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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스페이스 코스모스
김지민 개인전
《Urbanales 어바날레스》
2025년 12월 9일(화)~12월 29일(월)
인천시 중구 내동. 월~일요일 12~19시.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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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민 개인전 《Urbanales 어바날레스》 포스터 ⓒ 이이일육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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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중구 내동에 자리한 프로젝트 스페이스 코스모스에서 김지민 작가의 개인전 《Urbanales 어바날레스》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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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소개
Urbanales 어바날레스
김지민 개인전
나는 늘 무언가에 기대어 그린다. 아마 내 드로잉은 혼자 설 수 없는 성질을 지니고 태어난 것 같다. 무언가의 표면에 달라붙고, 결을 따라 미끄러지며, 때로는 그 안으로 스며든다. 내 손은 언제나 실제의 무언가에 닿아 있어야 했다. 오래된 벽의 틈, 부서진 도시의 표면, 구겨진 종이의 결, 번져버린 먹물 자국 같은 것들. 그런 것들 위에서만 그릴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내 드로잉은 ‘기생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실재 위에서 자라난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런 성질을 지니고 있었기에, 늘 무언가를 찾아다니며 어떤 일이 일어나길 기다렸다.
어바날레스는 도시를 의미하는 ‘어반(Urban)’과 기생식물의 학명인 ‘산탈랄레스(Santalales)’의 합성어로, 내가 10년 전 송도라는 도시에 처음 왔을 때 시작된 이야기다. 불편함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내가 살았던 곳에 있던 것들은 이곳에도 있었다. 아니, 오히려 나에게 꼭 맞춰진 완전한 도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점차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길을 걷는 내내 보이는 똑같은 풍경, 건물, 도로. 전에 살던 곳에선 쉽게 볼 수 있었을 갈라짐이나 부식, 사람들이 남긴 흔적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생겨났을 법한 그 흔적들이 공간을 나누고 방향을 만들어주곤 하는데, 이 도시에는 그런 것이 없었다. 틈이 없다는 게 이렇게 답답한 일인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그래서였을까. 이곳에 마음을 오래 두지 못하고 계속 다른 곳을 떠돌았다.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와 보니,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 도시는 여전히 가벼웠다. 송도의 벽면을 탁본하기 시작했던 것이 그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 내가 떠돌던 도시들의 표면을 하나씩 쌓아 올렸다. 흔히 우리가 구도시라고 부르는 곳들이다. 내가 시간을 빠르게 흐르게 할 수는 없지만, 탁본이 결국 표면을 베끼는 행위라면, 그걸 반복함으로써 언젠가는 이 도시도 쌓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처음엔 몰랐지만, 그렇게 쌓아 올린 표면들은 하나같이 사람의 흔적과 닮아 있었다. 단종된 맨홀뚜껑, 깨진 벽돌, 시멘트에 찍힌 타이어 자국과 발자국, 기형적으로 변해버린 도시가구들. 이런 사소한 것들이 결국 이곳에 누군가가 존재했음을 알려주는 매개체처럼 느껴졌다. 신도시에는 없는 것들, 오직 구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 그래서인지 내 드로잉은 이번 작업에서 그런 역할을 한다. 이어주는 역할.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냥 맨홀뚜껑 사이로 뿌리를 내리는 식물처럼, 건물과 건물 사이를 가로지르는 전선처럼, 도시와 도시, 사람과 도시, 그리고 표면과 나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 사이에서 생겨나는 관계들이 점점 의미를 만들어갔다.
이 전시의 푸른색은 청사진(cyanotype)에서 왔다. 도시의 표면을 수집하는 또 다른 매체로 사용된 이 청사진은 한때 도시의 설계도를 그릴 때 쓰이던 매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청사진을 선택한 건, 이 도시가 앞으로 어떻게 변했으면 좋을지에 대한 작은 바람에서 비롯된 것 같다. 구도시가 신도시의 청사진이 되길 바라며, 내가 남긴 이 미세한 흔적이 언젠가 이곳을 살아갈 누군가에게 작은 틈이자 경계로 남길 바라고 있다.
전시의 도입부에 위치한 작은 방은 필름 드로잉, 조명, 그리고 바람의 움직임으로 구성된 설치 작업으로 구성된다. 파란 셀로판지를 덧댄 조명이 필름 위의 드로잉을 비추며, 방 안 전체에 푸른 그림자를 드리운다. 선풍기의 바람에 드로잉이 천천히 흔들리며, 축적되지 않은 도시에 시간의 흔적을 덧입히는 가장 단순한 형태를 드러낸다.
이 공간을 지나면 메인 전시실이 이어진다. 이곳에는 송도와 청라 같은 신도시의 벽면을 탁본한 위에, 인천의 구월동과 부평, 용현동 등 구도시의 요소를 겹쳐 쌓아올린 대형 드로잉이 놓인다. 여러 장의 종이로 이루어진 이 작업은 낮은 받침 위에 눕혀 설치되어 있으며, 직육면체의 조명이 그 위를 비춘다. 도시의 표면이 감광기에 노출된 듯한 장면을 만들어내며, 청사진의 원리를 통해 도시의 시간과 흔적을 압축적으로 시각화한다.
메인 작업 옆의 공간은 아카이빙 존으로 구성된다. 탁본이 진행된 장소를 촬영하고 좌표로 표시한 이미지를 청사진으로 인화해, 맞춤 제작된 파란 아크릴판에 끼워 테이블 위에 배치했다. 이는 도시의 표면을 수집하고 재현하는 과정이자, 작업 전반의 축적된 결과물로 작동한다. 함께 배치된 드로잉들은 메인 작업으로 이어지는 사유와 실험의 과정을 보여주며, 도시의 표면이 이미지와 기억으로 변환되는 과정을 관객이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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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소개
김지민
김지민은 관찰된 현실의 표면과 시간의 흔적을 드로잉과 탁본으로 수집하며, 이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서사를 구축하는 작업을 한다. 초기의 인물•기억 기반 작업(〈당신의 삶〉, 〈후천적 유전자〉)에서 시작해, 데칼코마니와 콜라그래프를 활용한 인식 실험(〈변신〉, 〈이륙〉)으로 확장되었으며, 최근에는 도시의 축적과 레이어를 다루는 〈도시선〉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김지민의 화면은 우발성과 통제를 넘나드는 선의 떨림, 번짐 등으로 이루어지며,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의 흔적들이 한 화면 위에서 유기적으로 접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관찰에서 시작해 실험으로 이어지고, 표면에서 시간의 층위를 발굴해내는 조형적 탐구에 중심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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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참여
· 작가: 김지민
· 전시촬영: 김동하, 남형조, 이재욱
· 평론: 김인선
· 공간디자인: 조경재
· 그래픽디자인: 이이일육삼이
· 후원: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시작공간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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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개요
→ 김지민 개인전 《Urbanales 어바날레스》 ~12월 29일(화)까지
· 운영: 월~일요일 12~19시
· 휴관: 12월 25일(목) 휴관
· 요금: 무료
· 공간: 프로젝트 스페이스 코스모스
· 주소: 인천시 중구 우현로67번길 13 (내동 26-1), 2층
· 문의: artofgilb0a@gmail.com
ⓒ 정보와 자료의 출처는 김지민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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