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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페스티벌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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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7-07-11 조회수 3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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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 페스티벌을 꿈꾸다

“성공적인 축제운영을 위한 기획자의 역할과 리더십” 특강 리뷰

한선미(전주세계소리축제 홍보운영팀장)

지난 5월 28일 아르코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폴 거진(Paul Gudgin) 특강
지난 5월 28일 아르코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폴 거진(Paul Gudgin) 특강

객석이 아닌 무대 뒤의 세상을 꿈꾸기 시작할 무렵, <난타>로 에든버러 프린지 진출에 성공한 송승환 대표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공연예술축제가 생소하기만 했던 국내에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존재를 알리고, 나아가 국내 작품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돌아온 그의 눈빛에서 감격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다. 축제일에 몸담고 있는 지금, 나에게 ‘에든버러 프린지’는 ‘1,800여 작품과 700여 단체가 참여하는, 공연단체라면 한번쯤은 참여하고픈 축제’라는 수식어를 가진, 부럽기 그지 없는 선망의 축제다. 더욱이 축제를 통해 영국의 작은 도시인 에든버러가 세계적인 축제 도시로 성장한 점은, 지방 축제라면 특산물 축제가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 ‘(지역에 기반을 둔) 공연예술축제’를 기치로 내건 전주세계소리축제로서 벤치마킹하고 싶은 부분이다. 지난 5월 18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 “성공적인 축제운영을 위한 기획자의 역할과 리더십” 특강에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총감독을 역임한 폴 거진이 강의 첫머리에 꺼낸 단어는 ‘장소’였다. 바로 그 지역, 그 장소에서만 열릴 수 있는 페스티벌이 되도록 기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지역의 색깔을 잘 살릴 수 있는 독창적인 아이템을 찾아 페스티벌의 강점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장소의 특성’을 살린 축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판소리의 근원지’, ‘소리의 고장’이라 불리는 ‘전주’에서 ‘소리’라는 아이템으로 시작한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독창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실제로 축제가 지역성을 얼마나 잘 살리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현재 축제의 대부분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데 이 곳은 시내와 거리가 있어 지역축제의 심장부가 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지역성을 잘 살리고 있는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이나, 작은 도시임에도 도시 전체를 축제의 광장으로 만드는 통영국제음악제와 비교해보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명창과 명인을 배출한 판소리의 성지인 전주의 지역적 특징을 살리면서 젊은 감각과 열정을 더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축제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러 베토벤의 고향을 찾듯, 한국의 소리를 들으러 전주라는 도시를 찾을 수 있도록 말이다. 두 번째로 그가 강조한 것은 축제 조직에서 ‘사람’, 즉 축제를 만드는 스태프가 해야 할 역할이었다. 나는 현재 축제에서 홍보를 맡고 있어, 다른 어느 파트보다 사람을 만나야하는 일이 많다. 특히 사적인 대화가 공식화되어 축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 우려되어 언론과의 관계가 때론 껄끄럽기도 하다. 폴 거진은 “언론과 공적인 입장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되, 페스티벌이 통일성 있고 잘 짜여 진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제아무리 훌륭한 프로그램의 축제라도 축제가 끝난 뒤 남는 것은 뜻을 함께 했던 ‘사람’이라는 것이 짧으나마 이곳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이다. 폴 거진 역시 경험담을 통해 관객과의 만남을 포함한 ‘사람’과의 만남, 리더십과 인적 네트워킹에 대해 조언했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는 이미 세계적인 축제여서 우리의 현실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도 몇 가지 있었다. 특히 재원확보에 있어서 에든버러 프린지는 공적지원이 전체 예산규모의 7% 밖에 되지 않고, 대부분은 스폰서와 사업 수익금으로 충당한다고 한다. 예산의 대부분을 공적 지원금에 의존하고, 민간 재원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 축제의 현실에 비춰보면 놀랍고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말처럼, 다양한 재원 개발을 통한 축제의 성장을 고민하면서 동시에 지나치게 상업화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일이 우리 축제의 과제일 것이다. 짧은 시간이라 더 자세하고 실질적인 이야기를 접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세계적인 축제를 진두지휘했던 감독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간이었다. 여전히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이제 우리도 저 자리를 꿈꿀 수 있겠다는 자신감 역시 생겼다. ‘소리’라는 특색 있는 아이템으로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언젠가는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성공담을 타국에서 세계인들과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관련 정보 성공적인 축제 운영을 위한 기획자의 역할과 리더쉽 일시 : 2007. 5. 18(금) 오후3시~5시 장소 : 서울 아르코미술관 3층 세미나실 발표자 : 폴 거진(Paul Gudgin)

필자 약력 한 선 미 전주MBC 구성작가 전주세계소리축제 국내공연팀 現, 전주세계소리축제 홍보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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