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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프로젝트_ 세 자매, 아시아 크로스 버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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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7-04-25 조회수 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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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교류 현장사례

한국, 일본, 홍콩 30대 여성연극인들의 공동창작 프로젝트
"세 자매 - 아시아 크로스 버전" ②
(The Three Sisters - Asia Cross Version)

최순화 (서울프린지네트워크 공동대표)

무엇을 나누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세 자매 포스터
우선, 해외교류 공동작업에서는 무엇보다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중요하다. "작품을 기획할 당시에는 배우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언어문제보다는 수십 년간 개인 안에 축적된 연극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는 연출의 말처럼, 언어를 넘어서는 행간들이 많았다. 결국 모든 장면을 배우의 생각을 토대로 구성하고,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면서 서로의 차이점을 조금씩 극복해 나갔다. 연출가 홍은지는 많지 않은 국내 여성연출가 중의 하나로, 창작실험극 "사막을 걸어가다(2001)"와 "내 안의 검은 물소리(2002)"를 연출하여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 배우로 참여한 정진희, 김경희는 이 작업들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왔다. 일본의 니시야마 미즈끼(Nishiyama Mizuki)는 La Companie A-N 공동대표이며, 세넨단(청년단)과 구로텐트(블랙텐트) 등에서 활동하였다. 홍콩의 보니 챈(Bonnie Chan)은 Theatre du Pif의 공동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모이게 된 배경에는 물론 2002년부터 서울프린지네트워크가 진행해온 아시아의 공연예술 네트워크가 있지만, 매년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나 아비뇽 페스티벌 오프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하고 해외 관객을 만나 연극을 통한 삶을 실천하고 있는 La Companie와 Theatre du Pif의 다양한 경험이 힘이 되었다. 공연예술은 협력작업이기에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개인의 인격까지 상호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가 선행되어야 한다. 1년이라는 지난한 공동 워크숍과 세 차례의 투어에도 이러한 미덕들이 작업을 이끌어가는 신뢰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세 자매 포스터둘째,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무대언어의 개발이다. "세 자매"는 현실로부터 떠나고자 하는 동일한 꿈을 꾸면서도 서로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은 서로 소통하지 못하는 세 자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지닌 존재인지를 묻는 것이다. 그래서 세 개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아시아 세 나라의 여성이 자매라는 설정에서 출발하였고, 이것이 ‘아시아 버전’이다. 무대 위의 "세 자매"는 각기 다른 3개 국의 언어로 대사를 전달하는 한편, 원작의 극 전개나 단일한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방식을 취하였다. 무대는 세 자매와 올케 네 명의 여인이 끌어간다. 각기 다른 3개 국어는 대화체의 변이를 통해 의미론적 역할을 벗어나 무대언어로 기능하였고, 원작에 "아시아 여성의 일상"이라는 현재성을 부여하여 새로운 연극적 의미를 생산했으며, 다양한 움직임 구성과 음악의 변주를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배가시켰다. 체홉의 언어를 신체언어화함으로써 새로운 형식으로 접근하였다. 신체 트레이닝은 안무자가 주로 진행하여 ‘척추를 이용한 움직임’, ‘서로 링크된 움직임’ 등의 훈련을 통해 상상력을 채우는 움직임들을 만들어나갔다. 이 모든 과정이 통역자의 지원을 통해 이루어져 시간은 두 배, 세 배로 길어졌다. 그러나 결국 다른 환경, 다른 언어의 극복은 본질에 다가가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소통의 문제는 결국 언어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셋째, 지속적인 교류와 네트워크이다. 3개국이 참여하는 작업을 통해 각국의 연극 공동제작 노하우를 공유하고 미래의 창작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작업을 가치있게 만든다. 공동제작의 주체로서는 지속적인 작업을 위해 세심하게 기획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재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일 것이다. 홍콩프린지클럽과 아고라씨어터 역시 자국에서의 공연을 위해 재정 및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으로, 시작은 단체간의 네트워크이지만 해외교류 작업을 통해 개인의 링크가 만들어진다. 네트워크의 성과는 자연스럽게 예술가, 참여자 개인의 자산으로 발전하여 이후 서로서로의 새로운 작품들에 참여하여 해외 공동작업의 경험들을 확장시켰다. 만나서 서로 충돌하고 소통하면서 예술은 진화한다. 최근에 사무실이 이사를 했다. 기존의 전형적인 사무공간을 벗어나 예술가들과 만나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예술가들끼리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염원이 소박하게 시작된 것이다. 해외교류 역시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웃의 예술가들을 만나고 관객들을 만나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소통하려는 열정에서 출발한다. 여기에 더하여 예술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고 소통하기 위해 채워넣어야 할 것들과 덜어내야 할 것들이 무엇일지에 대한 고민은 오늘도 여전히 유효하다.

관련 사이트 서울프린지네트워크(한국) http://www.seoulfringe.net/ 아고라씨어터(일본) http://www.seinendan.org/eng/agora/index.html 홍콩프린지클럽(홍콩) http://www.hkfringe.com.hk/

필자 약력 필자 최순화는 2001년부터 독립예술제와 인연을 맺어 현재까지 서울프린지에서 일하고 있다. 2002년 극단 노뜰의 "동방의 햄릿" 아비뇽 페스티벌 오프 참가를 계기로 해외교류 및 공연작업에 참여했고, 아시아 지역의 독립예술 네트워크 구축 등의 작업을 함께 해오고 있다. 2006년에는 서울프린지네트워크와 홍콩프린지클럽이 주축이 되어 "넥스트웨이브아시아"라는 이름의 아시아 독립예술 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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