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행사술술센터, <경계에서 마주하는 세계> 영등포문화재단 지원전시

공모ㆍ기금ㆍ행사 내용
기간 2025-12-02~2025-12-28
주관 후원 l 영등포문화재단 / 술술센터 @soolsool_center
링크 https://www.ydpcf.or.kr/postview.do?bid=1&pid=2391
게시일 2025-12-19 조회수 170 작성자 관리자
경계에서 마주하는 세계
<김재익 개인전>
문래역 술술센터, 술술갤러리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문래동2가 도림로133길 15
12.02~12.28, 10:00~19:00 (월요일, 공휴일 휴관)




김재익은 일상 삶과 예술이 뒤엉킨 도시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적이고 물리적인 현상에 주목해 왔다도시는 고정된 물질적 공간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성과 정동욕망과 이해관계가 접속하고 얽히는 관계적 장으로 이해된다그는 도시 공간을 하나의 계획된 질서가 순조롭게 돌아가는 체계라기보다 서로 다른 삶과 이동노동과 자본의 흐름이 각자의 속도와 방향으로 겹쳐지는 터전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평행하게 달리던 선들이 어느 순간 맞물리고 엇갈리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노이즈와 균열에 주의를 기울인다이 시선 속에서 도시는 더 이상 고정된 체계가 아니라 매순간 다시 재배열되고 조율되는 과정적 공간이자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경계-면으로 사유된다나아가 도시 곳곳에 축적된 가시적비가시적 흔적을 더듬어 사라진 경험과 기억의 레이어를 복원하여 서로 다른 시점의 물질적비물질적 환경을 구성하고 잊혀진 세계를 탐색한다.

 

이번 전시 경계에서 마주하는 세계는 산업의 흔적과 예술 공간거주와 이주개발과 쇠퇴가 교차하는 문래동에서 일상의 장면과 비결정적 감각을 탐구하는 전시이다작가는 2024년 문래동 일대를 리서치하며 공장 밀집지에서 예술과 생활공간이 뒤섞인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변화를 추적하고거리에서 마주친 장면과 소리데이터오브제를 채집해 작업의 재료로 삼았다작가에게 이 지역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삶의 보금자리이면서 동시에 언제든 균열이 드러날 수 있는 양가성이 켜켜이 포개진 불안한 정서적 지면이다그는 이곳에서 포착한 이미지와 사운드수치와 로그를 수집해 새로운 기호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시스템의 흐름이 미세하게 빗나가며 생기는 버그와 글리치를 발견한다김재익은 이러한 이상 흐름을 오류나 기능의 실패가 아니라기존 의미 구조에 틈을 내고 다른 가능성을 불러오는 징후로 읽어내며이 어긋남을 증폭해 데이터와 사운드빛과 구조를 통해 문래의 풍경을 재구성한다그렇게 만들어진 장면들은 익숙한 도시의 표면 아래 잠재해 있던 감각과 의미를 드러내는 동시에오늘날 도시가 어떤 위태로운 균형 위에서 유지되고 있는지그리고 세계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 어떻게 변형되고 있는지를 묻는 하나의 실험적 장치로 작동한다.

 

문래영등포의 지형을 출발점으로 하는 집적의 서식지 – The Nest Cluster와 맥동하는 로컬리티〉 시리즈는 거리의 깊이와 음영교통 혼잡도발걸음의 흐름대기 환경 등 도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사운드영상회화의 리듬으로 전환한다금속 구조물과 케이블멀티채널 사운드가 뒤엉킨 설치는 산업과 예술거주와 이주의 흔적과 기억이 뒤섞인 장소로 소리와 구조빛으로 응축해 하나의 환경으로 제시된다이어지는 평면 회화와 멀티미디어 설치에서는 데이터가 더 이상 통계 그래프의 추상적 수치가 아니라출렁이는 선과 떨리는 점불규칙한 점멸의 패턴으로 나타나며 도시를 호흡하고 진동하는 유기체로 만든다리듬의 생태학 – 쓸림깜박임숨 고르기에서 영등포 일대 지하철 역사 내부의 CCTV 푸티지조명의 깜박임통행과 정지의 흐름은 여러 대의 스크린과 데이터 렌더링 화면 위에서 중첩되고 분기되며교환과 순환축적과 소진이 반복되는 도시의 리듬을 하나의 리듬-생태로 구현한다.

 

전시의 다른 축을 이루는 한 세계가 끝나고 또 다른 세계가 시작되는 아주 짧은 순간의 리듬국지성 기후의 소리풍경 – 로컬 프론트나탈킥 코스모그라운드는 시선을 경계소리우주 스케일까지 확장한다문래에서 수집한 금속 구조물에 빛과 소리를 맵핑한 설치는 픽션 에세이 자막과 함께 현실과 비현실생과 사감각과 무감각이 포개지는 순간을 연출한다이는 한 세계가 저물고 다른 세계가 생겨나는, ‘이미-아니면서 아직-아닌’ 사건의 시간으로 이해될 수 있다개발/비개발 도심의 여러 지점에서 채집한 소리를 악보연주데이터·영상 프린트로 재구성한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은 소리를 장소의 배경이 아닌권력과 기억정동이 흐르는 능동적인 행위자로 제시한다멀티채널 영상 설치 나탈킥 코스모그라운드는 로켓 발사와 우주 식민화 실험자원 채굴과 에코사이드의 장면을 교차시키며문래라는 로컬한 지형에서 출발한 감각적 탐구를 행성적우주적 스케일의 생태와 기술자본의 문제로까지 확장한다.

 

이러한 작업들은 도시를 단순히 재현하는 대신도시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어긋나는지를 드러내는 장치(apparatus)’로 기능한다김재익이 포착하는 버그와 글리치는 도시의 표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어긋남을 통해 새로운 관계망과 정동의 패턴이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사건의 시공간을 여는 징후이다. ‘사건은 어떤 거대한 극적 전개가 아니라이러한 미세한 비틀림과 변위 속에서 감각과 사유의 방향을 조금씩 틀어 놓으며 잠재적 가능성을 여는 계기로 이해될 수 있다이때 버그와 글리치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관객의 지각과 생각을 교란하고 재배열하는 조형 원리로 기능한다화면과 공간에서 드러나는 깨짐지연깜박임오차의 리듬은 익숙한 도시 이미지의 막을 걷어내며경제와 생태사회적 관계와 개인의 내면이 서로 뒤엉키고 충돌하는 불안정한 구조를 드러낸다.

 

경계에서 마주하는 세계는 하나의 답을 제시하기보다 질문을 남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비결정성과 불확실성은 여기서 단순한 위기나 결핍의 징후가 아니라사회적 균형과 생의 조화도시가 남긴 미세한 흔적들을 다시 더듬어 보게 하는 사유의 계기로 작동한다관객은 재구성된 문래의 도시 풍경 사이를 천천히 통과하며 도시의 호흡과 진동을 몸으로 감각하는 동시에그 진동과 함께 미세하게 흔들리는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게 된다전시장에서 마주한 장면들은 도시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기보다우리가 어떤 힘과 균열마찰과 가능성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그리고 그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계 맺고 응답할 것인지를 각자가 스스로 묻도록 이끈다이때 도시는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관객의 선택과 실천을 통해 이후의 삶으로 계속 이어지는 하나의 열려 있는 장으로 남게 된다 / 글.최지나_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작업노트

문래동은 오래된 공장의 진동, 작업장의 소음, 예술가들의 리듬이 겹겹이 포개진 지형이다. 산업과 예술, 생존과 삶이 밀고 당기는 이곳에서 전시는 ‘경계’를 하나의 감각 단위로 호출한다. 문래의 실제 지형과 활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시의 물리적 표면과 정서적 지면이 만들어내는 마찰을 시각·청각적 패턴으로 드러낸다. 좁은 틈을 통과할 때 생기는 소리, ‘치찰(齒擦)음’을 핵심 은유로 삼아 변화가 남기는 저항의 흔적을 감각화한다. 작업은 ‘사선의 세계’에서 출발해 비결정성과 버그를 탐구한다. 여기에서 버그는 오류가 아닌 시스템이 드러내는 균열이자 생의 흔적이다. 전시는 세 가지 움직임으로 구성된다. 첫째, 장소성 데이터의 변환을 통해 문래의 소리와 동선을 수치화하고 경계를 추적한다. 둘째, 데이터 벤딩을 통해 질서의 붕괴와 틈의 미학을 드러낸다. 셋째, 관람자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시청각 패턴으로 정동을 가시화한다. 전시는 이렇게 마찰의 언어와 오류의 문법으로 몸과 사유를 미세하게 조정하고, 그 순간들을 기록하며, 이동하는 경계 위에서 새로운 감각의 윤리를 제안한다. / 재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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