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의 재원조성은 단체가 필요한 돈을 얻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펀딩의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 군을 발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 개인이 한 단체에 소액이라도 기부한 경우 그는 그 기부한 시점부터 단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소중한 고객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기부’라는 행위는 재정적 후원의 의미를 넘어 단체의 가치를 드러내는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1인 창조기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2011년에는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올해 2월에는 시행령이 공포되었다. 1인 창조기업에 대한 관심을 타고 1인 기업 전용 오피스 등 1인 기업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분야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과는 다르게 문화예술분야에서는 1인 창조기업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사회적 기업을 위한 사회적 기업’이라는 모토로 ‘발로 뛰는’ 컨설팅 서비스 제공을 위해 창업전선에 뛰어든 사람이 있다. 바로 이음스토리의 황용구 대표다. 이음스토리는 창업 후 직원이 18배로 급증하여 현재는 사무실이 좁게 느껴질 정도이지만 창업한 지 약 1년밖에 안된 1인 창조기업이 맞다.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회사 비전에 대해 궁금하던 차에 2012 서울아트마켓 라운드테이블 ‘민간 예술 지원의 이해’에서 ‘발제자’로 참여한 그를 보았다. 이음스토리는 대체 어떤 ‘스토리’를 이어보고자 하는 회사인 것인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현장에서 정보를 모으고 발로 뛰는 현재의 업을 하기까지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센터) 건축을 전공하고 대기업에 다니다 2007년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에 입사했고 2011년 7월에는 창업을 하는, 어찌 보면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어떤 계기로 문화예술분야로 들어오게 되었나?

황용구 건축 분야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설계는 지금도 좋아한다. 다만, 컴퓨터와 프로그램 쪽도 좋아해서 학생 시절에 공모전에도 나가서 상도 받고 이후에도 계속 감각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우연찮게 당시 예술위에서 예술정보서비스 운영 담당자를 채용하는 것을 보고 지원해서 그 일을 맡게 되었다. 문화나눔 포털과 관련한 TF팀을 만들고, 크라우드 펀딩 등을 진행하며 기업 후원을 받으러 다녔다. 일을 진행하다보니 현장에서 직접 정보를 모으고 발로 뛰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민간에서 이런 부분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의미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창업으로 이어진 계기다. 현재 사무실(경희대 창업보육센터)도 그렇고 투자 유치도 그렇고 생각보다 빠르게 해결되어 자본금 1억을 가지고 시작하게 되었다.

이음스토리에서 발간한『1인 창조기업 사용매뉴얼』

▲ 이음스토리에서 발간한
『1인 창조기업 사용매뉴얼』

센터 창업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작년 7월에 창업해서 1년이 조금 넘었는데, 직원 수가 18명이나 되어서 놀랐다.

황용구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법인도 쉽게 만들 수가 없었고, 1인 창조기업으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자료를 모았었는데, 당시 법이 새롭게 시행되는 터라(*「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2011년 10월 5일 시행) 혼란스러웠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리와 비슷하게 버벅대는 사람이 많겠다는 생각에 그간의 시행착오 등을 담아 책을 내기도 했다.

처음 시작한 나눔 사업은 소규모 단체들이 풀뿌리 식으로 시작하기에는 어려운 구조고 크라우드 펀딩사업도 운영 면에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그래서 이런 부분은 아직은 기관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혼자 처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조직을 키운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물론 이도 쉽지 않았다. 직원 분들을 스카우트 해올 때 오히려 회사가 망하지는 않을지 등에 대해 제가 피면접자가 되어 답을 드려야 했다. 처음 계획보다 직원 수가 두 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기는 했다. 웹, 디자인, 인쇄출판, 문화예술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시너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기에 산만해보일 수 있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조직을 키운 것까지는 좋은데 그보다는 유지가 중요하고, 유지를 위해 더불어 많은 일들을 하게 된 이유도 사실 있다.

기부는 단체의 가치를 드러내는 일이다

센터 민간단체나 기관을 위한 후원을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한 예술위와 같이 기관이 주도한 경우도 있고, 민간에서 직접 시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혹은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 지 궁금하다.

황용구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나, 사회적 인식 등을 봤을 때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해외에서 성공한 기부와 관련된 사례들을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국산화’시켜야하는데 그런 부분이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까지의 국내 크라우드 펀딩사업의 추진 결과만 놓고 본다면 지금은 실패에 가깝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IT기반 문화를 통해 소셜커머스가 굉장히 빠르게 확산된 것처럼 사용자에게 제공될 온라인상의 ‘재미’를 적극 활용한다면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문화예술단체들이 ‘후원’에 대해 접근할 때 오직 수익적인 면이나 어려우니 도와달라고 하는 하소연 등 인정적(人情的) 측면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공적 지원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 예상되는 현실에서 민간에서의 후원이나 기부가 활발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황용구대표

센터 어떻게 하면 민간 부분에서의 지원이 활발해질 수 있을까? 누구보다 가장 많이 고민한 사람이 아닐까? (웃음)

황용구 기관에 있을 때 지원 서류가 깔끔히 정리되어 들어오니 보기는 좋았다. 하지만 단체 입장에서는 지원 서식에 맞춰 완벽하게 작성하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이 문서들이 단체 가진 비전이나 가치를 효과적으로 드러내 주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단체의 재원조성은 단체가 필요한 돈을 얻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펀딩의 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객 군을 발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 개인이 한 단체에 소액이라도 기부한 경우 그는 그 기부한 시점부터 단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소중한 고객이 될 수 있다. 때문에 ‘기부’라는 행위는 재정적 후원의 의미를 넘어 단체의 가치를 드러내는 일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단체에 대해 단순히 재원적인 가치로만 환원시키지 않고 자체의 의미를 찾아 전달해주는 매개자 역할을 하고 싶다.


센터 실제로 이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소규모 단체로서는 컨설팅을 받는 데에 비용이 필요 할 텐데, 그걸 부담스러워한다거나 한 적은 없나.

황용구 아직 우리도 배워나가면서 컨설팅을 하기 때문에 컨설팅 비용을 받아본 적은 없다. 현재 10개 정도의 단체를 컨설팅 하는데 ‘함께 간다’는 생각과 함께 ‘가치 있는 곳에 후원한다’는 맥락에서 진행해보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들은 후원금에서 수수료를 제하는 것으로 수익구조가 형성되어있는데 우리나라는 아직 100만원 기부하고 수수료로 10만원을 제한다고 하면 기부 자체를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인식들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이윤을 내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단체들의 ‘자원 개발’ 을 돕기 위해서 정말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개인으로 있을 때에는 꿈과 목표만 있으면 됐었는데, 기업이 되다보니 꿈과 목표를 위해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는 것 같다.

센터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이런 분야의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것 같다. 그러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황용구 아직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노하우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다만 ‘진정성’을 가지고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스스로 항상 다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존의 관습적인 부분들에 젖어 시도하지도 않고 왜곡해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건축을 전공해서인지 황용구 대표는 집을 한 채 공들여 짓듯이 그의 장점과 커리어를 잘 살릴 수 있게 이음스토리를 잘 세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새롭고 낯선 분야에 뛰어든 그가 시도하는 ‘의미있는‘ 일들이 척박한 문화예술계에 ’의미있게‘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황용구 건축을 전공하여 일반 기업을 다니다가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에 입사, 이후 연고가 없었던 문화예술과 관련하여 다양한 지원 사업을 진행하였다. 2011년 예술위를 퇴사하고 (주)이음스토리를 창업한 후 1년도 안되어 직원이 18명으로 급증하는 등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으며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1인 창조기업 사용매뉴얼’을 직접 출판하기도 하였다. ‘가치 있는 곳’을 지원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현재 많은 단체의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필자소개
구향모, 김나리_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지식정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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