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마켓(PAMS, 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은 공연예술의 활발한 창작과 제작, 합리적인 유통과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매년 10월 개최하고 있다. 국내외 공연예술전문가들이 공연예술의 창작과 유통을 도모하는 서울아트마켓은 올해 동유럽 권역을 포커스로 하여 다양한 세션과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다. [weekly@예술경영]에서는 주요 프로그램의 리뷰와 해외 전문가들의 인터뷰 및 좌담 등을 통해 이번 서울아트마켓의 흐름을 짚어보는 특집을 마련하였다. PAMS 2012 특집2 ① 포커스세션: 동유럽 공연예술 현황과 이슈
2012 서울아트마켓 (PAMS 2012) 포커스세션 “동유럽 공연예술 현황과 이슈”가 지난 10월 8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캠퍼스 예술소극장에서 열렸다. 포커스세션은 특정 권역을 선정하여 해당 권역의 공연예술 현황과 이슈, 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아시아, 유럽, 중남미, 북미 등을 소개해왔다.

올해 포커스세션의 특징이라면 주제 권역이 좀 더 집중되었다는 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이번 포커스세션의 주제 권역은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폴란드 등 중유럽 비셰그라드 4개국과 발칸반도이다. 이 지역은 해외의 어느 권역보다 근래 한국공연예술계에서 낯익은 곳이기도 하다. 2000년대 이래 폭발적으로 늘어난 국제규모의 공연예술제들을 통해 이 지역의 작품들이 빈번히 소개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올해 포커스세션은 해당 지역의 작품활동을 소개하는 데에 상당한 분량이 할애되었다. 어제, 오늘, 내일,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었지만 시간적 전개보다는 지금 현재 당면한 이 지역 공연예술의 현황에 대해 작품활동부터 정책 및 국제교류 협력 프로그램까지 집중적이면서 다양한 주제들이 소개되었다.
노비 테아트르의 피오트르 그루쉬치인스키
헝가리 씨어터 뮤지엄 인스티튜트의 아틸라 싸보
브라티슬라바 씨어터 인스티튜트의 다샤 치리포바

▲▲▲ 노비 테아트르의 피오트르 그루쉬치인스키
▲▲ 헝가리 씨어터 뮤지엄 인스티튜트의 아틸라 싸보
▲ 브라티슬라바 씨어터 인스티튜트의 다샤 치리포바

소련 해체 이후 예술의 당면과제

비셰그라드 4개국과 발칸반도의 공통적 특징은 소련 해체 이후 새로운 사회로 이양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포커스세션은 이러한 정치사회적 변화의 맥락에서 이 지역 공연예술이 공유하고 있는 예술실천의 현재적 쟁점과 함께 작가별, 국가별 전개를 살펴볼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사회정치적 공통점 속에서 이 지역의 국제협력프로그램의 맥락을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동유럽의 어제 : 역사와 문화유산이 그들에게 남긴 것’을 주제로 한 파트1에서는 주로 이 지역 주요 연출가, 예술단체의 작품활동을 중심으로 고통, 기억, 실험, 다양성 등의 쟁점이 소개되었다. 특히 공산주의 정권 붕괴 직후 개방기 10년 동안의 기쁨과 자유 이후 국가정체성, 공산주의 시기 또는 20세기의 역사적 비극에서 형성된 지금 우리의 의식은 무엇인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개인적 위기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아틸라 싸보) 등은 이 지역에서 공통되게 당면하고 있는 예술적 질문들이다. 또한 이들의 질문들에는 여전히 극장이 사회의 금기와 맞닥뜨리고 탐험하는 연구의 수단(피오트르 그루쉬치인스키)이라는 강한 신념을 동반하는 것이었다.

폴란드 연극을 소개한 피오트르 그루쉬치인스키는 크쉬슈토프 바를리코프스키를 중심으로 역사적 금기와 &lsquo;유대인 주제&rsquo;를 소개했다. &lsquo;유대인 주제&rsquo;는 열강의 각축과 희생자 프레임으로 이해되어 온 폴란드 근현대사에 대한 기존의 역사인식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문제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 크쉬슈토프 바를리코프스키는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개막작 <아폴로니아>의 연출자인데, 이 작품에서도 드러나듯이 희생자와 처형자들의 퍼레이드를 통해 홀로코스트와 이를 목격한 폴란드인들의 오래된 비극을 오늘날 폴란드가 당면한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헝가리와 루마니아 연극을 소개한 아틸라 싸보는 체제 전환의 과정에서 공산독재의 유산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현재적 쟁점을 소개했다. 두 나라 공히 일부 공개된 과거의 기록 문서를 통해 과거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큰 윤리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이에 대해 연극은 고백, 사과, 용서를 위한 적극적인 실천과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나라의 연극이 대조적이라는 것. 루마니아 연극이 다큐멘터리, 하프다큐멘터리 또는 픽션에 치중하는 반면, 헝가리 연극은 기존에 확립된 연극 장르가 새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슬로바키아의 공연예술 현황을 발표한 다샤 치리포바는 벨벳혁명(1989년 체코슬로바키아의 무혈 평화 시위) 이후 슬로바키아의 극장문화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새로운 독립극장의 등장이다. 공산주의 전성기부터 내려오던 획일적인 레퍼토리의 &lsquo;석조&rsquo;극장을 제치고, 더 유연하고 시기적절한 반응이 이들 독립극장에서 일어났다. 한편 1990년대 초부터 대다수 극장들이 지역 및 시의 책임 하에 운영되도록 하는 탈집중화가 전개되었는데, 한편으로 극장네트워크가 안정화되었지만 다른 한편 예술지원이 난항을 겪고 있기도 하다.

디바델나 니트라 협회의 카타리나 두다코바
컨템퍼러리 드라마 페스티벌 부다페스트의 마예르네 실라지 마리아
뉴 웹 퍼블릭 어소시에이션의 카밀라 삼코바
퍼포레이션스 & 퀴어 자그레브 페스티벌의 즈보니미르 도브로빅

▲▲▲▲ 디바델나 니트라 협회의 카타리나 두다코바
▲▲▲ 컨템퍼러리 드라마 페스티벌 부다페스트의
마예르네 실라지 마리아
▲▲ 뉴 웹 퍼블릭 어소시에이션의 카밀라 삼코바
▲ 퍼포레이션스 & 퀴어 자그레브 페스티벌의 즈보니미르 도브로빅

공통의 기억과 국제플랫폼

한편 &lsquo;동유럽의 지금 : 예술적 실험과 사회 앙가주망&rsquo; 파트2와 &lsquo;동유럽의 내일 : 동유럽과 비셰그라드/발칸 지역의 문화협력&rsquo; 파트3은 현재 이 지역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공통의 기억에 대한 예술실천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국제플랫폼들이 소개되었다.

카타리나 두다코바가 소개한 &lsquo;패러렐 라이브즈 프로젝트&rsquo;는 비밀경찰의 눈을 통해 본 20세기를 주제로 체코, 독일, 헝가리,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복합장르 프로젝트이다. 2012~2014년 3년간 진행된다. 공산주의 시기 동안 구소련 소속 지역의 국가들에서 활동한 비밀경찰의 문서보관소에 있던 자료들을 연구, 이를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연극을 창작하는 것과 더불어 다큐멘터리 영화, 전시물 및 설치 작품, 포럼, 발간물, 웹사이트 구축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될 예정이다. 카타리나는 이 프로젝트의 특징에 대해 &ldquo;장르간의 결합만이 아니라 역사적 정치적 및 사회적 연구 방법을 예술적 방법과 결합&rdquo;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마에르네 실라지 마리아는 &lsquo;컨템포러리 드라마 페스티벌 부다페스트&rsquo;를 소개했다. 체제의 변화과정에서 새로운 예술행위가 나타난 점을 주목하는 이 축제는 아직 동유럽과 중앙유럽에서는 산발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비주류 연극이라 할 다큐멘터리 연극을 소개하고 있다. 아파드 실링, 파노드라마 등의 주목되는 성과들이 나타나고, 최근 부다페스트 국립극장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집시가족들의 살인에 대한 다큐멘터리 연극 공모전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관객층이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젊은 층으로 제한적이며, 헝가리의 경우 몇몇 페스티벌 투어를 제외하고 수도인 부다페스트에서만 상연되고 있어 관객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남은 과제이다.

카밀라 삼코바가 소개한 노바시트는 공연예술과 라이브아트를 전파하기 위한 네트워크로 2004년 시작되었다. 새로운 예술경향을 지원하는 노바시트는 예술매니저, 컨설턴트, 지역 및 초국가적 기획과 페스티벌 공동프로듀싱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의 지원으로 신예술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는데, 이 프로젝트에는 보라보라(덴마크), 슐로스 브뢸린(독일) L1협회(헝가리), 피시아이예술협회(리투아니아), 호레아 연극협회(폴란드), A4(슬로바키아), 글레이극장(슬로베니아)가 참여하여 아티스트의 창조적 성장과 초국가적 이동성을 지원하고 유럽의 예술 및 대중 공동체 내의 전문적 관계를 재정립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즈보니미르 도브로빅(크로아티아)은 퍼포레이션 페스티벌 역시 라이브아트 페스티벌로 공동제작 파트너 네트워크 구축 및 해외 프리젠터와 기획자들에게 크로아티아의 연극과 라이브아트를 소개하였다.


왼쪽부터 믈라디 레비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벙커의 사모 셀리모빅, 콘프론타치에 테아트랄르네 페스티벌의 그제고쉬 레스케, 아츠·씨어터 인스티튜트의 파블라 페트로바
왼쪽부터 믈라디 레비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벙커의 사모 셀리모빅, 콘프론타치에 테아트랄르네 페스티벌의 그제고쉬 레스케, 아츠·씨어터 인스티튜트의 파블라 페트로바

▲ 왼쪽부터
믈라디 레비 페스티벌을 운영하는
벙커의 사모 셀리모빅,
콘프론타치에 테아트랄르네 페스티벌의
그제고쉬 레스케,
아츠&middot;씨어터 인스티튜트의 파블라 페트로바

생존의 절박한 문제를 지나 성찰의 시간이 찾아왔다

동유럽공연예술플랫폼(EEPAP, 이하 이팝)을 소개한 그제고쉬 레스케(폴란드)는 &ldquo;지난 이십 년 동안 중부 유럽의 연극 현실은 서쪽을 바라보면서 서로 간에 대화를 추구하는 방향&rdquo;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생존의 절박한 문제를 지나 성찰의 시간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중부유럽 공연예술 종사자들 대부분은 지역의 연극 활동에 관해 이웃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문제를 겪었다는 것이다. 이팝은 활발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 네트워크 강화에 필요성을 느끼는 모든 이들이 그러한 활동에 대해 지원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정보 교육 및 공동 작업을 주요 활동으로 한다. 특히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교육이다. 토론단계에서의 어려움, 서로의 관점을 비교할 수 있는 틀의 마련, 역사의 공유 등이 주요 주제이다. 이미 공연예술은 과창작의 현실에 놓여 있다는 점, 생산물의 속도를 늦추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파블라 페트로바(체코)가 소개한 국제비셰그라드재단 서유럽을 향했던 시선을 지역으로 돌리고 있다. 국제비셰그다라드재단은 비셰그라드국가들 그리고 동유럽의 비EU 회원국, 서부 발칸지역, 남 코카서스 지역들의 긴밀한 협력을 실현하고 촉진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공통의 문화, 과학 및 교육 프로그램, 청소년 교류, 장르의 벽을 허무는 프로젝트와 관광 홍보뿐 아니라 개인의 이동성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공연예술 프로젝트로 PACE.V4는 국제 예술 및 문화포럼에서 비셰그라드 국가들의 공연예술을 공동으로 소개하고 있다.

사모 셀리모빅(슬로베니아)은 우선 유고슬라비아 소멸 이후 발칸반도가 분쟁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지역은 다양한 국가와 문화가 존재한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새로운 세대, 새로운 예술 활동이 시작되고 있으며 수많은 국제적 공동작업과 페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네트워크들의 활동이 발칸반도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실, 정치 체제의 변화와 온갖 개혁에도 불구하고 문화 분야에서는 폐쇄적인 공공단체들이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세대, 새로운 예술 활동의 실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점, 그리고 최근 유럽의 금융위기와 재정적자 등의 위기상황으로 예술 활동의 위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최근 유럽이 당면한 경제적 상황과 공연예술에 대한 영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적이었다.

체계적인 정보 &lsquo;집중&rsquo;은 돋보이지만

그동안 포커스세션이 &lsquo;집중&rsquo;이라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주제 권역의 광범위함 때문에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현황을 소개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또한 공연예술활동에 대한 정보 없이 시장, 제도, 정책이 소개되는 아쉬움도 있었다. 물론 권역별 접근이라는 시도, 그리고 일종의 리서치 과정이라는 점에서 필요한 과정이었다. 한편 지난 해 &lsquo;아시아&rsquo;의 경우는 정보 제공보다는 글로벌 공연예술 마켓에서의 이슈제기가 두드러진 의도로 보였는데, &lsquo;아시아&rsquo;에 대한 다양한 활동과 관점이 펼쳐졌다.

올해 포커스세션은 그러한 과정을 거쳐 마련되었는데, 비셰그라드와 발칸반도로 권역이 집중되고 또 이 지역이 국제공연예술제 등을 통해 꾸준히 소개되어 왔다는 점에서 작품활동부터 국제적 플랫폼까지, 비교적 체제적인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작품들이 꾸준히 소개되었음에도 개별 작품, 개별 연출가에 대한 단편적 정보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이번 포커스세션에서는 사회 역사 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 지역 공연예술 활동이 소개되었던 점은 비단 이 지역만이 아니라 유럽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동안 소개되었던 권역과 달리 우리에게 적지 않은 공연이 소개되어 왔음에도 그러한 과정이 생략된 채 논의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포커스세션이 국내 공연예술계와의 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다.

연륜으로 보나 국내 공연예술계의 현실로 보나 서울아트마켓의 성장은 두드러진다. 최근 서울아트마켓에 참여하는 해외 참가자들에게서는, 그리고 해외에서 만나는 공연예술 국제교류 관계자들에게서는, 한국의 예술경영계와 예술정책에 대한 부러움과 찬사를 종종 듣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반응이 한국공연예술의 성장이 아니라 서울아트마켓의 성장으로 비춰진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간극에 대해서도 이제 생각해보아야 할 때이다.

(기사의 가독성을 위해 고유명사의 원어 표기를 생략했습니다. 정확한 정보는 링크한 자료집을 참조하십시오 _편집자 주)

관련자료
2012 서울아트마켓 동유럽 포커스 세션 자료집



김소연 필자소개
연극평론가. 계간 연극평론 편집위원. [weekly@예술경영] [컬처뉴스] 편집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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