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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 런던을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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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7-03-29 조회수 3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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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 런던을 사로잡다!

이현희(목화레퍼터리컴퍼니)

지난 해,11월 23일부터 12월 9일까지 장장 보름동안 목화레퍼터리컴퍼니의 <로미오와 줄리엣> 바비칸 센터 공연이 성황리에 치러졌다. 연일 객석을 가득 메운 영국 관객들은 한국식으로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된 목화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따뜻한 박수와 격려로 보답해 주었고, 영국 현지 언론 또한 동양에서 온 ‘낯선’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호평을 쏟아냈다. 오방색커튼과 청사초롱이 매달린 바비칸 무대는 마치 한국의 어느 마을을 옮겨놓은 듯 더 없이 아름다웠고, 배우들의 연기 또한 어떤 정수를 보여주었다. 그동안 목화는 일본, 독일, 미국, 인도까지 수차례 해외 공연을 해 온 바 있다. 하지만 많은 관계자들과 배우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번 바비칸센터 공연이 보람도 크지만 가장 힘들었던 해외공연이라고 한다. 우선 투어의 규모(연출가와 배우, 스텝을 포함 총 34명)가 컸고, 체류기간(무대셋업과 공연을 포함 21일)이 길고, 거기다 공연장이 바비칸이다 보니 규정이 엄격하고 결재라인이 복잡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혹시나 영국 공연을 계획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단체가 있다면 ‘사전준비를 철저히 했으면’하는 바람에서 이 글은 공연준비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작성했다. 영국은 일처리과정이 한국처럼 빠르진 않지만 대신 꼼꼼하다. (하지만, 일을 해보니 바비칸센터는 ‘빠르고 꼼꼼하다’) 그리고, 꼼꼼하게 체크한 부분은 ‘문서화’하는 걸 좋아하고, 양자 간의 합의에 의해서 문서화된 것은 최대한 지켜준다. 하지만 반대로 문서화된 내용을 바꾼다든지, 서로 간에 합의되지 않는 사항을 무대셋업이나 공연기간 중에 요구하는 경우 받아들여지지 않을 확률이 무척 높다. 따라서, 영국의 극장과 일을 추진할 계획이라면 ‘계약서’와 ‘기술지원요청서’(Technical Rider)를 최대한 꼼꼼히 작성하라고 권하고 싶다. 바비칸과 목화의 계약서를 보면 ‘뭐 이런 걸 다’하는 내용까지 적혀 있다. 일례로 “바비칸에서 목화 측에 제공하는 일일 초대권 수량, 프로그램 개수”까지 명시돼 있다. 계약서에 적혀 있는 그 이상을 요구할 경우, 물론 돈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Technical Rider 즉, ‘기술지원요청서’인데 여기에는 공연내용을 간략히 언급하고, 무대, 음향, 조명기기 가운데 극단 측이 가져가는 품목과 현지에서 준비해주길 바라는 품목을 정확히 작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무대 설치작업에 필요한 못을 요청할 때도 ‘못의 종류와 사이즈, 대략의 필요량’까지 명시해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무대셋업 일정과 필요인력, 공연 중 리허설시간과 필요장비, 무대 해체 시 필요한 인력과 시간 등을 정확히 요구하고 확보하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극장의 고용 인력은 하루 24시간 중 13시간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어 있고, 6일 동안 일하면 반드시 하루는 쉬게 돼 있다. (특히, 영국의 모든 극장들은 일요일에 문을 닫으므로 화물운송의 도착일과 철수일은 일요일로 잡아선 안 된다. 출근자가 없으므로 무대세트를 트럭회사에서 보관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비용이 비싸다.) 즉, 이런 것들을 감안하여 극장고용자들의 일정표가 최소 일주일 전에는 확정됨으로 공연도중에 갑자기 인력을 요청한다거나 시설 이용을 요구할 경우 “No"라는 대답을 듣기 쉽다. 그러므로 공연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아주 기본적이라고 생각되는 이런 점들, 하지만 양측에서 생각하는 기본이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걸 명심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 큰 걱정거리는 ‘영어자막’에 관련된 부분이었다. 바비칸센터는 영어권 이외의 국가에서 온 작품들은 모두 ‘영어자막’을 쓸 것을 요청하는데, 연출가 오태석은 ‘영국관객들이 자막을 읽느라 극의 흐름을 따라오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그래서 한글과 영어로 된 대본집을 만들어 가기도 했는데, 결정적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의 김아정 교수와 영국출신 배우 폴 매튜스의 협업으로 이뤄진 영어자막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공연 진행 과정에 있어서 런던에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정명주씨의 풍부한 경험과 현장에 대한 이해가 큰 도움이 되었다. 목화는 이번 <로미오와 줄리엣> 바비칸 센터 공연을 통해서 “좋은 공연은 전세계 누구와도 통할 수 있다”는 자부심과 함께 더불어 ‘해외 공연의 치밀한 사전 준비’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현지에 도착해서 어떻게 하면 되겠지’하는 생각은 영국에선 절대로 금물! 관련 사이트 스핑크스 페스티벌 http://www.barbican.org.uk/ 필자약력 필자인 이현희는 오랫동안 라디오 구성작가로 활동했으며, 2006년부터 목화레퍼터리컴퍼니의 기획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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