반면, 한국에서 미술관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그 기반이 약하다.
작가들이 갤러리나 비엔날레와 같은 곳을 통해 빈번히 작품을 발표한다하더라도 미술관의 기반이 약하면 지속적인 프로모션으로 연결되기가 힘들다. 한국현대미술의 경우 이러한 국공립미술관의 기반을 보다 확고히 정립한다면 훨씬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프로모션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안미희 아티스트와 큐레이터가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고 인정받기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다면?

마시밀리아노 아티스트가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여행을 많이 해서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직접보고 현장감 있는 정보를 얻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계속해서 여행만 하고 정보만 얻는다면 좋은 작품을 모방하기만을 할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그 작가가 차별화 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지역성에 대한 개발이다. 글로벌함과 동시에 자신이 속한 로컬을 잊지 않으며 작가로서 자신의 노력과 생각, 연구에 깊이를 만들어 나가야한다. 이번 카셀 도쿠멘타에 참여한 이탈리아 작가 조르지오 모란디(Giorgio Morandi)는 일생을 같은 정물을 반복해서 그리는 페인팅으로 국제적인 작가가 되었다. 깊이 있는 작품을 위해 지속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 아는 말이겠지만 작품이 좋으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자신의 정체성 개발과 작업의 깊이를 구축하고 또한 국제무대에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도구인 영어구사력을 가지는 것도 기본적 필요조건이다.

한편, 큐레이터는 항상 새로운 형태의 비평을 위한 플랫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대미술에서 잡지라는 매체를 이용하는 것은 큐레이터에게 상당히 중요하며, 다양한 형태의 미술잡지, 웹베이스 메거진 등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전문가들에게 전달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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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비엔날레, 이미지와 지식의 관계를 찾는다

안미희 2013 베니스비엔날레감독으로 선정된 이후 어떻게 지내고 있나?

마시밀리아노 대부분의 시간을 걱정하며 보내고 있다. 시간적 제한으로 리서치 여행을 자주 할 수가 없어 자료를 모으는 리서치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으며 되도록이면 많은 작품을 보려고 한다. 이미 1600여개의 포트폴리오가 준비되어있고 아직도 800개를 더 봐야한다.
베를린비엔날레를 끝내고 뉴욕 뉴뮤지엄에서 일하면서 공간이 정확하게 만들어져 있는 미술관 전시에 익숙해져 있었는데 광주에 이어 베니스 전시가 주어지니 이제 다시 비엔날레 공간이 새롭게 느껴져서 도전하는 중이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은 폭이 24미터였는데 베니스 아르세날레는 18미터로 좁고 긴 공간이라 작품설치가 효과적이지 못하다. 요즘, 특히 이 잃어버린 6미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안미희 많은 사람들이 내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대해 궁금해 한다. 얘기해 줄 수 있는가?

마시밀리아노 2010년 광주비엔날레는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내가 원한 것을 정확히 계획한대로 실현시킬 수 있었다. 이번 베니스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내 전시는 대상 관객층이 누구인지를 알고 기획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데, 베를린비엔날레와 마니페스타는 프로페셔널이 주 관객층이었고, 광주비엔날레의 경우는 일반인들이 대부분의 관객인데 비해 베니스비엔날레는 전문가와 일반인 모든 사람들이 관객층이다.
주제와 작품선정은 항상 함께 맞물려서 진행되는 것이라 작품선정이 진행 중인 지금 주제가 아직 정확하게 정리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내가 해온 전시와 서로 연관될 것 같다. 특히 광주비엔날레와는 많은 부분 연결점이 보이게 될 것이다. 전시 제목은 아직 생각중이다.

2010년 ';만인보';가 인간을 이미지에 구속하는, 이미지를 인간에 구속하는 관계에 대한 광범위한 예술적 탐구를 제시하고 오늘날 인간이 가진 이미지에 대한 집착을 드러내며 예술작품 뿐 아니라 문화적 유물, 발견된 사진도 함께 전시하여 예술작품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만들었던 것처럼 내년 베니스 비엔날레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게 될 것이다. 오직 작가에게서 창조된 작품 뿐 아니라 비평가나 사상가의 작업이나, 원래 예술작품으로 제작된 건 아니지만 작품으로 인정받는 오브제 등이 함께 전시될 것이다.
광주비엔날레가 ‘인간과 이미지의 관계’였다면 ‘이미지와 지식의 관계’를 찾는 것이 베니스비엔날레의 주요 콘셉트가 될 것 같다.


이데사 헨델레스(Ydessa Hendeles)_ Partners (The Teddy Bear Project)_ 2010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프랑코 바카리(Franco Vaccari)_ 이 벽에 당신의 흔적을 남기시오_ 2010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이데사 헨델레스(Ydessa Hendeles)_
Partners (The Teddy Bear Project)_
2010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프랑코 바카리(Franco Vaccari)_
이 벽에 당신의 흔적을 남기시오_
2010 광주비엔날레 출품작

많은 큐레이터들이 궁극의 목표로 꿈꾸는 베니스비엔날레 총감독직을 맡게 된 그에게 베니스까지 끝내고 나면 다음계획은 무엇이 남아있는지, 다음 기획의 목표는 어디에 둘지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그는 2012년 카셀 도쿠멘타가 자신을 선정하지 않아 같은 기간에 광주와 베니스를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지오니는 베니스비엔날레를 마치고 나면 그동안 소홀했던 글쓰기와 뉴뮤지엄 콜렉션을 만들기 위해 일할 것 같다는 다분히 기대를 벗어난(?), 정년퇴직을 앞둔 사람 같은 말을 했다.

마니페스타, 베를린, 광주, 베니스까지를 섭렵하고 미국의 대표적 현대미술관의 부관장인, 이제 마흔이 되는 이 젊은 기획자는 여전히 ‘그 브랜드, 그 디자인’의 플라스틱 손목시계를 차고 있다. 기획하는 매 전시마다 이슈를 만들어내고 첨예한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그는 무슨 고집인지 시계가 수명을 다하면 똑같은 시계를 사는 게 십여 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유는 그냥 익숙해서라고. 세계 미술계 안에서 전시를 통해 현대미술 담론의 확장과 실험을 보여주고 있는 글로벌큐레이터 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과연 내년에 또 어떤 ‘아름다운 전시’를 우리에게 보여줄 지 기대해 본다.

마시밀리아노 지오니(Massimiliano Gioni / 제 55회 베니스비엔날레 감독) 마시밀리아노 지오니는 이탈리아 볼로냐대학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플래시아트 인터내셔널(Flash Art International) 미국편집장을 시작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2000~2002), 뉴욕에서 마우리치오 카탤란(Maurizio Cattelan) 등과 롱갤러리(Wrong Gallery)를 공동 설립했다. 2003년부터는 밀라노에 있는 니콜라 투르사르디 재단 전시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2004년 마니페스타, 2006년에는 베를린비엔날레 공동큐레이터로 활동했다. 이후 뉴욕 뉴뮤지엄에서 스페셜프로젝트 디렉터를 거쳐 현재 부관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2010년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하였고, 2013년 제55회 베니스비엔날레 감독에 선임되었다.


안미희 필자소개
안미희는 경북대학교와 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한 후 뉴욕 프랫인스티튜트(Pratt Iistitute)에서 미술사를, 뉴욕대학교(NYU)에서 미술관학을 공부하였다. 뉴욕에서 독립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다수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2005년 뉴욕 퀸즈미술관 전시자문, 2007스페인 아르코 주빈국 특별전 프로젝트 디렉터를 역임했다. 2005년부터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전시팀장으로 근무하며 2006년 김홍희, 2008년 오쿠이 엔위저, 2010년 마시밀리아노 지오니 총감독과 광주비엔날레 전시실행을 총괄했다. 현재 동재단의 정책기획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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