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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끝없는 슈퍼맨의 능력발휘 - 공연장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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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7-03-24 조회수 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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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슈퍼맨의 능력발휘

이수용 (의정부예술의전당)

공연을 관람 중인 사람들

최근 들어 문화예술, 복지정책의 활성화 등으로 대학에 문화예술경영 분야 학과가 늘어나고 각 자치단체들이 앞 다투어 문예회관 등을 건립하면서 문화예술분야에는 하드웨어(극장)와 소프트웨어(인력)의 수급확대로 문화예술분야를 직업으로 선택하기 위한 젊은 인재들이 극장으로 시야를 넓이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으로 문예회관과 같은 극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에 대한 자질과 능력, 품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몇 가지 극장현실을 적어본다. 극장근무자의 일상생활은 “끝없는 슈퍼맨의 능력발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연은 끊임없이 무대 위로 올려지고, 객석을 늘 관객으로 가득 채워야하는 현실에서 나는 카피라이터를 능가하는 홍보문구를 만들어야 하기도 하고, 그래픽디자이너를 지도할 수 있는 색감도 있어야 되며, 자동차 세일즈맨보다 뛰어난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빛의 마술사 같은 현란한 조명기술, 무대를 장악하는 환상의 음향감각, 탄성을 자아내는 무대미술과 장치, 더불어 능통한 외국어 실력으로 외국기획사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오늘은 에듀케이터가, 내일은 큐레이터가 되기도 해야 한다. 왜냐하면 국내의 많은 문예회관들이 특정 공연만을 위해 만들어진 전문 극장 이라기보다는 공연, 전시, 교육, 세미나 등 복합구조의 다목적 시설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모든 일을 한사람이 다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업무를 한두 가지 겸임해야 하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슈퍼맨의 능력”을 위해 어떤 준비와 공부를 하면 좋을까? 우선은 여러 장르의 다양한 공연에 관심을 가지고 공연장문턱이 닳도록 문을 두드려야 한다. 내가 직접 보고 느낀 것처럼 훌륭한 교과서는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연내용 뿐만 아니라 기획사는 어디였고, 배우는 누구였는지, 원작, 연출, 홍보물 등 스텝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외국에 관련된 자료는 서적이나 홍보물, 인터넷을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음은 무엇보다도 사람을 만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아는 사람이 많은 것이 능력이고 재산이다. 공연예술분야가 한없이 큰 바다와 같이 보이지만 사실 넓고도 좁은 곳이 예술분야 일 것이다. 물론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나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내가 알고 있다는 것은 모든 상황에서 나에게 매우 유리하다. 세미나 또는 예술분야 단체에서 주관하는 합숙 교육에 참여하는 것은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전문 인력과 단기간에 친분을 쌓을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한다. 내게 도움이 되는 교육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의 교육이더라도 인맥을 넓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특히 축제사무국, 공연장, 전시장 등의 자원봉사자 활동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보수 없이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은 시간과 여건이 허락하기 힘들겠지만 자원봉사활동은 기초업무 지식과 극장 관계자, 그리고 신나는 행사진행 이라는 3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1석 3조의 기회를 준다. 자원봉사활동은 무보수로 봉사해준 것이 아니라 공짜로 엄청난 정보를 획득하는 알짜배기 훈련인 것이다. 맨 처음 공연예술분야에 진출하고자하는 초심자에게 꼭 권하고 싶은 방법이다. 한 가지 더 이야기 한다면 메모의 생활화다. 관심 분야와 관계없이 눈에 확 들어오는 기사, 홍보문구, 이미지디자인, 기획, 아이디어 등이 있다면 바로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메모하는 습관은 내 기억력의 한계를 극복해 줄 뿐만 아니라 정확한 스케줄 관리가 가능하게 하여 틀림없는 사람으로 나를 만들어 주며, 다른 사람의 지식을 수차례 다시 보고, 읽을 수 있는 기회를 통해 내 지식의 창고를 채워주는 생산 공장 역할까지 해준다. 독서하는 것은 수 십 년간 한 분야에서 공부한 전문가의 지식을 단돈 몇 천원에 습득하는 기회인 것과 같은 이치다. 어디를 가든지 수첩과 펜 하나 정도는 잊지 말고 휴대하는 습관을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공연장은 모노드라마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무대에 올려지는 공연은 기획, 무대, 홍보, 기술, 행정, 배우, 관객 이모든 것이 하나로 뭉쳐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완벽한 기획과 무대장치 명배우들로 구성된 공연이더라도, 나의 작은 실수로 관객 마음이 준비되지 못했다면 그 공연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협심하고 협력해야만 나의 자질과 능력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만능 엔터테이너를 요구하는 현실을 이겨내다 보면, 친구들과의 약속은 물론 가정에 크고 작은 행사에 참석 못하는 일이 많아진다. 그래서 어느 극장에서는 신입직원에게 맨 처음 하는 말이 ‘극장에서 일하다보면 늦은 퇴근시간으로 친구들과 멀어지고, 주말엔 공연진행으로 집안의 대소사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져 개인생활에 어려운 점이 많아진다. 그래도 일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 이라고 한다. 공연장에서의 근무는 어느 직장이든 마찬가지로 현실은 이상과 차이를 가진다. 하지만 “나는 왜 이 자리에 남아있는가?” 그건 공연예술이라는 화려한 무대의 뒤편에서 막이 내리고 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를 들으며 내가 바로 한국 문화예술의 중심에서 공연문화를 이끌어 간다는 자부심과 긍지,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버텨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나의 짧은 지식과 경험으로 공연장 종사자의 능력과 자질을 논하긴 어렵지만 이런 단편적인 현실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면 그 답은 쉽게 구해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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